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반려동물 공존 시대, 제주](5) 프렌들리핸즈, 공존의 다리가 되다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 제주에서도 동물을 인생의 친구로 여기는 반려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제주도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9만 세대가 넘고, 연관 산업은 팽창하고 있다. 반면 1년에 7000마리가 넘게 유기되는 동물 숫자와, 장묘시설의 부재라는 그늘도 존재한다. 동반·짝의 의미를 담은 반려(伴侶) 동물은 과거 ‘인간이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애완(愛玩) 동물로 불렸다. 그러나 이제 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신년을 맞아 다섯 차례에 걸쳐 제주 반려동물 문화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프랜들리핸즈의 고인숙 대표(오른쪽)과 가수 장필순 씨. 고 대표와 입맞춤하는 강아지 이름은 누이다. 누이는 해외입양을 앞두고 있다. ⓒ제주의소리
프렌들리핸즈의 고인숙 대표(오른쪽)과 가수 장필순 씨. 고 대표와 입맞춤하는 강아지 이름은 누이다. 누이는 해외입양을 앞두고 있다. ⓒ제주의소리

“마음은 있는데 유기동물을 어떻게 도와야할 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다리”

프렌들리핸즈(Friendly Hands)의 고인숙 대표는 그들의 지향점을 이렇게 소개했다. 제주의 유기동물을 위해 뛰고 있는 프렌들리 핸즈 10명의 멤버들은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찾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들의 상황을 세상에 알리고 반려동물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통로가 된다.

민간쉼터 봉사활동과 프리마켓로 시작해 유기견 입양 데이 진행, 사진전, 원데이 클래스, 길고양이 급식소 제작 등 그들의 활동은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제주를 향한 여정이다. 유기동물을 돕기 위한 후원 굿즈를 파는 가게도 열었고, 최근엔 추운 겨울 고양이들의 목숨을 지킬 고양이 겨울집을 만들고 있다.

가수 장필순이 함께한 것은 큰 힘이 됐다. 제주에서 유기동물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된 둘은 친한 동료가 됐고, 장필순은 프렌들리핸즈의 전도사 역할을 맡게 됐다. 

인터뷰는 고인숙 대표와 가수 장필순 그리고 누이, 버블이와 함께 진행됐다. 많은 생명들과 만나며, 다양하고 복잡한 현실을 마주한 만큼 인터뷰 한 마디 한 마디에 많은 고민이 읽혔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그 생명을 케어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지역 내에서 반려동물의 문제를 발견하고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어느 개인, 몇몇 단체가 할 수 없는 일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 간 협업이 필요하며, 모두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양한 봉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기동물 후원을 위한 콘서트를 열고,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작·운영하고, 유기동물 쉼터를 직접 고치고 수리한다. 길고양이 급식소에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수술 사업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제주의소리
유기동물 후원을 위한 콘서트를 열고,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작·운영하고, 유기동물 쉼터를 직접 고치고 수리한다. 길고양이 급식소에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수술 사업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제주의소리

유기동물 문제에 처음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장필순=제주 서쪽의 한 동물보호쉼터에서 많은 유기견을 보호하고 계신 분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상황이 너무 열악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따뜻하고 건강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아이들에게 진드기약도 발라줬으면 하고, 심장사상충 약도 주고 싶고, 그리고 더 이상 힘든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현실적으로 중성화수술도 이뤄져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곳을 지키고 있는 소장님 혼자서는 그 많은 아이들을 케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알게 모르게 봉사해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그분들만의 힘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이게 됐습니다. 그때 인숙씨가 행동대장처럼 나서서 주변에 친구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고인숙=저희한테는 사실 보람보다는 안타까운 일이 더 많긴 해요. 유기동물을 돕고자 했지만 돕지 못한 애들에 대한 미안함이 사실 크죠. 끝까지 가족을 찾아주지 못하고 생의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커요. 사실 입양 가서 평생가족을 만나서 잘 사는 애들은 딱 그걸로 된 거예요 . 왜냐면 더 이상의 저희가 관여하지 않아도 너무 잘사니까. 

프렌들리핸즈 이전에 100여마리가 있던 한 개농장에서 25마리를 구조한 뒤 입양가족을 찾았던 적이 있었어요. 유기견 관련해서는 항상 급작스런 일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뭔가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다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봉사를 하고 싶고, 후원을 해주고 싶은데 방법 모르는 사람 많다는 것 알게 됐거든요. 

