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앞두고 직원들에게 제일 미안하죠. 다시 일어설 겁니다. 직원들하고 약속했습니다”
소방 화재조사반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반이 분주히 건물 안팎을 둘러보는 현장에서 박진우 대표는 멍하니 잿더미로 변한 제품들을 주시했다.
부서지고 넘어진 개업축하 화환 사이로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는데 열중했다. 하루가 지났지만 건물 안팎에서는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불은 개업 나흘 만에 발생했다. 7일 오전 3시15분쯤 제주시 오라2동 애조로에 위치한 효성전자서비스 창고형 가전마트 건물 2층에서 불이 시작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창고 문을 강제로 열어 불길 속으로 들어섰다. 20여대 차량과 7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불을 끄기까지 장장 2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2층 내부와 서측 비닐하우스 창고에 보관 중이던 에어컨과 TV 등 판매용 가전제품이 잿더미로 변했다.
설 연휴를 대비해 사들인 전기 프라이팬과 여름 특수를 겨냥해 미리 확보한 선풍기 등 2억 원 어치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건물과 창고에는 약 15억원 상당의 물품이 보관 중이었다.
불연성의 유리섬유 자재로 건물 전체를 둘러싸 다행히 1층은 피해가 덜했다. 일반 샌드위치 패널 형태의 건물처럼 구조가 녹아내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업체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제주시내 분산된 가전 A/S센터와 판매전시장을 통합해 2020년 7월부터 이 곳에 창고형 마트를 짓기 시작했다. 건축비만 6억원을 쏟아 부었다.
지난말해 준공을 마치고 판매와 전시용 제품들을 줄줄이 사들였다. 설 연휴까지 앞둬 다양한 제품을 미리 확보해 2월3일 개업식까지 열었지만 나흘 만에 화마와 마주했다.
정확한 화재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주소방서는 8일 오전부터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등과 합동 감식을 벌여 발화지점과 원인 등을 특정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박 대표는 “왜 불이 났는지 우리도 알 길이 없다. 직원들도 모두 퇴근해 건물 안에는 사람도 없었다”며 “고객들의 접근성을 위해 이 곳까지 이사를 왔는데 너무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사가 끝나면 서둘러 복구 작업을 진행해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 밖에 없다. 직원들과 힘을 합쳐 일어서겠다. 4월에는 다시 문을 열어 고객들과 만나겠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더불어 “풍성해야 할 명절을 앞두고 큰 일을 겪었지만 40여명의 직원들과 한 약속을 지키려 한다. 미리 준비한 명절 떡값은 예정대로 지급할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