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튼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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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52) travel 여행

trav·el [trǽvəl] n. 여행(旅行)
‘여행’을 튼내며
(‘여행’을 떠올리며)

travel의 어원은 travail ‘고통/고난’이다. 여행이 고통(pain)이나 고난(hardship)이 아닌 유람(遊覽)이나 관광(觀光:sightseeing)으로 여겨지게 된 건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 이후 교통수단(means of transportation)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였다. 예컨대, 1780년만 해도 영국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 역마차(stage coach)로 가는 데 4~5일이 걸렸지만, 1880년에 나타난 기차는 그 시간을 5시간으로 줄여 주었다. 인간은 과거 여기저기 떠도는 유목민(nomad) 시대를 거쳐서 정착 생활(life in settlement)을 하게 되었지만, 이제 21세기를 맞아 다시 유목민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행은 일상의 삶(daily life)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인간의 삶 속에 여행은 깊이 뿌리내렸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을 떠나기가 여의치 않지만, 머지않아 다가올 그날을 학수고대하며 그리움의 사색에 잠겨본다.

늘 접하던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는 게 여행이겠지만 그 의미나 이유는 사람들마다 제각각 다르며, 또한 여행을 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상황이라 여의치 않지만, 머지않아 마음껏 여행할 수 있는 그날을 학수고대(eagerly looking forward to)하며, 오늘은 그 그리움(longing)으로 여행의 의미와 이유에 대해 잠시 사색(speculation)에 잠겨본다.

여행길에 오르면 자기 영혼의 무게(weight of the soul)를 느낀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살아왔는지, 자신의 속 얼굴(real face)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여행은 단순한 취미(hobby)가 아니라, 자기 정리(arrangement)의 엄숙한(solemn) 도정(道程)이요, 생의 의미(meaning of life)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chance)이다. 그리고 이 세상을 하직하는 연습이기도 하다. 가끔은 자기가 살던 집을 떠나 볼 일이다. 자신의 삶을 마치고 떠나간 후의 빈자리(empty space)가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행하면서 배우게 된다. 여행에서 잠깐의 순간들, 헤이지면 영원히 못 볼 사람들과의 악수(shake hands), 그 도시를 떠나면 다시는 못 만날 풍경(landscape), 장담컨대 다시는 볼 수 없는 바다물빛, 그래서 여행지에서 그렇게 만났다가 그렇게 떠나보낸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우리 일생이 한갓(merely)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별(farewell) 연습을 한다, 삶은 이별의 연습이다. 세상에서 마지막 보게 될 얼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한 떨기 빛(a ray of light), 여행은 우리의 삶이 그리움인 것을 가르쳐준다.

- 법정스님의 ‘여행은 생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 -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novel)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hard), 위험하며(dangerous),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boring)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body)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experiences)은 연결되고 통합(integration)되며, 우리의 정신(spirit)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uplifted)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troubled)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볼 수 있다.

-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중에서 -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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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4
정애 2021-02-02 20:42:42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 여행!
익숙하고 안정된 이곳, 인생!
220.***.***.250

써니 2021-01-22 17:23:43
삶은 그리움이다~^^ 그래서 매번 떠날 수밖에 없는거군~하는 생각을~잘~보았습니다~^^
122.***.***.121

제주사람 2021-01-22 16:16:54
좋은 글 고맙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Nomad'는 번역어로 '유목민'보다는 '유주민'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마드가 다 목축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요.
49.***.***.185

김영표 2021-01-22 10:37:28
여행의 어원이 고통,고난이라는거 오늘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과 같은 취지입니까?)
우리 일생=여행 이라는 법정스님 말씀 생각하며, 이번주말에 성북동에 길상사에 가봐야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20.***.***.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