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제주의소리 공동기획] (15) 해양생태계의 시작점, 해안사구

제주의 자연생태계 중에서 무관심과 보전의 사각지대에 오랫동안 놓여있었던 곳이 있다. 바로 해안사구이다. 해양생태계의 시작점이자 끝 지점이면서도 연안 습지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육지로도 인정받지 못한 곳. 그야말로 중간지대에 있는 곳이라 할만하다. 그렇다 보니 제주의 해안사구는 전국에서도 가장 많이 훼손되었다. 국립생태원의 2017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제주도 해안사구의 82.4%가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해부터 도내 해안사구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해 도내 해안사구의 가치와 관리실태에 관한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모래 해변은 인간이 바다와 만나는 가장 편안한 접점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일까? 인류는 육지 위에서 터를 잡고 살아왔지만 늘 바다를 향해 있었다. 전 세계 인구의 2/3가 해변에서 100km 이내에 살고 있다. 무궁무진한 생명의 바다에서 인류로서는 얻을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마을도 해변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해변은 인류의 문명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모래 해변은 인간이 바다와 만나기에 가장 편안하고 적합한 곳이다. 모래 해변 중 많은 곳이 해수욕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제주도도 그렇다. 제주도의 해변은 주로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바위 해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중 10% 미만이 모래로 이루어진 해안이다. 암석해안 중의 일부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모래 해변으로 변화한다. 

해안사구
▲ 모래 해변은 인간이 바다와 만나는 가장 편한 접점이다. (표선 해수욕장)

제주도의 모래 해변을 보면 제주도의 개발 역사도 함께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 중심으로 개발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도내 해수욕장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상업·관광시설이 집중되어 있다. 그만큼 모래 해변 주변은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제주 해변의 개발 역사 더 나아가 제주의 개발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해안사구라고 볼 수 있다. 모래 해변은 해수욕하는 곳으로 놔둘 수밖에 없었고 대부분 해안사구에 상업시설이 집중되고 해안도로가 개설됐다. 물론, 개발을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오랫동안 이 해안사구에 대한 개념조차 없고, 최소한의 보전장치 없이 무분별한 막개발이 되어왔다는 것이다.

해안사구
▲ 제주도내 해수욕장. 해수욕장 주변으로 대부분 상업과 관광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다. (출처 : Daum 지도)

#  관광자원의 보전을 위해 해안사구 막개발은 이제 중단돼야

환경 문제를 떠나 해안사구에 대한 막개발은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삶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례로, 모래 해변에 모래를 공급하는 해안사구 개발로 인해 모래 유실이 심해지면서 도내 여러 곳의 해수욕장에 외부의 모래를 사서 쏟아붓는 양빈사업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상당한 돈이 양빈사업으로 사라졌다.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란 점이다. 더군다나 최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월정해수욕장의 경우, 해안사구 개발로 인해 모래가 유실되며 암반이 드러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광지의 핵심인 해수욕장의 기능마저 훼손되고 있다. 이것은 제주도 관광자원의 훼손이며 더 나아가 제주의 미래를 갉아먹는 것이기도 하다. 

해안사구의 주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해변의 모래를 저장했다가 다시 이를 돌려주면서 모래 해변을 지속하게 만드는 샘물 같은 역할이다. 즉, 해안사구가 없이는 모래 해변은 장기적으로 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내 수많은 해수욕장의 해안사구는 상당 부분 훼손되어 모래공급이 중단된 상태이다. 

해안사구
▲ 구좌읍 세화리의 해안사구. 해안사구는 파도로부터 육지침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해안사구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충격을 흡수하는 천연 방파제로서 인간의 거주지역과 농경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침범하는 범위가 매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파도의 힘이 육지를 침식하는 빈도도 더 커지고 있다. 

해안사구가 이 충격을 완화하며 육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사구가 파괴되면서 완충작용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육지침식이 심화하고 있다. 당장, 제주도에 닥치고 있는 일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해안사구에 대한 막개발은 중단돼야 한다. 언젠가는 해안사구를 복원해야 하는 현실이 닥칠 수도 있다.