제주 유기동물의 발생 패턴의 특이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인숙=휴가철 시즌에 가장 많은 유기동물들이 보호소로 입소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시골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강아지들이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임신이 되고, 임신된 애들이 금방 아이를 낳습니다. 사실 걔들은 유기동물이 아니라 나름대로 가족에게 케어를 받는 동네 강아지인데, 이들이 돌아다니다가 관광객들의 신고에 의해 보호소로 들어가는 애들도 많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나이드신 분들은 그 강아지를 못 찾거든요.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 저희에게 연락이 오면 다치거나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아니면 ‘걔네들은 그러다가 집에 갈 애들’이라고 설명을 드려요. 중성화수술이라는 문제, 또 시골 특유의 풀어놓고 키우는 문화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거죠. 그리고 제발 타지에서 와서 강아지를 놓고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유기동물을 돕기 위한 활동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벽에 부딪친다고 들었습니다

장필순=사람이 굶어 죽어가는데 개 한 마리에 뭘 그렇게 매달리고, 가만보면 한심하다는 식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세요. 근데 저는 행위 자체를 보는 것 보다는 그런 마음과 그런 행위로 인해서 끼쳐지는 영향도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거리를 걷다가 같이 굶는 강아지를 봤을 때 그 작은 강아지와 체온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그 감성 있잖아요. 저는 그게 더 훨씬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더 부자로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 것들을 우리의 2세들, 인간들에게 남겨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렇게 행동을 함으로써 그런 행위에 영향 받는 우리의 뒤 세대들이 있다는 거죠. 우리가 동물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그 동물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행위들이 결국에는 지구를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고인숙=이젠 애완동물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반려동물로 대체되는 것 같아요. 내가 퇴근했는데 다른 가족은 안 나오더라도 반려동물이 맞아주는 힐링 하나만으로도 반려동물의 매력이나 가족이라는 개념이 점점 크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그 이면에는 아직도 묶여 사는 애들도 많고, 길거리 헤매는 애들도 많죠. 좀 더 관심을 둬서 이 애들도 집안에서 살 수 있고 같이 반려동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게 딱 지금 세대인 것 같아요. 지금 대한민국도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불과 몇십년 사이 집안에서 사는 애들도 많아진 걸 보면 저는 미래가 밝다고 봅니다. 

프렌들리핸즈는 도움이 절실한 동물들과 따뜻한 사람들의 정성을 잇는 역할을 한다. /사진=프랜들린핸즈 인스타그램 ⓒ제주의소리
프렌들리핸즈는 도움이 절실한 동물들과 따뜻한 사람들의 정성을 잇는 역할을 한다. /사진=프랜들린핸즈 인스타그램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반려동물 수가 늘어난만큼 유기동물 수도 급증했습니다. 단순히 ‘예뻐서’ 키우다가 어느 순간 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고인숙=맞아요. 사람이건 동물이건 어렸을 때는 예쁩니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키우는 부모들도 있죠. 그런데 예쁘다가 키우다가 낑낑대는 문제라든지, 사회화 교육이 덜 되고 컨트롤이 안 될 경우 이 애를 키우는 게 힘들어지고 결국 어느 순간에 스트레스가 쌓이자 유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독일처럼 동물 입양을 하게 되면 교육이 필수였으면 좋을 텐데요.

장필순=아직 우리나라는 강아지가 생명이 아닌 재산에 속해요. 연인들이 1일 기념으로 사서 키우다가 헤어지면 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또 키우다가 힘들어지면 시골집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 보내는 것은 비교적 덜 양심의 자책을 느끼게끔. 그렇게 시골에서 키우다가 무관심해지고, 강아지들은 줄에 묶인 채로 살아가고. 밖에서 병들고. 그러다 15년 살 애가 10년 밖에 못 살고. 결국 그런 게 학대라고 봅니다. 요즘 TV채널마다 반려견에 대한 프로그램들이 생겼잖아요? 이제는 그 정도로 반려견이나 반려묘와 함께 사는 것이 대중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우리도 어느 정도 의무를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세금도 내고, 민방위·예비군 훈련처럼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1년에 1번이든 2번이든 기초적인 교육을 받고. 그런 것들이 이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인숙=가장 좋은 것은 반려동물 필수교육을 의무화하는 거죠. 견주도 상담이 필요하고, 상담을 받다 보면 반려동물의 행동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필요한 교육도 연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반려견의 문제를 쉽게 지역사회 내에서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해요. 제주의 경우 교육이나 훈련소가  조금 더 대중화됐으면 해요.

장필순=그리고 저는 특히 제주에 개고기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다녀보니까 제주에 은근히 개고기 식당이 많은 것 같아요. 사람들은 이 동물이나 저 동물이나 고기가 다 똑같은 거 아니냐 하시는데, 개는 워낙 사람의 필요로 의해서 우리가 길들여놓은 야생동물이잖아요? 우리가 필요에 의해서 사람에 순종하게 만들어놨으니까 우리가 책임을 지고 돌보고 우리가 그들을 안아야 되는 세상이 됐다고 생각해요. 

