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이익공유제와 손실보상제에 대한 단상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최근 우리 사회에 ‘이익공유제’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실현 가능성을 차치해두고서라도,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언급되고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생각된다. 하지만 대선 지지율 경쟁 소재로 활용되거나, 진보와 보수 진영을 편가름하는 기제로 활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벌써 여권발 갈라치기란 비판과 함께 반시장법, 사회주의적 발상, 대선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등 좌우의 대립이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가 야기한 사업 환경 변화로 수혜를 입은 업종에서 이익을 기부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수료 인하 등 플랫폼 경제에 적합한 상생협력도 담고 있으나, 주된 내용은 연대기금 조성이다. ‘이익공유제’라는 개념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제기된다. 필자 또한 명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일단은 ‘이익공유제’로 칭하고 논하고자 한다. 

‘이익공유제’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이익공유제가 코로나 사태로 이득을 본 기업에 대한 ‘재산권 침해’ 내지 ‘주주 권리 침해’라는 주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져야지 강제될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이익공유제’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은 비윤리적인 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한다. 

반면에 ‘이익공유제’에 찬성하는 견해는 코로나로 인한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코로나로 이득을 본 쪽이 피해를 보고 있는 쪽을 돕는 것이 사회연대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여권 인사들은 금융업계와 플랫폼 업계를 연이어 만나며 ‘이익공유제’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추세다. ‘손실보상법’,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을 ‘상생연대 3법’을 발의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태세다. 

‘제3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적으로 지원되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을 돕기에는 꽤 미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공유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도울 수 있는 기금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제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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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제는 사회연대의 측면과 기업의 ESG 경영과의 관련성에서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실행 방법이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필자는 이익공유제보다는 특별재난연대세를 제안한다. 코로나로 수혜를 입은 기업과 코로나 상황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한시적인 특별 세금을 부과해,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하자는 주장이다. 증세가 반가울 리 없지만, 이웃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마다해선 안 된다.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건설적 증세 논의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의소리

‘이익공유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일견 타당해 보인다. 첫째는 사회연대의 측면이다. 코로나 사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큰 타격을 가한 반면에, 플랫폼 업계 등에는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이익을 본 기업들이 기금을 마련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자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고 보기 힘든 사회연대의 더 큰 관점이 자리하고 있다.

둘째는 기업의 ESG 경영과의 관련성이다.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는 기업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기업의 성과로 파악하게 된다. ESG 요소를 투자자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ESG 요소는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로 파악되게 된다. ‘이익공유제’가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된다면 주주의 권리 침해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실행 방법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방법이 적절하지 않으면 타당성이 떨어진다. 연대기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익공유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강제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금을 조성하고 기금을 쓰는 과정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세제 혜택이나 정부 사업에 우선권을 주는 등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익공유제’보다는 ‘특별재난연대세(이하 재난세)’로 해결하는 게 오히려 나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재난세’는 코로나로 수혜를 입은 기업과 코로나 상황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한시적인 특별 세금을 부과해,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지원하자는 주장이다. ‘재난세’를 통해 ‘이익공유제’가 추구하는 사회연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익공유제’가 정치권과 재계에 불러오는 불필요한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발적이라고는 하나 사실은 자발적이지 않은 연대기금이 아니라 의무적인 세금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게 낫다.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이익공유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고,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여권이 ‘이익공유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데에는 증세 폭을 낮추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이익공유제’를 도입해도 정부의 재정 적자 폭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증세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익공유제’가 타당할지, 과감한 재정 적자 정책이 좋을지는 중요 선거와 맞물려 시험대에 올랐다. 증세 없이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증세가 반가울 리 없지만, 이웃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증세를 마다해선 안 된다. 이후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건설적인 증세 논의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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