[신년기획-반려동물 공존 시대, 제주](4) 유기동물 돕는 제제프렌즈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 제주에서도 동물을 인생의 친구로 여기는 반려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제주도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9만 세대가 넘고, 연관 산업은 팽창하고 있다. 반면 1년에 7000마리가 넘게 유기되는 동물 숫자와, 장묘시설의 부재라는 그늘도 존재한다. 동반·짝의 의미를 담은 반려(伴侶) 동물은 과거 ‘인간이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애완(愛玩) 동물로 불렸다. 그러나 이제 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신년을 맞아 다섯 차례에 걸쳐 제주 반려동물 문화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제제프렌즈 멤버들이 미국으로 해외입양가는 '블랙'을 마중하기 위해 동행에 나섰다. 블랙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새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사진 제공=제제프렌즈. ⓒ제주의소리
제제프렌즈 멤버들이 미국으로 해외입양가는 '블랙'을 마중하기 위해 동행에 나섰다. 블랙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새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사진 제공=제제프렌즈. ⓒ제주의소리

보호자를 잃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연결해주는 게 이들의 임무다. 제주도내, 그리고 해외 입양을 성사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년 7마리의 심장사상충 치료비를 지원했고, 유기견 보호소에 대한 치료비와 사료도 전달했다. 공동구조, 예방접종 지원, 임시보호, 봉사활동... 할 일이 끝이 없다.

사단법인 제제프렌즈는 어려움에 처한 제주 유기동물들의 돌봄이다. 2018년 제주도 동물보호센터에 있던 유기견 ‘제제’를 입양하면서 시작된 5명의 인연은 이제 더 큰 물결을 만들고 있다. 제제프렌즈의 따뜻한 마음을 읽은 사람들은 후원에 참여하고 굿즈를 구입했다. 동물을 돕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이들과 어려운 동물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들이 만든 제주동물웹진 <제제와>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제주도민들에게는 보석같은 소식지다. 최근에는 보호자가 입지 않는 옷으로 반려견 옷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에 대한 상상도 하고 있다. 

제제프렌즈는 유기동물의 치료와 입양을 돕고, 개인이 운영하는 쉼터에 병원비와 음식을 지원하기도 한다. 유기동물을 돕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과 도움이 절실한 동물들을 이어주준다. ⓒ제주의소리
제제프렌즈는 유기동물의 치료와 입양을 돕고, 개인이 운영하는 쉼터에 병원비와 음식을 지원하기도 한다. 유기동물을 돕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과 도움이 절실한 동물들을 이어주준다. ⓒ제주의소리

아프거나 가족을 잃은 아이를 받아들인 뒤, 이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을 때 까지 책임지는 것은 이들이 가장 힘을 쏟는 일 중 하나다. 온전히 마음을 다해 보호하고 호흡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주도 동물보호센터에 봉사를 다닐 때 만난 블랙이라는 애가 있어요. 10kg 되는 중형 믹스견이고 검은색이에요. 얘는 되게 활발하고 오지랖이 넓어요. 그러다보니 다른 강아지들과 싸우는 일도 있었죠. 봉사다니다 보니 사진도 찍고 정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안락사 대상에 오른거에요.

너무 마음이 쓰여 임시보호를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임시보호 기간이 1년 7월이 됐어요. 그리고 다행히 좋은 분과 연결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해외입양을 가게 됐어요. 이 친구를 보낼 때 김포공항, 인천공항에 함께 갔어요. 이 애와의 마지막 인사 하는 순간,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여건은 아직 열악하다. 해야할 일은 많은데 그 기반을 다지는 일은 쉽지 않다. 종종 답답함과 회의감도 들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멈출 수가 없다.

제제프렌즈는 교실로 찾아가 학생들에게 유기동물이 겪는 현실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성여중 학생들과 함께 제작한 후원굿즈는 제제프렌즈 웹스토어에서 판매중이다. /사진 제공=제제프렌즈. ⓒ제주의소리
제제프렌즈는 교실로 찾아가 학생들에게 유기동물이 겪는 현실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성여중 학생들과 함께 제작한 후원굿즈는 제제프렌즈 웹스토어에서 판매중이다. /사진 제공=제제프렌즈. ⓒ제주의소리

최근 제제프렌즈가 주목하는 것은 교육이다. 작년에도 3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제주시 신성여중 학생들과 유기동물 특강을 한 뒤 함께 제작한 핀버튼 세트는 웹스토어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유기동물의 세계를 맛보게 해주는 거죠. 동물들이 어떻게 버려지고 있고, 또 어떻게 임시보호나 입양,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지. 이전에는 자세히 못 들어봤던 얘기라 그런지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이런 방식으로 가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시간이 더 단축되지 않을까요?”

고민거리는 많다. 개인이 운영하는 보호쉼터에 갈 때마다 운영자의 어려움과 막막함에 공감할 때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동물들을 어려움으로 내몰리게 하는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홍난영 제제프렌즈 대표. ⓒ제주의소리
홍난영 제제프렌즈 대표. ⓒ제주의소리

하지만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강아지들의 소식, 병을 극복하고 건강해진 아이들, 제제프렌즈로 이어지는 따뜻한 정성과 응원은 아직 ‘할 만 하다’는 희망의 증거다. 

아직 할 일이 정말 많은 제제프렌즈가 꿈꾸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할 일이 없어지는 세상이다.

“유기동물이 없는 세상이 저희가 꿈꾸는 세상이죠. 혹 유기동물이 있더라도 그들이 충분히 안전하게 보호되면서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면 저희와 같은 단체도 필요없지 않겠어요?“

 

* 기획 기사 5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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