실제로 해안사구의 방파제 기능을 높이기 위해,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사구 울타리와 사구식물 식재를 이용한 인공 사구 조성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해안사구는 제주도 난개발의 상징적이 곳이며 개발로 인한 환경적,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곳이다. 그렇기에 제주도 해안사구의 보전은 단순히 모래 해변을 지키는 것을 넘어선다. 환경의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한 관광의 향방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육지 해안사구와는 다른 독특한 가치를 지닌 제주 해안사구

2017년 국립생태원의 ‘국내 해안사구 관리현황 조사 및 개선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국에서도 해안사구가 가장 훼손이 많이 된 지역으로 나타났다. 무려 과거 면적대비 82.4%가 감소했다고 보고서에서는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20년의 중점사업으로 해안사구 보전 운동을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해안사구 모니터링을 1년 동안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환경부가 조사한 지점보다 더 많이 있었다. 최소 7개소 지점의 해안사구가 더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학술 연구 차원에서의 정밀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해안사구
▲ 모슬포 해안사구도 환경부의 해안사구 관리목록에서 누락되어 있다. 

조사를 통해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육지부와는 매우 다른 독특한 가치가 있음을 확인했다.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한반도의 해안사구와는 지질·생태·경관적으로 매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제주도가 화산섬이기 때문이다. 화산과 모래 그리고 제주의 거센 바람이 만나서 만들어진 모래언덕이 제주의 해안사구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제주의 해안사구는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첫 번째는 동쪽의 성산일출봉과 서쪽의 송악산 일대의 해안사구처럼 화산지층 위에 형성된 해안사구가 존재하고 있다. 

해안사구
▲ 성산일출봉의 화산쇄설물로 인해 만들어진 신양리층. 신양리층 위로 신양해안사구가 자리 잡고 있다. 

성산일출봉이 분출하면서 바닷가에 쌓여 만들어진 신양리층 위에 해안사구가 형성된 곳이 신양해안사구이고 송악산의 화산분출물이 쌓여 만들어진, 하모리층 위에 만들어진 곳이 사계·설쿰바당·모슬포 해안사구 등이다. 

신양리층과 하모리층은 생성 시기가 5천 년 이하인 매우 젊은 화산지층으로서 지질학적·경관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이다. 이 아름다운 지층 위로 해안사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문화재로 지정해도 손색없는 곳들이다.

둘째는 제주도의 해안사구로 인해 만들어진 위석회동굴의 존재다. 용암동굴은 석회암 동굴과 달리 석회 생성물이 생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월정·김녕 해안사구와 협재 해안사구 아래 있는 동굴 군락은 용암동굴 안에 아름다운 석회동굴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기기묘묘한 위석회동굴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위석회동굴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이다. 제주도만의 용암동굴이며 해안사구인 셈이다.

셋째,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독특한 생물들의 서식지임을 확인했다. 해안사구는 지적경계로는 육지이지만 염분을 좋아하는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해안사구는 바다와 육지 경계에 위치하여 독특한 환경을 지닌 생물 서식처를 제공하여 희귀한 동·식물이 많이 생육하기 때문에 보존가치가 높은 생태계이다. 

제주의 해안사구도 육지 지역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생태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독특한 염생식물 생태계가 제주의 해안사구에 형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서식지임도 확인했다. 

중문 해수욕장에 형성된 중문 사구에는 2007년까지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됐고 도내 몇몇 사구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됐다. 조사를 통해 중문 해안사구만이 아니라 하도리 해안사구 등 도내 몇몇 해안사구가 바다거북의 산란이 가능한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안사구
▲ 갓 부화한 흰물떼새 새끼. 흰물떼새는 제주도 해안사구에 알을 낳는다. (사진 : 강창완)

흰물떼새라는 새가 제주의 해안사구에 많이 산란하고 있음을 조류 전문가 동행과 조사를 통해서 확인했다.

