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교육부 편찬 초등 ‘사회과부도’ 3.1운동-국내 독립·민주화운동지역에 제주도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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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국정교과서 사회과부도에는 제주도가 3.1운동 등 항일독립운동과 6월 항쟁 등 민주화 운동 발생지가 아닌 것으로 표시돼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의소리

교육부가 만든 초등학교 사회과부도 국정교과서에 제주도가 3.1운동 만세시위 발생지도, 독립운동 중심 도시도 아닌 것으로 표기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타 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제주 출신 A씨는 새로 나온 사회과부도 국정교과서를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교과서에 3.1운동과 독립운동 발생지에 제주도가 빠져있었던 것. 

조천만세운동과 해녀항일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항일독립운동이 제주에서도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그는 교과서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며 [제주의소리]에 제보해왔다.

A씨는 “타 지역에서 해당 교과서로 수업받는 학생들은 3.1운동 및 독립운동과 관련해 제주도에 아무것도 표시돼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일제강점기 제주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주 독립운동은 도 전역에서 활발하게 자체적으로 일어난 것이 특징인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표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에서는 이 책으로 수업하지 않는 것이냐. 2019년 3월부터 사용된 책이 3년이 다 되도록 아무도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다”라며 “제주에 있는 선생님들께서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초등학교 사회과부도 국정교과서엔 '3.1운동' 만세 시위 발생지와 '국내 독립운동 중심 도시'에 제주도는 표시돼 있지 않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취재 기자가 해당 내용이 나온 초등 사회과부도를 살펴보니 역사 주제도가 나타난 86페이지에는 ‘3.1운동’과 관련된 내용으로 전국의 만세시위 발생지와 1만명 이상 시위 발생지가 나타나면서 제주도는 표시돼 있지 않았다.

제주도는 한반도 최남단임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 당시 활발한 항일운동으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대표적인 운동은 법정사 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 해녀항일운동 등이다. 

이미 제주에서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보다 5개월 앞선 1918년 무오년, 10월 서귀포시 법정사 일원에서 무장 항일운동이 있었다. 법정사 승려를 중심으로 일어난 도내 최대규모 항일운동이자, 종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규모 무장 항일운동이었다.

조천만세운동은 1919년 3월1일을 기점으로 일제의 탄압에 맞서 싸운 일제강점기 최대 민족·항일독립운동인 3.1운동과 맞물려 일어난 제주지역 3대 항일운동 중 하나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던 3.1운동이 제주에서 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919년 3월21일, 조천 미밋동산에는 ‘대한독립 만세’ 구호가 울려퍼졌고, 인근 군중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김시범이 대표로 3.1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신촌리까지 행진도 이어졌다. 이후 4차례에 걸쳐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A씨는 “당시 조천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형무소로 끌려간 수형기록부 등이 전시돼있기도 한 상황에서 ‘1만명 이상 시위 발생지’는 아니더라도 ‘만세 시위 발생지’로는 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87페이지 [국내의 독립운동] 부분에 나타난 ‘독립운동의 중심 도시’ 역시 한국 여성,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는 해녀항일운동이 있음에도 표시를 찾아볼 수 없었다.

1931년 6월부터 1932년 1월까지 이어지는 해녀항일운동은 여성이 주도한 최대규모 항일투쟁이라는 점과 한국 최대규모의 어민투쟁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구좌·성산읍, 우도면 등 곳곳에서 들고 일어나 일제에 항거한 해녀들만 해도 연인원 1만7000여 명에 달했던 만큼 제주가 독립운동 중심지였음은 자명한 사실이나 독립운동 중심 도시로는 표시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주의 해녀들을 “일제의 착취에 맞선 여성 독립운동가”로 평가하며 ‘제주 해녀항일운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예우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의병운동, 4.19혁명, 6월 민주항쟁 시위 발생지에서도 제주도는 제외됐다. 6월 항쟁 당시 제주시 남문로터리에 집결한 시위대 사진이 버젓이 있음에도 교과서엔 아무런 표시가 되어있지 않았다. 

초등학교 사회과부도는 교육부가 직접 저작에 관여하는 국정교과서로 국내 모든 초등학생은 같은 교과서를 보며 공부하게 된다.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혼을 불사른 분들이 제주에도 많이 있지만, 교과서로는 알 수 없는 형국이다. 

교과서에 나타난 부분만 보면 제주도는 항일운동부터 민주화 운동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그야말로 ‘조용한 섬’ 이 된다. 이에 대해 국가 중심으로 집필되는 교과서인 만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썼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교과서에 따르면 제주는 의병 운동과 민주화 운동인 4.19 혁명, 6월 민주 항쟁 등 시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교과서에 따르면 제주는 의병 운동과 민주화 운동인 4.19 혁명, 6월 민주 항쟁 등 시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독자제공. ⓒ제주의소리
87년 6월 항쟁 당시 제주시 남문로터리에 집결한 시위대를 진압 전투경찰이 에워싸고 대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87년 6월 항쟁 당시 제주시 남문로터리에 집결한 시위대를 진압 전투경찰이 에워싸고 대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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