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읍 청년들 "양적 관광, 행복한 삶 보장 못해...여론조사 반대 참여해달라" 호소

9일 오후 5시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성산읍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는 청년들. ⓒ제주의소리
9일 오후 5시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성산읍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는 청년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설 경우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청년들이 반기를 들었다.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기지), 신화역사공원 등의 선례에서 보여지듯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허황된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성산 출신 청년들을 중심으로한 성산지역을 사랑하는 청년들 모임인 '성산읍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는 청년들'은 9일 오후 5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2공항을 '성산의 미래,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보기 좋은 말들로 포장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더이상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들어서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설연휴 직후 실시되는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를 앞두고 "제주의 청년들이 나고 자란 땅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느냐,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에 관한 중차대한 기로"라며 "30년 전의 낡은 사고에 기반한 제2공항 건설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질 높은 관광과 다양한 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할 제주 청년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청년들은 "평균 임금 최저, 상용 근로자 비중 저조, 직무 다양성 부재, 제주 청년 일자리 문제의 현 주소다. 낮은 임금에 안정성까지 떨어지는 일자리, 관광과 서비스업에 극히 편중된 구조"라며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 관광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친환경 농업과 6차 산업의 성장을 통해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면 제주의 청년 일자리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적 팽창으로 누적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와중에 제2공항이 건설된다면 현상 유지 또는 더 나쁜 방향으로 쐐기를 박는 일이 될 것"이라며 "양적 관광 중심의 관광산업의 구조와 체질은 그대로 유지되고 불안정한 일자리만 일시적으로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가속화되는 인구감소 추세와 관광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제주 제2공항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은 "저출생,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인구 감소에 돌입했다. 질병감염과 범죄 피해, 기후 위기를 염려하는 여행객들이 안전과 친환경을 추구하는 추세"라며 "아직도 관광객이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공항 확충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무지한 시대착오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 개발을 통해 관광객을 무차별적으로 많이 받아들이는 경제정책은 이미 실패했다"며 "그동안의 과잉관광으로 건설자본, 외지자본은 수익을 가져갔지만, 정작 제주도민 삶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최고의 환경을 지닌 제주도가 외지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은 "양적 관광으로는 도민과 성산주민, 청년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9일 오후 5시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성산읍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는 청년들. ⓒ제주의소리
9일 오후 5시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성산읍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는 청년들. ⓒ제주의소리

이들은 "제2공항을 추진하는 이들의 주장처럼 관광객이 계속 늘고 양적 성장이 계속된다고 해도 큰 문제를 수반한다. 제주도는 주차난과 교통정체, 쓰레기와 오폐수 처리 문제 등 관광지라는 특수성에 의한 부작용을 오랜 기간 겪고 있다"며 "제2공항을 통해 입도하는 관광객이 늘어나 개발이 가속화되고 환경자원이 파괴되며 더 많은 자동차, 쓰레기와 폐수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제주도민과 성산 주민은 과연 행복하겠다"라고 반문했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면 반박했다.

이들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이름으로 강정에 해군기지를 지을 때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얘기했지만,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에서도 지역주민 우선고용을 약속했지만, 대부분 말 뿐이었다"며 "전문성을 요하는 공항 정규직에 성산과 제주의 청년들이 들어갈 자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공항, 또는 그 주변 개발로부터 파생된 일자리가 우리의 꿈은 아니다. 제2공항 계획의 존폐 여부와 관계 없이 제주와 성산에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젝옹항이 일자리를 가져다주기만 할 것처럼 포장하면 안된다. 미래의 질적인 생태관광을 위한 터전과 자산을 파헤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청년인 김현지씨는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제2공항 문제를 지켜봤고, 이것이 과연 우리 마을의 미래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세대의 청년들이 환영할 수 있는 사업인 것일까 고민했다"며 "지역 청년들은 국토부가 정한 미래가 아닌, 우리 스스로 우리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씨는 "성산읍 열 두개의 마을은 대대손손 긴 세월 어려움을 헤치며 함께 살아온 성산 사람들이다. 좋은 일 기쁜 일 함께 나누며 어려운 이웃을 보듬고 함께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마을에서 배우며 자랐다"며 "진정한 성산읍의 미래는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꼭 참여해 제주를 지키고, 성산을 지키는 일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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