이 조사를 토대로 흰물떼새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포털 Daum에서 ‘제주도 해안사구의 흰물떼새를 지켜주세요’라는 주제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넷째, 제주의 해안사구는 제주도민의 삶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 평대리 주민들은 해안사구에 기대어 집을 지어 살았고 해안사구를 마을공동체의 핵심축으로 여기고 있음을 조사와 주민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됐다.

한동리의 단지모살 해안사구는 일본강점기부터 주민들이 협동의 방법으로 모래언덕 위에 숲을 조성했던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사구임을 확인했다.

해안사구
▲ 평대 해안사구. 해안사구를 바람막이로 하여 집들이 해안사구 곳곳에 들어서 있다.

#  제주도 해안사구는 제주도 막개발의 상징

이런 높은 가치가 있는 해안사구이지만 조사 결과, 도내의 많은 사구가 개발로 인해 사라졌고 현재도 훼손되고 있었다. 함덕 해안사구의 경우에는 해수욕장 주변 개발로 인해 너무 많이 훼손되어 상당한 면적이 사라졌고 현재는 원형을 찾기 힘들다. 

산방산 앞 황우치 해변의 해안사구는 양빈사업으로 인해 원형을 잃은 사례다. 송악산이 분출하면서 만들어진 하모리층 위에 형성된 황우치 해변 해안사구와 주변 해안은 경관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황우치 해변 바로 옆으로 화순항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해류 흐름이 바뀌어버렸고 이로 인해 모래가 유실되기 시작했다. (반면에 소금막해변은 모래가 과도하게 쌓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해경 부두를 설치하기 위한 화순항 2단계 개발사업을 하면서 양빈사업(해수욕장에 인위적으로 모래를 투입해 자연 상태와 유사한 해변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해안사구
▲ 황우치 해변. 외부에서 가져온 바위와 모래를 황우치 해변에 쏟아부으면서 해안사구의 원형을 잃어버렸다.

또한 양빈사업과 함께 황우치 해변 앞 바닷속에 잠제(잠수 제방=해수면 아래에 있는 방파제) 설치를 포함해 약 17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하모리층 위를 덮고 있던 모래마저 바다로 다 쓸려가 버려 하모리층이 그대로 드러나 버린 것이다. 

게다가 양빈사업을 하면서 외부에서 모래뿐 아니라 큰 바위들도 수없이 쏟아부어 황우치 해변의 경관과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환경적 가치 훼손뿐만 아니라 개발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황우치 해변처럼 하모리층 위에 형성된 사계 해안사구도 마찬가지이다. 도내 해안사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계 해안사구는 환경부에서도 해안사구의 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염생식물 생태계가 잘 형성된 곳이다. 

해안사구
▲ 사계 해안사구. 환경부가 도내 14개 해안사구 중 최대규모로 지목한 곳으로서 해안사구의 교과서라고 부를 정도로 염생식물이 풍부하다.

전사구에는 초본을 중심으로 한 염생식물 생태계가, 배후사구에는 해송을 중심으로 한 배후 숲이 잘 형성되어 있다. 또 배후 숲을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막이로 하여 모래밭 위로 경작지가 형성되어 있다. 주민들이 해안사구를 기대어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속성은 해안도로에 의해 단절되어 있다. 전사구와 배후사구 사이에 해안도로가 개설되면서 해안사구 생태계가 단절된 것이다. 

또한, 초본 염생식물이 넓게 퍼져있는 전사구에는 올레길이 조성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염생식물이 사라지며 훼손되고 있다. 그리고 사계리 해안체육공원이 개설되면서 상당 부분의 사구가 사라진 상태이다. 더욱이 하모리층조차도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해안사구
▲ 사계 해안사구는 해안도로에 의해 사구의 연속성이 단절돼 있다. 

한때는 전국 최대의 해안사구였던 김녕 해안사구는 더 심각하다. 김녕해수욕장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김녕 해안사구는 현재 소형 사구로 축소돼 버렸다.

게다가 해안사구에 주차장, 건물, 도로, 체육시설이 들어서면서 모래 해변에 모래를 공급해주는 기능이 사라져 김녕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은 더 심해지고 있다. 해안사구 개발로 인해 해수욕장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김녕 옆의 월정 해안사구도 마찬가지이다. 고즈넉한 해안가였던 월정해안은 월정해수욕장과 카페거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10년 사이에 몰라보게 변한 곳이다. 

