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2005년 마련된 자연 친화적 하천정비사업 추진 방침은 유명무실”

ⓒ제주환경운동연합.
현재 오라동사무소 위쪽 부근에서 남쪽 현대자동차 대리점까지 약 400m 구간에서 한천정비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천 오라 지구 지방하천 정비사업-한천 고호우안 1지구) ⓒ제주환경운동연합.

하천정비 사업으로 제주의 하천이 파괴돼 하천 정비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4일 성명을 내고 “홍수 피해 방지를 명분으로 진행되는 하천정비 사업으로 제주 하천의 원형이 상당 부분 파괴됐다. 제주도는 친환경적인 하천정비 지침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제주시는 오라동주민센터 인근 한천 오라지구 지방하천 정비사업(한천 고호우안 1지구)을 추진하면서 석축을 쌓고 있다. 

하천 양쪽으로 석축을 쌓으면서 하천은 원형을 잃고 있다. 

한천(漢川)은 무수천과 함께 제주 산북 지역에서 가장 큰 하천이며, 옛 지도에는 대천(大川)이라 표기돼 있다. 백록담 정상에서 발원해 제주시내를 관통하며, 유명 관광지인 방선문도 한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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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비사업 중인 현장에서 남쪽으로 약 1km 내의, 한천의 모습.(한라도서관 부근) 한라산 최상류의 한천의 모습과도 다를 바 없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도는 하천정비 사업으로 하천의 원형이 훼손된다는 논란으로 2005년 8월 ‘자연 친화적 하천정비사업 추진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지침은 ▲자연 친화적인 하천정비로 전환 ▲생태계·경관 훼손 최소화 ▲하천정비계획 수립 시 지역 특성을 살리고, 설계 시 전문가와 지역주민 의견 수렴 등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해당 지침이 유명무실화됐으며, 하천 정비 사업으로 인해 한천의 아름다운 경관이 하류 부근부터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행정은 하천정비 과정에서 하천의 바닥을 건드리지 않는다 했지만, 석축을 쌓기 위해서는 하천으로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 파괴된다고도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은 “하천정비는 제주 하천 파괴의 주범이다. 수해상습지 개선, 재해위험지구 정비, 배수 개선 사업, 하도 준설, 소하천 정비사업 등 모두 홍수를 예방하는 사업인데, 홍수피해 근거나 자료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천 하천정비 사업과 관련해 홍수피해 민원에 대한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태풍 시 인근 지역주민 등 유선을 통한 민원접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제주 하천정비 사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옹벽·석축 건설은 오히려 유속을 증가시키고, 시굴시 급격히 붕괴돼 안전사고 위험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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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외도천 정비 공사 모습. 현재 제주도 하천정비 방식은 제주도 고유의 하천의 모습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어 “수십만년간 제주의 하천은 수많은 홍수를 감당해 왔다. 굴곡진 시간이 제주의 하천을 만들었다.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곳은 하천에 바짝 근접해 지은 농경지나 건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은 “문제는 다른 구간에서 쪼개기 방식으로 하천정비 사업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 동산교 인근도 하천정비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해당 구간에는 ‘동산물’이라는 용천수가 나오는 곳이다. 동산물은 과거 제주성내를 오갈 때 쉬면서 목을 축이고, 식수로 쓰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하천정비를 통해 원형을 훼손할 것이 아니라 침수 피해 지역 토지를 매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용측면에서는 정비공사보다 낫다”며 “근거가 명확치 않은 하천 정비 예산을 삭감하고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비 공사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제주 하천 특성에 맞는 하천정비지침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육지부 ‘강’에 적용되는 공법을 건천인 제주 하천에 적용하다보니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겼다. ‘자연 친화적 하천정비사업 추진 방침’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바꾸는 등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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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산교 아래의 동산물(용천수). 이곳도 하천 정비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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