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일부 등산객, 제주 한라산 사라오름 산정호수 탐방로 벗어나 불법 출입

최근 제주 한라산에 잇단 폭설이 내려 신비로운 만설을 이룬 가운데, 이같은 설경을 즐기려는 일부 탐방객들이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얼어붙은 사라오름 산정호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등 불법 출입을 일삼고 있다. 

제주도민 A씨는 성판악 코스를 예약하고 겨울 한라산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사라오름을 올랐으나,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산정호수 가운데로 들어간 사람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지정 탐방로를 걷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얼어붙은 호수로 들어가 설경을 만끽하는 사람들만 가득했던 것. 지난해 산정호수 수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A씨는 [제주의소리]에 제보해왔다.

지정 탐방로를 벗어나 한라산 사라오름 산정호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 출입금지 울타리를 신경쓰지 않고 저마다 설경을 즐기는 모습이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지정 탐방로를 벗어나 한라산 사라오름 산정호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 출입금지 울타리를 신경쓰지 않고 저마다 설경을 즐기는 모습이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이미 많은 사람이 오간 듯 다져진 눈 위로 발길이 만들어낸 새로운 탐방로가 생겨나 있다. 탐방로에서 바라본 사라오름 산정호수 가운데로 만설의 설경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A씨가 보내온 사진 속 사람들은 저마다 눈사람을 만들기에 매진하거나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탐방로를 벗어난 듯 바닥에 쌓인 눈은 발자국으로 가득했고 언제 만들어둔 지 모를 눈사람도 곳곳에 가득했다. 

탐방로를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은 조금 더 빨리 가려는 듯 산정호수를 가로지르는 직선 구간을 새롭게 만들어 멀리 있는 탐방로로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라산 사라오름 산정호수는 지난해 7월에도 몸살을 겪은 바 있다. 태풍 다나스가 물러간 7월 폭우가 쏟아져 만수를 이룬 산정호수에서 산악인 3~4명이 수영을 하는 추태를 부린 것. 직원이 단속을 위해 내려갔을 때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당시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신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얼굴과 인상착의를 확인한 뒤 탐방로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산악회 회원이 호수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해당 인물들을 찾아내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산정호수가 있는 한라산 사라오름은 경관이 뛰어나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83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제한되거나 금지된 지역에 출입하거나 차량 통행을 한 자’는 국립공원 안에서의 과태료 부과기준에 의거 1차 적발 시 10만원, 2차 30만원, 3차 50만원이 부과된다.

관계 법령이 아니더라도 탐방로를 벗어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역시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은 반드시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유의사항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사람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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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오름 전망대로 올라가는 탐방로에서 본 산정호수에는 이미 사람들의 발길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사라오름 산정호수가 추위 때문에 얼어붙고 눈이 많이 쌓여 사람들이 지정된 탐방로를 이탈한 것 같다. 사람들이 들어간 산정호수는 지정된 탐방로가 아니라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라고 답했다. 

이어 “오후 1시쯤 직원 3명을 사라오름에 보냈다. 직원이 올라가는 대로 탐방로를 벗어나 불법 출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도와 단속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19일 오후 1시 21분 기준 사라오름을 오를 수 있는 성판악 코스 예약현황에 따르면 이날 예약자는 543명이다. 다음날인 20일은 999명이며, 21일 912명, 22일 999명으로 대부분 자리가 꽉 찬 상황인 데다 주말인 23~24일은 이미 1000명의 사전예약 제한 인원을 모두 채운 상태다.

한라산 적정 수용 한계를 초과해 생태 환경이 훼손되는 등 탐방객을 줄여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된 탐방로 사전예약이 설경을 즐기려 선을 넘는 인원들로 인해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국립공원의 경관과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시행한 예약제인 만큼 그에 맞는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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