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53) discrimination 차별

dis·crìm·i·ná·tion [dɪˌskrɪmɪˈneɪʃn] n. 차별(差別)
차별은 가차이 싯나
(차별은 가까이 있다)

discrimination에서의 cri-는 ‘분리되어(=separate) 갈라짐’을 뜻한다. 이 cri-에서 나온 낱말로는 crisis ‘위기(危機)’, criticize ‘비판(批判)하다’, crime ‘범죄(犯罪)’ 등이 있다.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는 갖가지 차별이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서 역사적으로 가장 뿌리 깊은(deep-seated) 차별은 역시 인종차별(racial discrimination)이다. 하지만 어떤 차별이 문제가 되고 있는가를 떠나서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심리(psychology)를 되돌아보면, 차별은 늘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imprisonment)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punishment)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고의적인(intentional)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

1800년대 미국 남부에서는 목화사업이 성행했다. 그로 인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게 되자 농장주들은 노예상인들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데려오기 시작했고, 노예상인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을 마치 동물 사냥하듯 억지로 끌고 왔다. 대부분의 백인들은 흑인들을 야만적(savage) 인종이라 생각했고, 노예로 부리는 걸 당연하다고 여겼기에 죄책감(feeling of guilt)도 없었다. 1865년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하며 공식적으로는 노예제도(slavery)가 폐지되었지만, 1991년 LA 흑인 폭동사건에서 보았듯이 흑백 인종차별은 지금도 암암리에 여전하다. 

지난 22일 향년 86세로 별세한 전설적 홈런왕 행크 에런도 미국인의 야구영웅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714개)을 깰 무렵엔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우월주의자(white supremacist)들에게 아주 심한 괴롭힘(harassment)을 당했다. 당시 에런이 받은 편지는 100만여 통에 달했는데 그 대부분이 ‘위대한 루스의 기록은 깨질 수 없으므로 당신은 죽어야 한다’는 협박성 내용이었다. “내 아이들은 납치 위협 때문에 감옥에 있는 것처럼 살아야 했고, 나 역시 도살장 돼지처럼 야구장에서 불안에 떨었다.” 애런의 훗날 고백이다.

차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일이다. 아직까지 백인들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동남아인이나 흑인들에겐 멸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 깊이 반성해봐야만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1948년부터 1994년까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백인들 위주의 인종차별 정책을 썼다. 모든 사람을 백인, 흑인, 유색인, 인도인 등 4가지 인종 등급으로 나누었고, 인종에 따라 사는 곳도 다르게 하고 출입할 수 있는 곳도 구분했으며 심지어 서로 다른 인종 간에는 결혼도 못 하게 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결국 1994년에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당선되어 남아공 역사 최초로 흑백연합정부가 수립되면서 아파르트헤이트는 폐지되었지만, 고질적인 인종차별 의식은 아직도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차별은 멀리서 일어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가까이서 일어난다. 인종차별이나 민족차별(ethnic discrimination)이라고 하면 멀리서 일어나는 남의 일 같지만, 터무니없는 선입견(prejudice)이나 편견이 그 원인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차별은 늘 가까이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우리의 일이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일제 치하(Japanese occupation of Korea)에서 민족적 차별을 몸소 겪었던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의 백인들에게는 상당히 우호적 태도(friendly attitude)를, 동남아시아인이나 흑인들에겐 멸시적 태도(contemptuous attitude)를 보이고 있다면 깊이 반성해보아야만 한다. 멸시하는 대상이 말초감각(peripheral sense)에 의해 그릇되게 파악되고, 또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멸시의 감정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자기혐오(self-hatred)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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