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3기 대학생 기자단] 시각장애인 강지훈 씨와 안내견 큰솔이를 만나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이 지난해 6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청년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널리즘에 특별한 관심을 갖거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그리고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는 대학생기자단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성글지만 진심이 담겼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꾸려갈 인재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의 날 것을 만나보십시오. [편집자] 

작년 11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훈련하는 자원봉사자, 이른바 '퍼피워커'가 교육중인 예비안내견을 데리고 출입하려다 출입을 거부 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직원이 고함까지 쳤다는 목격담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해당 마트와 관계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롯데마트 측이 공식 사과했다. 

이와 반대로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배려해달라”, “꼭 안내견과 보행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굳이 외출해야 한다면 흰 지팡이 보행을 해달라” 등의 불편한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보조견 표지를 붙인 안내견을 동반할 경우 대중교통수단, 공공장소, 숙박시설, 식품접객업소 등에서는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실에선 법이 무용지물일 때가 잦다.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와 보조견 역시 출입을 보호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아직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다.

안내견 ‘큰솔이’와 제주에서 살고있는 시각장애인 강지훈(37) 씨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제주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배려해 주시는 분들도 물론 있지만 음식점과 상점 출입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저지당할 때가 종종 있어요.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저지당할 때가 유독 많은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 차라리 과태료를 내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최근 그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안내견과 함께 한 가게에 들어갔을 때 직원들은 그를 막아서는 일이 있었다. 그가 항의하자 “그럼 안내견을 들어서 안은 뒤 입장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 여전히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험이었다.

시각장애인 강지훈 씨와 그의 안내견 큰솔이. ⓒ제주의소리
시각장애인 강지훈 씨와 그의 안내견 큰솔이. ⓒ제주의소리
시각장애인 강지훈 씨의 안내견 큰솔이. 큰솔이는 카페에서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기다림은 큰솔이의 일상이다. ⓒ제주의소리
시각장애인 강지훈 씨의 안내견 큰솔이. 큰솔이는 카페에서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기다림은 큰솔이의 일상이다. ⓒ제주의소리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강씨는 안내견 덕분에 큰 사고를 면한 적도 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건물 20층에서 강의를 했는데, 수업이 끝나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야하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저는 첫 번째 엘리베이터는 보내고 두 번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가자, 가자'해도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고 앞에 앉아서 멈춰버리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문만 열렸고 엘리베이터는 올라오지 않았던 거예요. 만약에 움직였다면 큰 사고가 났겠죠.”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위한 두 개의 선택지는 흰 지팡이와 안내견이다. 안내견과의 보행은 흰 지팡이 보행보다 장애물을 잘 피할 수 있어서 몸에 상처가 줄어들고, 다른 보조기기들보다 산책을 하는 것 같은 여유로움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안내견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은 큰 부담이 된다.

“안내견과 함께 다니다 보니 밥을 먹으러 갈 때나 여행을 갈 때 ‘뭘 먹으면 맛있을까’, ‘이걸 하면 재미있겠다’란 생각보다 ‘여기를 가면 거부를 안당할까’란 생각이 우선 들어요. 거부를 당하는 일이 일상이 돼서 나 혼자 있을 때는 덤덤한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거절당하면 그게 미안해서 새로운 곳에 가기가 어렵죠”
 
시각장애인들의 설자리를 좁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점자블록과 음향신호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조기기가 있어도 신호위반 차량으로 인해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하는 일도 다반사다.

제주도 내 등록된 시각장애인 수는 4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시여건이 아직 열악하다.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장애인 처우 개선을 위해서 점자블록을 증설하거나 차별 업장 신고제, 안내견 출입 가능 마크제 등을 도입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측면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인식개선과 기초교육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강지훈 씨와 그의 반려견 큰솔이. ⓒ제주의소리
시각장애인 강지훈 씨와 그의 반려견 큰솔이. ⓒ제주의소리
사진=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내견 표시. 사진=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왼쪽부터 강민정, 김미림, 김보혜 제주의소리 3기 대학생기자.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강민정, 김미림, 김보혜 제주의소리 3기 대학생기자. ⓒ제주의소리

강민정 대학생기자=모두가 밝은 사회를 꿈꾸지만 여전히 빛의 사각지대에는 어둠에 깔린 이들이 있다. 이를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더 밝은 세상을 위해 옳은 목소리로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

김미림 대학생기자=세상을 위해 일하는 다양한 방법 중 지켜보고 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내가 바라보고 알리는 사실들이 세상에 옳은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

김보혜 대학생기자=주변의 소리에 귀기울여 더 나은 일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