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43)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불안 

19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제주관광서비스노조 LEK지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9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제주관광서비스노조 LEK지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얼마 전 145억원이 사라진 신화역사공원 내 란딩카지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 통보가 이루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해당 사업장에서는 직원을 신규 채용할 때 2년까지는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 한 후,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한다. 카지노 개장 이후 이례적인 해고 통보는 부실한 경영과 145억원 분실에 대한 책임을 기간제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가 계약기간 종료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법률관계는 어떠할까?

근로 기간을 정하여 계약을 체결한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고용 관계가 종료되고, 근로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별도의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당연히 퇴직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상 사업주는 기간제 근로 계약을 통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해고 제한 규정도 무력화 시킬 수 있게 된다. 반면,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형태의 근로 계약 하에서 노동자의 노동 조건은 매우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다. 

상담을 하며 접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서는 1년 단위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3개월 단위, 6개월 단위 등 쪼개기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휴직‧파견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결원이 발생하여 대체 인력으로 채용되었거나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하여 채용되는 경우 등에는 해당 기간을 명시한 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문제는 당사자 간에 계속 근무할 것을 전제로 시작된 고용 관계에서 사용자가 법적 의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쪼개기 계약을 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경우다.

2년 뒤에는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입사했는데 회사에서 갱신 계약을 거절하여 근로 관계가 종료된 경우 노동자는 법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법원에서는 노동자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있다. 갱신기대권이란 근로 계약 기간의 만료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 당사자 간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대법원 2011. 4. 14. 선고2007두1729판결) 되어 있는 경우, 해당 노동자가 가지는 정당한 기대권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사용자가 갱신을 거절하기위해서는 해고와 마찬가지로 사회 통념상 정당한 사유가 존재해야 한다. 

갱신기대권은 노동자가 갖고 있는 막연한 바램이 아닌 객관적인 권리이다. 갱신기대권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이 필요하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첫 번째, 근로 계약‧취업 규칙‧단체 협약 등에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당해 근로 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면 다른 내용을 살필 것도 없이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 예컨대 근로계약서에 ‘근로 계약 종료 후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등의 내용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근로계약서 등에 위와 같은 규정이 반드시 있어야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위와 같은 취지의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를 통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 이를테면 근로 계약 자체를 시용 계약으로 체결한 경우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채용한 계약이므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 채용 공고문에 ‘1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이 명시되어 있었거나 면접과정에서 면접관이 ‘2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등의 발언이 있었는지 여부도 판단 기준이 된다.

세 번째, 정규직 전환 혹은 계약 갱신에 관한 사업장내 관행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최근 몇 년간 일정한 요건만 충족되면 예외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온 관행이 있는지, 입사 동기 중 대다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는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이 계속 갱신되어 왔는지 등을 말한다. 법원에서는 수차례 계약을 갱신하며 일해 온 경비 노동자가 관리 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한 이후에 갱신 거절을 당한 경우, 동기들 중 2년 후 모두 정규직 전환이 되었는데 노동조합 결성 이후 몇몇 조합원에게 갱신이 거절된 경우 등의 사례에서 갱신기대권을 인정된 바 있다. 

그 밖에 갱신 혹은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도록 한 사용자의 언행이 있었는지 여부, 해당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 계약 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 유무를 판단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갱신 거절 혹은 정규직 전환 거절에 대한 입증 책임이 있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 이는 부당 해고에 해당되어 근로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간주된다. 

기간제법에 의한 정규직 전환과의 구별 

2007년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노동자로 일을 한 경우에는 정규직 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법의 제정 취지는 2년 이상 일한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기간제법에 인하여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경우는 갱신기대권 유무와는 관계없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즉 정규직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본다. 

갱신기대권이 적용되는 경우는 2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고 갱신되지 않는 경우, 고령자의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 기간을 정하여 정규직 전환이 예정되어 있으나 전환되지 않은 경우 등이 해당된다.

노동자의 갱신기대권을 실종시킬 순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있어서 ‘갱신기대권’은 사용자의 희망 고문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권리라고도 할 수 있다. 2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입사했지만 정작 2년이 지난 뒤에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통보하는 경우 눈물 흘리며 뒤돌아서는 것이 아닌 법적으로 유효한 통보인지를 따질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권리이다. 계약 기간이 종료된 경우라도 갱신 기대권을 통해 구제가 가능한 것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란딩카지노 계약직 노동자들의 갱신기대권이 실종되지 않길 바란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개정 2020. 5. 26.>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해당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ㆍ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②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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