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이익공유 논란에 골프장 떠오른 이유

‘안타깝게도’ 예상이 적중했다. 이익공유는 제도화하기엔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았다.  

사실 쉽지않은 문제였다. 시각차가 컸고, 미묘한 지점이 많았다. 그래도 치열한 논의를 기대했다. 비판은 있을 수 있다. 화두는 원래 사회적 합의를 목표로 던지는 것이니까. 

‘사회주의적 발상’. 극단적 갈라치기에 논쟁의 동력은 꺾이고 말았다. 진영 논리로 흐르면서 공론의 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 정도였나 자괴감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제도화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이디어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이름이 어떻게 붙든,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 돈을 버는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대상들을 돕는 그런 자발적인 운동…(중략)…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이 어떻게 붙든” 이 말에 주목한다. 고충이 느껴진다.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 수준에서 정리할 수 밖에 없는 말못할 고충.  

뜯어보면, 여당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지지도가 한풀 꺾인 대권주자로서 절박함이 작용했을 것이다. 나름 ‘신의 한수’라고 여겼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반대도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정치적인 셈법만 고려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가 뒷전으로 빠지려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상생과 연대의 싹 마저 단칼에 베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열린 토론이 이뤄지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반면 정의당은 이익공유제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특별재난연대세 도입을 제안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구조적 변화로 전년보다 소득이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개인·법인, 그리고 초고소득자와 대기업에 향후 2년 동안 세금을 5%포인트 더 부과하는 방안이다. 한시적이긴 하나 사실상의 증세다. 

일찌기 지금의 야당도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상생의 제도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가 대표적이다.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이 주도했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자는 제안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기업소득환류세(투자촉진세)가 있었다. 기업이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 배당, 임금 인상 등에 사용하지 않을 때 추가 징수하는 세금이었다. 기업활동의 선순환을 꾀하자는 취지였다. 

최근 여당 대표가 이 두 가지를 들면서 “(그렇다고)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사회주의 정부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차제에 어떤 형태가 됐든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논의가 보다 활발해졌으면 한다. 

이른바 ‘코로나 승자’ 얘기를 하려다가 멀리 돌아왔다. 맥락은 좀 다르다. ‘이익을 나누자’는 것도 아니다. 응당 해야 할 도리를 하자는 것 뿐이다. 

제주 골프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역대급 호황을 누렸음이 통계로 드러났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골프장 내장객(잠정)은 240만명에 육박했다. 전년보다 14.7% 증가했다. 이는 제주에 골프장이 처음 생긴 1966년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19가 3차례 대유행을 거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실적이다. 이익공유제를 논할 때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거론됐던 IT, 플랫폼 업종 부럽지 않았다.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다.

사정이 달라지니 태도 또한 돌변했다. 도민에 대한 ‘읍소 전략’이 배짱 영업으로 바뀌었다. 도민 이벤트가 중단됐다. 이용 요금도 크게 올랐다. 여기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 이용자의 선택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데 있다. 밀린 세금 납부에는 눈을 감다시피 했다. 제주도의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누적 체납액은 247억5000만원, 같은해 12월15일 현재 징수액은 39억3400만원(15.9%)에 불과했다. 세금을 제때 낸 골프장은 1곳 뿐이다. 체납 세금을 한푼도 안낸 골프장도 있다. 장사가 안돼 세금 낼 돈이 없다더니, 이율배반적이다. 

혜택은 혜택대로 보고 있다. 도내 골프장 30곳의 3년간(2017~2019년) 조세 감면액은 234억3600만원에 이른다. 같은기간 지방세 납부액 533억2400만원의 44.8%에 해당한다.

여론이 좋을리 만무했다. 급기야 도의회는 지난해말 지하수 이용 지역자원시설세 감면 대상에서 골프장을 제외했다. 회원제 골프장의 건축물 재산세율도 0.25%에서 0.75%로 인상했다. 세수로 치면 6억원이 채 안되지만, 액수 문제가 아니다.

이익 공유는 바라지도 않겠다. 최소한 의무는 준수하라는 얘기다. 골프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언제까지 호황이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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