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도, 강력하고 체계적인 습지보전정책 시행하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일 습지의 보존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제정된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성명을 내고 “어느 곳보다 습지가 풍부하고 형태가 각양각색인 제주도 습지 보전정책 현실이 어둡다”며 강력하고 체계적인 습지 보전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세계 습지의 날은 습지 보존을 위해 1971년 열린 람사르 협약에서 채택된 국제습지조약에서 1997년 2월 2일 지정한 세계 기념일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전국에서 가장 람사르 습지가 많은 곳은 제주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습지 면적은 매우 적다”며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들도 대부분은 지정 이전부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들로 람사르 습지 지정이 큰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습지들이라면서 람사르 지정 습지나 한라산국립공원 안 오름, 습지 등을 제외한 수많은 내륙습지는 보호장치가 전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육지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용암 습지들이 많이 분포하지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면서 “그러다 보니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내륙습지가 많다. 그 중 하나가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괴드르못’”이라고 피력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괴드르못은 해발 307m 고지대에 자리한 내륙습지로 약 3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큰 면적의 습지가 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던 곳”이라며 “자체 조사에서도 골풀, 큰고랭이, 부들, 수련 등 습지식물이 풍부했던 아름다운 내륙습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마을 공동재산인 괴드르못 습지는 매립돼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6년여 전 습지가 매립됐고, 지난해 7월엔 제주시가 축사 허가를 내줘 행정심판 청구 끝에 주민들이 승소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도내 내륙습지가 사라져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행정당국마저 매립된 습지에 건축허가를 내준 것만 봐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시 조천읍 대흘1리 괴드르못의 예전 모습. 습지식물이 풍부한 습지였으나 6~7년 전 소리소문없이 매립되어 작년에 제주시로부터 축사 건축 허가를 받았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또 하천 습지와 관련해 “제주도정은 하천정비라는 명분으로 수년간 수많은 하천 원형을 훼손시켰다. 최근 제주시 오라동사무소 위쪽 한천 400여m 구간도 정비공사에 나서며 원형을 파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 하천은 육지부와 다른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독특한 건천으로서 기암괴석과 수많은 소로 이뤄진 하천은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 공간이며 중요한 내륙습지”라고 강조했다. 

연안 습지에 대해선 “제주도 254km 전 해안에 걸친 연안 습지 중 보전지역이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이 한 곳도 없다. 개발이 어려운 환경이나 행정당국에 의해 계속 파괴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성산수마포 해안. 제주도 당국이 문화재보호 구역을 해제하면서까지 510m 모래 해안에 큰 바위를 까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이어 “서귀포시 성산 수마 포구 해안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곳은 신양 해안사구가 포함된 절대보전지역이면서 국가지정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하지만 도정은 문화재청에 요청해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받으면서까지 수마포 해안 510m 구간, 폭 11m를 큰 바위로 덮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한 언론 보도가 나가며 논란이 일자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래유실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모래 해안을 다 바위로 다 덮는다면 제주의 아름다운 모래 해안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해안사구는 관리 주체도 애매하고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어 수없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습지를 품고 있으면서도 제주도정은 람사르 습지 5곳 지정 말고는 습지 보전정책이 미흡했다. 습지보전법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습지보호 지역을 지정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제주도지사에 의해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2017년 제주도 습지 보전 조례가 제정됐지만, 실질적 집행은 미흡하다. 지금이라도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내륙습지에 대한 체계적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하천 습지에 대한 정비 공사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연안 습지 가운데 가치가 높은 곳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방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습지 보전정책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 제주도는 강력하고 체계적인 습지보전정책을 시행하라!

“보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내륙습지의 체계적 보전대책 수립해야”
“하천습지에 대한 하천정비사업 중단해야”
“보전가치 높은 연안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대책 수립해야”

오늘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1971년 2월 2일 람사르 협약이 맺어진 것을 기념하여 제정된 세계 기념일로서 습지의 보존 및 가치를 널리 퍼뜨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습지가 풍부하고 습지의 형태가 각양각색인 제주도 습지 보전 정책 의 현실은 어둡다.

전국에서 가장 람사르 습지가 많은 곳이 제주도(물영아리, 물장오리, 1100습지, 숨은물벵듸, 동백동산 습지 총 5곳)인데도 불구하고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습지 면적은 매우 협소하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들도 대부분 람사르 습지 보호지역 지정 이전부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들로서 람사르 습지 지정이 큰 실효성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습지들이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습지와 한라산국립공원 안이나 오름에 있는 습지 등을 제외하고 도내 수많은 내륙습지는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산섬이기 때문에 육지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용암 습지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지만, 법적 보호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내륙습지들도 꽤 있다. 최근, 조천읍 대흘1리의 괴드르못만 봐도 그렇다. 