또, 반려동물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은 잔인하고 힘든 장면을 보다보니 감성적으로 생채기가 나는 경우가 많아요. 이 활동을 하찮게 보는 사람들이 있고, 험담을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이런 활동을 조금 이해하고 조금 안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들은 정말 밤이든, 낮이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를 다니며 춥고, 길 잃고 버려진 그런 아이들을 찾아다닌 사람들이거든요.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을 이런 진심으로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프렌들리핸즈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고인숙=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유기된 동물들이 없어지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길에서 다친 애들이 있더라도 따뜻한 사람의 손길을 받을 수 있는 세상, 외면되지 않고 그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봉사란 걸 했을 때 뿌듯해할 수 있는 세상. 자기 역량껏 필요한 곳에 건네면서 유용하게 쓰인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세상. 이게 프랜들리핸즈가 꿈꾸는 세상이에요.

장필순=100마리의 강아지가 반려견으로 살다 보면 20마리만이 견주와 함께 살다가 떠난다고 하더라고요. 나머지 80마리는 버려지거나 스트레스로 죽게 되고, 오직 20%만 견주와 함께 온전히 산다고 합니다. 아직 그렇게 사람들이 책임감이 없다는 얘기죠. 그 20%가 100%가 되기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그렇게 되면 입양도 조심스러울 것이고, 유료분양이라는 것도 없어질 것 같습니다.

프랜들리핸즈의 고인숙 대표(오른쪽)과 가수 장필순 씨가 프렌들리핸즈 매장에서 강아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 대표와 입맞춤하는 강아지 이름은 누이, 장필순 씨가 안고 있는 강아지는 버블이다. ⓒ제주의소리
프랜들리핸즈의 고인숙 대표(오른쪽)과 가수 장필순 씨가 프렌들리핸즈 매장에서 강아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 대표와 입맞춤하는 강아지 이름은 누이, 장필순 씨가 안고 있는 강아지는 버블이다. ⓒ제주의소리

프랜들리핸즈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고인숙=유기동물 숫자를 줄이는 게 가장 큰 문제죠. 많은 분들이 봉사를 원하면 그런 브릿지 역할도 하는 동시에 협업도 필요합니다. 사실 저희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행정과 함께 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뜻있는 수의사분들과 계속 얘기를 하며 중성화수술, 길에서 다친 아이들에 대한 치료 등 공공의료에 대한 시스템 구축을 고민 중인데 조만간 무엇인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장필순=프랜들리핸즈로 후원해주시면 계속 여러 쉼터에 나눠드리고 있어요. 저희를 통해 함께 봉사를 다니는 일은 꾸준히 될 거 같아요. 이것들이 쉼터로서는 매우 소중한 일이에요.

고인숙=사료 한 포대를 사서 들고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정말 저희에게 큰 도움이에요. 이런 길을 통해 봉사라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커피 1~2잔을 아껴서 그 돈으로 사료로 사서 기부를 하는 것도 큰 봉사죠. 정말 크게는, 입양을 할 수 없지만 짧게 몇 달 간 임시보호를 해서 사회화를 시켜서 정말 가족을 찾는 날까지 강아지가 사랑받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그건 정말 큰 봉사거든요. 

국내 입양도 많지만 해외 입양을 가는 경우도 많아요. 해외입양가는 애들은 구조된 후 사회화 과정이 필요해요. 집안에서 케어를 받으면서, 산책도 해보고, 다른 강아지를 만났을 때나 다른 낯선 사람들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그러다보면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죠. 그렇게 해야 외국 낯선 환경에 주어져도 애가 놀라지 않고 편안하게 생활 할 수 있어요. 이런 임시보호도 봉사자가 필요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료 한 포, 봉사활동, 임시보호, 입양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니까 언제든 저희에게 연락주시면 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장필순님은 이전에도 유기견 돕기 위한 공연을 활발하게 벌이셨는데, 앞으로도 계획 있으세요?

장필순=1월 달에 (공연을 한 번)해보려 했는데 거리두기 강화로 할 수 없게 됐어요. 이걸 하는 이유는 단 하나에요. 돈보다도, 공연에 온 사람들이 '아, 반려견 반려묘의 존재가 이제는 생명으로 인정돼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하는 걸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그분들이 생명들이 보이면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이제는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보이면 가방 속에 간식 하나쯤은 들고 다니다가 보이면 던져줄 수 있는 그런 여유? 그런 여유가 생기면 사람이 변하잖아요. 그런 걸 스스로 해보다 보면 자기가 변해있는 걸 스스로 느끼실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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