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최대 47cm 적설...중산간 도로 통제-수도 계량기 파손사고도 잇따라

8일 오후 북극발 한파가 절정을 치닫듯 몰아치자, 제설차량들도 주요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안간힘을 쏟았다. 1100도로에서 제설 작업중인 차량. ⓒ제주의소리

제주에 북극발 최강 한파가 이틀째 몰아쳤다. 영하권 기온이 이어지는 가운데, 눈이 더 쌓이면서 도로가 통제되고 항공기·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제주는 중국 중부지방에서 확장하는 대륙 고기압에 의한 찬 공기가 서해상으로 남하하면서 해기차에 의해 만들어진 구름대의 영향으로 눈이 내리고 있다.

제주도 산지와 북부·동부에는 대설경보가, 남부·서부·추자도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중이다. 산간지역에 사상 처음으로 내려진 한파경보도 유지되고 있다.

한라산 어리목에는 47.7cm의 눈이 내렸고, 표선 29.6cm, 산천단 33.5cm, 성산 17.3cm, 추자도 6.9cm, 유수암 12.3cm, 제주 8.3cm, 서귀포 1.0cm, 제주공항 8.4cm 등의 많은 눈이 쌓였다.

8일 북극발 한파가 몰아치며 많은 눈이 쌓인 제주. 폭설을 뒤집어쓴 전세버스 차량들. ⓒ제주의소리
8일 북극발 한파가 몰아치며 많은 눈이 쌓인 제주. ⓒ제주의소리

제주 전역에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바람이 초속 10~16m로 매우 강하게 불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최대 순간풍속은 고산 28.6m/s, 윗세오름 26.5m/s, 마라도 22.8m/s, 제주 21.8m/s, 제주공항 21.8m/s, 가파도 21.3m/s를 기록했다.

모레 새벽까지 거센 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설물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추위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안전사고도 속출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119에 접수된 신고는 총 17건이다. 차량 고립에 의한 구조 2건, 눈길 미끄러짐 구조 9건, 안전조치 6건 등이다.

오전 7시 40분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서는 67세 남성이, 오전 10시 57분께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에서는 65세 여성이, 오전 11시 33분께 제주시 도평동에서는 51세 여성이 각각 눈길에 넘어져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낮 12시 54분께 제주시 노형동 36세 여성, 오후 4시 8분께 구좌읍 세화리 53세 남성도 빙판길에 넘어지면서 구조 조치가 이뤄졌다. 부상자만 9명에 달했다.

안덕면 광평리와 서귀포시 중문동 등에서는 눈길에 차량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조천읍 와흘리에서는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방지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8일 북극발 한파가 몰아치며 많은 눈이 쌓인 제주. 빙판길 도로 위를 달리던 배송 차량이 타이어 체인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8일 북극발 한파가 몰아치며 많은 눈이 쌓인 제주 한라수목원 ⓒ제주의소리
8일 북극발 한파가 몰아치며 많은 눈이 쌓인 제주에서 시민이 제설작업에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좀처럼 발생하지 않았던 계량기 동파사고도 잇따랐다. 8일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14건의 계량기 동파 신고가 접수돼 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제주시 아라동과 한림읍, 구좌읍, 조천읍, 한경면, 추자도 등 도 전역엣 피해가 접수됐다. 동파 신고는 어제도 4건이 접수돼 이틀간 누적된 신고만 18건에 달했다.

제주공항에도 많은 눈이 내리면서 항공기가 결항되는 등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제주를 기점으로 하는 항공편 202편 중 197편이 결항됐다.

오후 3시30분께 눈이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인 틈을 타 한 편이 출항했지만, 이후 항공편은 모두 결항 조치됐다.

그나마 바닷길은 기존에 발효됐던 풍랑경보가 이날 풍랑주의보로 대치되며 타 지역과 연결되는 대형여객선의 운항이 재개됐다.

중산간 도로의 차량 통제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오후 7시 기준 1100도로와 5.16도로, 제1산록도로는 전 구간 모든 차량의 출입을 통제했다.

특히 한라산을 남북으로 횡단하는 5.16도로와 1100도로 등의 전면 통제가 이틀째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비자림로는 소형 차량의 운행을 통제하고 대형 차량은 월동장비를 착용해야 운행이 가능토록 했다. 번영로, 남조로, 서성로, 제2산록도로, 명림로, 첨단로 등은 모든 차량이 체인을 감아야 하고, 평화로, 한창로, 애조로 등도 소형 차량은 체인을 장착해야 운행할 수 있다.

8일 한파가 몰아치며 항공기 운행이 중단된 제주국제공항. ⓒ제주의소리
8일 북극발 한파가 몰아치며 많은 눈이 쌓인 제주. 시민들이 출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얼어붙은 도로가 좀처럼 녹지 않아 미끄러운 곳이 많겠으니 차량 운행 시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감속 운행해 추돌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한편, 기상청은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 사이에 매우 강한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내일 오후부터는 차차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나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겠으니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제주 해안에는 5~10cm, 중산간 이상에는 10~20cm의 눈이 더 내리겠고, 산간지역 많은 곳에는 30cm 이상의 눈이 쌓일 것으로 관측된다.

주말 사이에도 도로 곳곳이 얼어 붙을 것으로 예상돼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거나 불가피하게 외출할 시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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