괴드르못은 해발 307m 고지대에 자리 잡은 내륙습지로서 최소 약 3,000m²이상으로 추정되는 큰 면적의 습지가 대나무,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던 곳이다. 예전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골풀, 큰고랭이, 부들, 어리연꽃, 수련, 택사, 마름, 갈대 등의 습지식물이 풍부하였던 아름다운 내륙습지이다. 

하지만 최근 괴드르못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습지가 매립되어 버린 것이다. 괴드르못은 대흘1리의 마을 공동 재산이다. 그런데 주민들에 따르면, 6~7년 전, 이 습지가 매립되었고 제주시 당국은 작년 7월에 이 매립된 토지에 대한 축사 허가를 내줬다. 이에, 지역주민 80여 명은 이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최근 승소한 상황이다.

이러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도내의 내륙습지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도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습지 보전관리를 하는 제주시 당국마저 매립한 습지에 건축 허가를 내준 것만 봐도 그렇다. 

또 하나는 하천 습지이다. 그동안 습지보전법에는 내륙습지의 정의에 하천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내륙습지의 범위에‘하천’을 추가한 습지보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은 강과 하천을 습지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하천 습지는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지부와는 전혀 다른 지질·생태·경관·문화적 가치를 가진 제주도의 하천도 마찬가지다. 육지부의 강과는 다른 독특한‘건천’으로서 기암괴석과 수많은 소(沼)들로 이뤄진 제주의 하천은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 공간이며 중요한 내륙습지이다. 하지만 제주도 당국은 ‘하천정비’라는 명분으로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하천의 원형을 훼손시켜 버렸다. 최근에도 오라동사무소 위쪽의 한천 약 400m 구간을 정비공사하면서 제주 하천의 원형을 파괴하고 있다. 

내륙습지만이 아니라 연안 습지도 마찬가지이다. 제주도 254km의 전 해안에 걸쳐진 연안 습지 중 습지 보전지역이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물론 연안 습지의 경우 공유수면에 포함되어 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해안도로 개설, 항포구 개설 등 행정당국에 의해서 계속 파괴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성산 수마 포구 해안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옛날 제주에서 키운 말들을 성산포구를 통해 육지로 보낸 것에 유래해 ‘수마포’라는 이름이 붙은 이 해안은 성산일출봉 바로 아래에 있는 해안으로서 검은 모래로 유명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 지역은 신양 해안사구가 포함된 곳으로서 절대보전지역이면서 국가지정 문화재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런데 제주도 당국은 이 해안을 문화재청에 요청해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받으면서까지 수마포 해안의 510m 구간에 폭 11m로 큰 바위(피복석)들을 모래 해변에 덮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방송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고 논란이 일자 잠시 중단된 상태이다.

모래유실 등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대처 방법으로 긴 모래 해변을 바위로 다 덮어버린다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래 해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곳 신양해안사구만이 아니다. 생태적으로는 해안사구는 명백하게 연안 습지에 포함되지만, 국내 습지보전법에서 연안 습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해안사구는 관리 주체가 애매했고 제도적으로도 보호장치가 전혀 없어 그동안 제주도의 수많은 해안사구가 파괴되었다. 2107년 국립생태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구 훼손율이 80%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해안사구가 많은 곳이 제주도였을 정도이다. 

이처럼 제주도의 내륙습지나 연안 습지는 모두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에서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습지를 품어 안고 있으면서도 제주도 당국은 람사르 습지 5곳을 지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습지 보전정책은 미흡했다고 평가하는게 타당할 것이다. 일례로 습지보전법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습지보호 지역 지정을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제주도지사에 의해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 2017년에 제주도 습지 보전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실질적인 집행은 아직 미흡하다.

그러므로 제주도 당국은 지금이라도 습지 보전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내륙습지에 대한 체계적 관리정책 수립, 하천 습지에 대한 하천정비 공사 전면 중단, 연안 습지 중 가치가 높은 곳에 대한 보전지역 지정, 해안사구에 대한 보전방안 마련 등 다방면에 대한 습지 보전정책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

2021. 2. 2.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김민선․문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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