해수욕장과 접한 해안사구는 카페, 식당 거리로 변하여 부동산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렇게 해안사구가 사라지면서 덩달아 해수욕장 모래 속에 묻혀있던 빌레용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성산일출봉을 육지와 연결시킨 신양해안사구는 사람들의 답압에 의해 많이 훼손되고 있다. 신양 해안사구는 사계 해안사구와 함께 그나마 대규모로 남아있는 해안사구이다.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높은 사구 마루와 함께 풍부한 염생식물 그리고 신양리층이 조화를 이룬, 경관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사구이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고 해안사구는 방문객들의 주 이동 통로이다. 

해안사구
▲ 행정당국이 신양해안사구 위로 방문객들이 걸을 수 있는 야자 매트를 깔았다. 하지만 이 주변은 흰물떼새가 봄철에 알을 낳는 곳이다. 또한 사람들의 답압에 의해 염생식물도 많이 훼손되고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차량까지 해안사구 안으로 들어와 사구의 훼손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신양 해안사구는 흰물떼새가 봄철에 알을 낳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 행정당국에서 해안사구 위에 야자 매트를 깔아 방문객들의 길을 만들어줌으로써 사구 훼손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흰물떼새의 서식 상황도 더욱 위태롭게 될 것이다. 

신양해안사구 옆의 섭지코지 해안사구는 대규모 관광시설 때문에 훼손되고 사유화한 사례이다. 조사 결과, 섭지코지는 붉은오름과 해안사구의 결합체였다. 섭지코지 해안사구는 도내 해안사구 중에서도 배후사구가 매우 크고 잘 보존된 곳이다. 

해안사구
▲ 섭지코지 해안사구는 알오름 군락처럼 보인다. 배후사구가 잘 발달한 곳이다. 

하지만 성산포 해양관광 단지 사업으로 인해 섭지코지 개발사업이 이뤄졌고 현재 이곳은 대기업의 호텔 등 대규모 시설물이 들어서 있다. 사구 훼손뿐만 아니라 거의 사유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은 개방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업자는 애초 섭지코지로 들어가는 입구를 하나만 만들고 나머지 길은 모두 폐쇄한 후 ‘프라이빗 비치’를 만드는 구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섭지코지의 완벽한 사유화를 노렸던 것이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이는 철회되고 현재는 개방된 상태이지만 섭지코지 해안사구는 호텔 이용객들의 뒷마당이나 다름이 없다. 게다가 이곳은 제주도 당국의 상당한 특혜를 받은 곳이다.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받아 상당한 금액의 세금 감면과 도유지 제공의 혜택을 받았다.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모두 74억 원 감면) 
하지만 원래 제출된 사업계획과는 달리 돈이 되는 숙박시설만 지어놓고, 제주도 당국이 싼값에 제공한 도유지마저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며 매각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개 기업에 의해 해안사구의 사유화와 해안 경관을 훼손하면서 돈놀이 장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개발에 호의적이었던 마을회마저 돌아서 이곳을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안사구
▲ 섭지코지 배후사구 안에 들어선 호텔 건물. 이곳은 현재 휘닉스아일랜드의 뒷마당으로 쓰이고 있다. 해안사구 사유화의 한 사례이다.

김녕과 월정 해안사구처럼 사구 아래 위석회동굴이 형성된 협재 해안사구도 상황이 심각하다. 도내 어느 해안사구보다도 해안에서 내륙 쪽으로 직선 방향으로 깊숙이 뻗어있는 협재 해안사구는 지하에 천연기념물인 한림 용암동굴 지대를 품어 안고 있다. 협재 해안사구로 인해 한림 용암동굴 지대는 아름다운 석회 생성물이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협재 배후사구는 해수욕장 이용객들의 야영장으로 사용되면서 육지화되고 있고 골프장이 해안사구의 상당 부분을 잠식한 상태이다.

