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25) 안내견 입장 거부 사건, 부족한 인식 드러내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퍼피워커가 마트 출입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퍼피워커가 마트 출입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예전과는 다르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안내견을 동반한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화면 속에서 나오는 장애인은 주인공의 주변인이거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만들어 타자화하는 모습들로만 묘사되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 속에서의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퍼피워커가 마트 출입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안내견에 관한 뉴스가 SNS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안내견에 대한 우리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퍼피워커(Puppy Walker)는 안내견 훈련을 받을 강아지를 생후 7주부터 약 1년 여간 가정에서 맡아 양육하는 자원봉사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실내에서의 생활과 지역사회 내에서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공공시설과 같은 실외장소에 익숙해지는 사회화 과정을 퍼피워킹이라고 한다.

마트 측에서는 고객의 응대과정에서 견주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 것은 마트 측의 문제로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일들이며 안내견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시선 또한 문제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안내견이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지역사회의 여러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적응과 훈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말했듯이 그동안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안내견이 겪은 어려움과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냈음과 동시에 안내견이 사용자에게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법에서도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은?

안내견 또는 보조견에 관한 내용은 법으로도 명시되어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에서도 시각장애인 당사자 의원의 안내견과 관련하여 출입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국회법에는 안내견 출입을 막는 조항은 없으나 회의 진행의 방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은 반입이 안된다는 규정으로 안내견 출입을 가로 막았다. 위와 같이 법으로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누리고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오히려 차별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퍼피워킹을 하고 있는 퍼피워커, 안내견의 지원을 받는 시각장애인 당사자. 이 두 사례를 살펴보면 문제는 장애 또는 당사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들과 사회의 환경일 것이다. 퍼피워커가 안내견 교육을 왜 하고 있는지, 안내견이 사회화 과정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시각장애인 당사자에게 안내견이 왜 필요한지 다시금 생각을 하고 장애가 아닌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COVID19) 상황 속으로 접어든지 1년이 되었다. 우리사회는 장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차별로 인해 더욱 큰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다 같은 사람으로서 공존하는 삶의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해본다.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성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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