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사회적경제 관련법 제정, 망설일 이유도 시간도 없다 / 김효철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 양극화가 깊어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부자들은 주식활황과 더불어 코로나 이후에도 자산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한 직접 건강위협과 함께 일자리 상실이나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는 K자 회복세 추세를 보이고 있다. 

1년 전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져 나갈 때 재난이 사회양극화를 더 깊게 할거란 예상이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우리나라 사정도 다르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이면에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라는 어두운 그늘이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에 큰 짐이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양극화 그림자는 더 짙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분기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0만5,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1.6%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소득증가를 이룬 것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방역 성공과 정부 재정투여가 낳은 결과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재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 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1.1%감소했으며 2분위도 1.3%가 줄었다. 하지만 4분위는 2.8%, 5분위는 2.9% 증가해 빈부격차가 커졌다. 1분위와 2분위 소득이 줄어든 데는 근로소득이 10% 가까이 준 영향이 크다. 가계 경제를 노동에 기반해 살고 있는 대다수 노동자나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제주지역도 코로나19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2020년 제주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관광 서비스업이 크게 위축되고 건설업도 부진을 이어가면서 -3% 가량 떨어졌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5% 이후 가장 나쁜 상황이다. 경제위기는 소상공인과 노동자 몫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9년 12월 대비 1.1만명이 줄었다. 고용률은 67.1%로 2.2%p 떨어지고 실업률은 2.3%로 0.1%p 올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재난시대에 사회 양극화를 줄이는 역할은 정부 몫이다.

국제통화기금(IMF)가 밝힌 ‘세계 재정상황 보고서(Fiscal Monitor updates)’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방역과 재난지원금 등에 560억 달러를 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다. 다른 여러 나라도 막대한 정부 예산을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지출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대비 16.7%인 3조530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영국(16.3%)과 호주(16.2%), 일본(15.6%)도 10% 넘게 재정을 지원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선진 경제 국가로 분류된 11개 나라 가운데는 최하위였다.

여러 나라 상황에서 보듯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갖는 불안과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중소상공업 활성화 등 정부 역할은 중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취약한 계층과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으로 지속가능한 회복을 지원하고 포용경제로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재난 시기는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부가 과연 어떤 정부인지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하지만 모든 재난이 그렇듯 정부재정이나 역할만으로 문제해결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방역이 보여주듯 정부 역할 뿐 아니라 재난을 막는 데는 정부지원과 함께 민간 역할이 서로 조응해야 한다.

위기 시기에 사회문제 해결은 정부지출과 함께 민간 영역에서는 사회적경제가 그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

취약계층 고용을 통해 일자리 안전망을 보완하고, 연대와 협력으로 이윤을 공유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사회적경제가 코로나19 시대에 더욱 필요하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본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진 것은 안타깝다.

ⓒ제주의소리
사회적경제는 지역주민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경제방식이다. 경제 불균형 속에 일자리 부족이나 자본과 인력이 지역 밖 유출되는 등 갈수록 피폐해지는 지역경제로 지역소멸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우리 삶과 직결한 과제다. ⓒ제주의소리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19대 국회 때인 2014년 4월에 여당이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 67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사회적경제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입법 취지였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사회주의 경제법’ 이라는 색깔론에 부딪히며 19대 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여야에서 모두 법안을 내며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 움직임은 있었으나 결과는 19대 국회 때와 같았다. 

21대 국회 들어서 다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비롯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포함하는 사회적경제 3법이 발의됐지만, 법안 심사는 더디기만 하다.

어느덧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고 14년이 지났고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발의된 지도 7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린 것이다.

그동안 사회는 양극화와 커지는 빈부격차,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 환경파괴로 지속 가능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거주불능 지구라는 섬뜩한 말까지 생겼다.

코로나19 대유행 1년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를 볼 때 우리 사회를 이루는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비롯해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시급한 과제다.

사회적경제는 지역주민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경제방식이다. 도민 스스로 지역재생이나 사회서비스 제공, 1차 산업과 연계한 제품 생산 등 지역과 밀접한 경제활동으로 지역에 활력을 준다. 또 그 과정에서 장애인, 고령자, 취약계층 고용 등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경제 불균형 속에 일자리 부족이나 자본과 인력이 지역 밖 유출 등으로 갈수록 피폐해지는 지역경제로 지역소멸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우리 삶과 직결한 과제다.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경제 관련법 제정이 2월 임시국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사회적경제 3법 제정을 위해 전국에서 사회적경제인들이 입법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남도의회에서는 제정촉구 결의안을 의결하고 국회에 법제정을 촉구했다.

사회적경제는 진보냐 보수냐를 넘어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과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사회적경제 관련법 제정을 더 이상 망설일 이유도 시간도 없다. / 김효철 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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