또한, 협재 해안사구 지하에 있는 거대한 용암동굴 군락 지대는 오래전부터 한림공원의 소유가 되어 사유화되고 상업화되었다. 최근에도 협재 배후사구에서 대규모 토목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해안사구
▲ 지난 2020년 12월경, 협재 배후사구에서 대규모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  이제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을 이야기할 때 

현재 전국적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해안사구는 환경부 지정(생태․경관보전지역, 국립공원, 습지보호 지역) 사구 32개, 문화재청 지정(천연기념물) 사구 4개, 해양수산부 지정(해양보호구역) 2개로 해안사구 및 주변 지역을 합쳐 38곳이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한 군데도 지정된 곳이 없다.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방문객 센터를 설치해 많은 관광객이 생태관광을 위하여 찾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신두리 사구만큼 가치가 낮지 않다. 신양리 해안사구나 사계 해안사구의 경우 신양리층과 하모리층과 연계해서 문화재나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의 가치가 있는 해안사구들이다. 

이 사구들에 대한 가치를 제주도가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과 의지가 없을 뿐이다. 그럼에도 제주도 당국은 도내 해안사구 전수조사를 통하여 해안사구 중 가치가 뛰어난 곳을 선별해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 지정이나 습지 보전지역 지정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해안사구 난개발을 막기 위해 해안사구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신양해안사구, 하모 해안사구, 중문 해안사구, 사계 해안사구, 표선 해안사구 중 일부분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상태이다. (물론 이곳이 해안사구라서 지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외 대부분 해안사구는 개발에 언제든 노출된 상태이다. 해안사구에 대한 개발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막을 제어장치가 없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 조간대는 공유수면으로 지정되어 개발사업은 제주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행정당국의 개발(해안도로 등)을 제외하고는 개발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해안사구는 공유수면에 해당하지도 않고 국내 습지보전법에 연안 습지의 범위 안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육지와 해안의 중간지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관리주체가 애매한 측면도 있다. 제주도당국 안에서도 해안사구의 관리를 환경파트가 맡을건지 해양 파트가 맡을건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제도적인 장치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주도 차원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전국 최초로 해안사구 보전조례를 제정하거나 아니면 기존 조례의 개정을 통해서라도 해안사구를 보전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도내 해안사구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첫 번째 단추가 될 수밖에 없다. 전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구체적인 보전정책을 도출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사례를 볼 필요도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 카이후군에 있는 오하마 해안은 길이 약 500m의 백사장인데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지이다. 이 해안은 1967년에 ‘오하마 해안의 바다거북 및 산란지’로 국가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오하마 해안에서는 5월부터 8월일까지 붉은바다거북의 산란 기간 동안은 백사장과 주변 도로의 통행금지 등의 규제가 강화된다. 

대신에 오하마 해안에 히와사 우미가메 박물관 ‘카렛타’라는 바다거북 전문 박물관을 만들어 생태관광지화 하였다. 중문 해안사구도 2007년까지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된 곳이다. 그래서 해양수산부는 최근에 매년,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들을 방류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다시 중문 색달해수욕장으로 돌아와 알을 낳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알을 낳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해안사구
▲ 중문 해안사구. 바다거북이 2007년까지 알을 산란했던 곳이다.

중문 해수욕장이 사시사철, 24시간 개방되다 보니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들어오기 힘든 것이다. 바다거북은 주로 밤에 알을 낳는다. 그러므로 매해 바다거북 방류행사만 할 게 아니라 오하마 해안의 사례처럼 바다거북이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생태관광지화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세울 필요가 있다.

즉, 해안사구 보전조례 제정과 해안사구 절대보전지역 확대, 보전지역 지정 등의 제도적인 방법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해안사구를 개발의 방법이 아닌 보전을 전제로 한 생태관광을 모색하는 비전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 당국의 정책 기조 전환이 필수적이다. 해안에 대한 개발 기조에서 해안사구를 중심으로 한 보전정책 기조로의 전환이 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더 이상의 해안사구가 사라지기 전에 제주도 당국은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 지난해 5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의소리 특별 공동기획 '제주해안사구'은 오늘 15회째를 끝으로 마감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