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07) 이불 속에서 하는 일도 두석 달이면 남이 안다

* 이불 속에서 호는 일 : 남녀 간의 정사(情事)
* 놈 : 남, 타인

‘이불 속에서 호는 일’ 은유적 표현이 놀랍지 않은가. 한 번 에둘러서 한 말로 실감을 크게 하고 있지만, 바로 알아듣게 나타냈다. 출처=오마이뉴스.
‘이불 속에서 호는 일’ 은유적 표현이 놀랍지 않은가. 한 번 에둘러서 한 말로 실감을 크게 하고 있지만, 바로 알아듣게 나타냈다. 출처=오마이뉴스.

둘이 알면 비밀이 없다, 이미 비밀이 아니라고 한다. 비밀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다. 바깥에 알려져선 안될 은밀한 일도 혼자면 모를까, 둘이 알면 이미 비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상대에게 절대 비밀을 지켜달라고, 이것만은 누구에게도 말해서 안된다고 간곡히 당부했더라도 그 말하지 말아달라 한 말까지 일러바치는 게 묘한 사람의 심리다.

더욱이 남녀가 은밀하게 나누는 불륜이야말로 여간 심각한 일인가.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아닌 거라 다른 비밀과도 성격이 다르다. 이해 당사자, 그러니까 남편에게든 아내에게든, 타자의 귀에 갔다 하면 살림이 거들나게 폭발성을 지닌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적은가.

설령 곧바로 밖에 알려지지 않더라고 두석 달이 지나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마련인 생리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여자가 입덧을 한다든지, 배가 불러온다든지 한다. 옛날 어른들이 흔히 “가이 시집도 안 간디 허리가 커져서라. (그 아이 시집도 안 갔는데 허리가 커졌더라.)”고 하던 게 생각난다. 그런 표증(表症)은 더 뚜렷하게 사람의 눈길을 끌 것이고, 아울러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이 들어서야 그 말의 뜻이 허리통이 보통 때보다 굵어진 걸 그렇게 말한 것이었구나 하고 알아차렸다.

‘이불 속에서 호는 일’ 은유적 표현이 놀랍지 않은가. 한 번 에둘러서 한 말로 실감을 크게 하고 있지만, 바로 알아듣게 나타냈다.

 ‘이불 속에서 호는 일도 두석 덜이 뒈민 놈이 안다’,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남녀 간의 이런 일이야말로 세상 다시 없는 불상사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이런 사회 가치에 반하는 일이 일어나니 문제다.

아무리 비밀스럽게 이뤄진 일도 때가 되면 자연히 세상에 그 정체가 드러나는 법임을 자각하라는 엄중한 훈계의 말로 들린다.

사족을 달게 된다.

우리말에 ‘보쟁이다’라는 말(동사)이 있다. 70만을 넘는 국어사전의 어휘 속에 눈길을 끄는 말이다. ‘부부가 아닌 남녀가 은밀히 만나 서로 간 친밀한 관계를 계속 맺다’로 풀이돼 있다. 

남녀의 정사는 옛날에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국어는 그 나라 사람들 즉 언중(言衆) 속에서 이뤄진 하나의 사회적 약속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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