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51) arrogant 오만(傲慢)한

ar·ro·gant [ǽrǝgǝnt] ɑ. 오만(傲慢)한
인간의 ‘오만함’을 튼내며
(인간의 ‘오만함’을 떠올리며)

arrogant에서의 rog-는 ‘요구하다(=ask)’를 뜻한다. 이 rog-에서 나온 낱말로는 rogue ‘불량배’, prerogative ‘특권의’, derogatory ‘(품위를) 손상시키는’ 등이 있다. arrogant의 어원적 의미는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태도로서의 ‘오만한’이다. 사전적으로는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을 뜻하는데, 그 근저(the bottom)에는 대상(object)이 되는 사람/사물이나 자연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는 오만함이 자리하고 있다. 

“너에 대해 나는 모르는 것이 없어.” 오만한 사람의 내면을 이만큼 잘 보여주는 말도 없다. 그래서 오만(arrogance)이라는 감정은 자신이 어떤 것에 대해 전지전능하다는(omniscient) 자신감에서 싹트는 법이다. 그래서 오만은 항상 비극(tragedy)으로 끝난다.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대상이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만한 사람을 파멸로 이끌기 때문이다. 

‘사랑한다’의 동의어는 ‘알려고 한다(want to know)’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을 알았다는 오만에 빠지는 순간, 그래서 더 이상 알 것이 없다는 오만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한때는 사랑받았던 그 대상이 이제 우리에게 복수(revenge)를 하는 것이다. “네가 정말 나를 안다고 생각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오만 때문에 우리는 순간순간 변하는 그 대상의 상태를 민감하게 읽으려 노력하지 않고, 그 대상의 상태를 제대로 점검(check)하려하지 않는다. 그러니 복수를 당할 수밖에.

-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에서 -

근대 서구의 인간중심주의 윤리는 이성적인(rational) 능력을 소유한 인간을 도덕적 주체로 규정하고, 자연을 인간을 위한 도구로 보는 도구적(instrumental) 자연관(view of nature)을 견지하였다, 한마디로 인간은 자연의 어떤 대상보다도 우월한(superior) 존재로서 자연을 지배(domination)할 권리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자연을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연의 본래적(intrinsic) 가치를 인정하고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면서 인간 고유의 모습을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찾으려는 동양 사상(Orientalism)의 관점과 극명한 대비(contrast)를 이룬다.

제주섬이 감당할 수 있는 총량을 산정할 때는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원히 샘 솟을 것 같던 용천수가 상당수 말라버린 사례에서 보듯이 제주의 환경자원은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인간의 오만한 태도는 부메랑처럼 인류 문명의 거대한 비극으로 되돌아왔다. 코로나 재난으로 얼룩졌던 지난 2020년은 최고 속도로 직진만 하던 인류에게 잠시 속도를 줄이고 반성하며 성찰하라고 주어진 시간이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겸손한 태도를 지니지 않는 한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금 우리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생태적(ecological) 위기와 환경 파괴(environmental destruction)를 목도하고 있다. 금세기에 나타난 사스(SARS), 메르스(MERSC), 에볼라(Ebola), 코로나(Corona) 같은 질병은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오만한 태도에서 비롯된 인류 문명의 거대한 비극이며,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 우주(the cosmos)에 끼친 해악(harm)이 여러 가지 질병의 모습으로 부메랑(boomerang)처럼 되돌아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코로나 재난으로 얼룩졌던 지난 2020년은 최고 속도(highest speed)로 직진만 하던 인류에게 잠시 속도를 줄이고 반성하며 성찰하라고 주어진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또 어느 새 사후약방문(after death comes a doctor)에 불과한 백신개발(vaccine development)에만 매달리며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the lord of all creation)’이라는 오만한 태도(arrogant attitude)가 ‘인간은 자연의 일부(a part of nature)’라는 겸손한 태도(modest attitude)로 바뀌지 않는 한 인류 문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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