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졸업식 비대면·온라인 개최로 특수 실종...원예·화훼 품목 소비촉진 대책 시급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꽃 도매업장.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꽃으로 가득한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꽃 도매업장.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졸업식 특수요? 올해는 전혀 없습니다. 팔리지 않아 매일 매일 시든 꽃을 내다 버리는 게 일상입니다. 겨울 칼바람에 자식을 내다버리는 심정입니다.”

예년 같으면 1~2월에 한창 졸업식 특수를 누려야 할 제주 화훼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15일 오후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어느 화원. 직원 5명이 가게 안에 가득 차 있는 꽃을 쉴 틈 없이 정리하다가, 기자가 '코로나19 때문에 졸업식 특수가 사라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잠시 일손을 내려놓고 긴 한숨으로 말문을 열었다.  

"여기 보이는 꽃들이 예년 같았으면 하루 이틀에 모두 팔렸을 물량이지만, 올해는 사나흘이 지나도 이렇게 꽃들이 대부분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긴 숨을 내쉬었다. 

매장 안에는 이름도 알듯 모를듯한 형형색색의 꽃들이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의아한 것은 직원들이 상온에 있는 꽃을 냉장창고에 집어 넣고, 냉장창고에 있던 꽃을 거꾸로 상온으로 꺼내 옮기는 모습이었다. 또 진열돼있는 꽃을 다시 정리해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놨다. 이 과정에서 일부 꽃들은 폐기됐다.

꽃 주문이 들어와 포장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화원 안에는 직원을 제외하고는 손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쇼케이스를 비롯해 2개의 대형 냉장창고 안에도 꽃들이 가득 차 있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꽃 도매업장.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꽃 도매업장에서 직원들이 꽃을 정리하고 있다. 꽃이  시들어 폐기되는 물량을 줄이기 위해 쉴새없이 상온과 냉장창고를 오가며 반복해 옮기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많은 꽃들이 벌써 며칠째 팔리지 않고 화원 안에서 이리저리 자리만 옮겨다니고 있었다. 

전국에 화훼 공판장은 총 6곳. 아직 제주에는 공판장이 없다. 이날 [제주의소리]가 찾은 화원은 제주에 있는 꽃 도매업소 5곳 중 1곳이다. 

올해로 19년째 꽃 도매업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46)씨는 매장 안에 가득 차 있는 꽃을 보며 한숨을 또 내쉬었다. 코로나 이전이라면 벌써 모두 팔려나가 매장에 남은 꽃이 비어 보여야 하지만, 올해는 팔린 꽃들이 거의 없다 보니 졸업식 특수를 겨냥해 들어온 꽃들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평소 1~2월이면 꽃다발을 만드느라 끼니도 거르고 밤도 지새웠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이 각급 학교마다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개최되면서 도내 화훼업계가 졸업식 특수가 실종된 혹독한 1월을 보내는 상황이다. 

최씨는 “19년째 꽃 장사를 하면서 졸업식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해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지금쯤이면 꽃다발을 만드느라 매일 밤을 새야 하는데, 올해는 주문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라며 "예년이라면 꽃 폐기 걱정을 할 필요 없는 졸업시즌이지만, 올해는 꽃 폐기가 하루 일과 중 가장 주요한 업무"라고 토로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꽃 도매업장.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모 꽃 도매업소. 매장 안에 화훼류가 가득 남아있다. 코로나 이전이라면 하루만에도 꽃이 다 팔려 양동이가 '텅' 비었지만, 올해는 며칠씩 대부분의 양동이가 팔리지않은 꽃들로 가득 차 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꽃 도매업장.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꽃 도매업장 냉장 창고에 가득 차 있는 꽃들.

실제로 최씨는 코로나19 여파로 평소 주문 꽃 물량을 예년보다 상당부분 줄였음에도 매일 폐기되는 물량이 상당하단다. 그렇다고 꽃을 들이지 않을 수도 없다. 도매업 특성상 다양한 꽃을 구색 맞춰 최소 물량은 반드시 구비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예년 같았으면 오전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을 것이라며, 매장은 물론 냉장창고 안에 가득 차있는 꽃들을 가리키며 최씨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는 “졸업 시즌이면 학교 앞에서 꽃다발을 판매했는데, 올해는 가족들도 참석하지 못하는 졸업식이어서 학교앞 판매는 아예 하지도 못했습니다. 매출은 당연히 반토막이죠”라며 “생화는 시간이 지나면 시듭니다. 이렇게 매일매일 시든 꽃을 내다버리는 것이 주요 업무가 됐습니다. 주변에 축하나 격려할 일이 있을때 꽃 선물 많이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 꽃 도매업장.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냉장고 안에도 꽃들이 가득 차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1~2일 사이에 다 팔렸을 물량이지만, 최근에는 4일이 지나도 꽃들이 남아있다. 

화훼업계에 따르면 졸업식 특수로 인해 매년 1월 매출 1년 전체 매출의 약 3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예년에 비해 매출이 최소 50% 이상 떨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aT화훼공판장 1월 15일 기준 전체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48.89% 줄었다. 

제주시 노형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H씨는 “코로나로 타격이 정말 크다. 올해는 졸업식 선물용 꽃다발을 만들지도 못했다”이라며 “지난해에도 2월 말 제주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다. 제주는 졸업식 일정이 다른 지역보다 이른 편이라서 그래도 작년까지는 졸업식 특수를 일부라도 누렸지만, 올해는 졸업식 특수는 일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꽃집 주인 O씨도 “매년 1~2월 졸업시즌과 3월 입학시즌 매출은 꽃집 1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체감상 올해 졸업시즌 매출은 50% 이상 줄었고, 3월 입학시즌에도 코로나 시국 때문에 특수를 예상할 수 없다. 요새 공직자 인사 시즌에 맞춰 그나마 화분 주문이 있는 정도지만 그마저도 예전만 못하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강화 분위기로 제주는 물론 전국에서 졸업식 특수가 실종되면서, 혹독한 1월을 보내고 있는 화훼업계를 위해 원예·화훼 품목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