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열 여섯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제주의 오래전 풍속 하나는 구정 날 아침이면 정주목에 정낭 셋을 활짝 열고 동네 친족을 맞을 준비를 했다. 요즘은 정낭이 없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살기 때문에 올레의 정낭 생각을 않는다. 대신에 스마트폰을 열고 전화로 친족 맞을 준비를 한다. 금년 구정(舊正)에는 코로나로 5인 가족만 모여 차례를 올리게 됐다.

한국 이동통신 스마트폰 가입자(010)가 7000만 명을 돌파했다. 19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텔레콤의 전신)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지 37년 만이다. 010은 스마트폰 통합이동통신 번호이다. 즉 010-ABCD-EFGH. 그런데 스마트폰의 ‘010’ 식별 번호가 정낭에서 왔다면 어떨까?

서광 정낭-디지털 Nor Logic과 스마트폰. 사진=이문호.
서광 정낭-디지털 Nor Logic과 스마트폰. 사진=이문호.

1995년 당시, SK의 ‘열린 세계’에 필자는 1년 동안 이동통신 뿌리 칼럼을 연재했다. 요점은 다음과 같다. 제주 정낭(錠木) 코드는 3개의 서까래를 정주목에 ‘탁탁’치면서 삽입해 집주인의 존재(存在) 유무(有無)를 나타냈다. 이때, 8가지 상이한 정보를 외부에 나타낼 수 있는데 정낭 3개 중에 가운데 하나만 걸쳐 있으면 ‘010’으로 집안에 사람이 없으나 이웃에 잠시 마실(外出)을 가서 곧 돌아온다는 의미다.

오른쪽 0 Bit은 시간(時間), 가운데 1은 공간(空間), 왼쪽 0은 집주인이 존재 유무를 알렸다. 즉, 010에서 오른쪽 Bit가 0은 시간적으로 가깝고 가운데 1이니까 공간적으로 멀리 있고 왼쪽 Bit가 0은 집주인이 출타 중이다. 집주인을 스마트폰으로 보면 스마트폰은 집안에서나 집밖에서, 공간적으로 멀리 가있는 사람과 시간적으로 가까운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통화가 OK.

010은 동양사상으로도 풀어낼 수 있다. 주역(周易) 태극(太極)에서 건곤감리(乾[111] ,坤[000], 坎[010], 離[101]) 즉, 하늘·땅·물·불 가운데 감(坎·010)괘(卦)에 해당한다. 삼다수가 전 국민의 약수(藥水)가 된 것처럼. 010 스마트폰의 식별번호도 제주의 정낭코드에서 비롯해 전국적으로 7000만이 쓰는 코드가 됐다. 제주인의 긍지(矜持)가 아닐까. 

이 뿐인가. 정낭코드 응용은 하나 더 있다. DNA 유전자다.

생명(生命)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유전자가 핵(核), 그 뿌리가 DNA 코드다. 집에 정낭 두 개일 경우를 보면, 정낭 두 개가 열려 있을 때는 태음(太陰·00), 윗 정낭이 닫히고 밑에 정낭이 열려있을 경우는 소양(少陽·10), 소양이 반대는 소음(少陰·01), 태음이 반대는 태양(太陽·11)이다. DNA는 00이 C(cytosine), 10은A(Adenine), 01은 U(uracil)과 T(thymine) 그리고 11은 G(guanine)이다. 사람의 DNA 조성비는  A=U=T=30%, G=C=20% 이다. A,U=T와 C와 G는 서로 상보성(相補性:Complementary) 코드로 사상(四象)이다. 물론, A+U+C+G=100%. 여기서 간단히 확장하면 RNA가 되고,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의 변형 유전자가 된다. 즉 유전자 서열(Sequence)이 변이(變異)가 생긴 경우다.

우리나라의 010의 역사

이동통신의 역사를 보면 통신 사업자별로 011~019로 나눠졌었다. 011 SK텔레콤 CDMA, 012 SK텔레콤 무선호출기, 013 KT파워텔 무전기, 014 PC통신, 015 서울 나래 부일이동통신 무선호출기, 016 KTF(현 KT) PCS, 017 신세기통신 CDMA(이후 SK텔레콤에 합병), 018 한국통신 엠닷컴 PCS(이후 KTF에 합병), 019 LG텔레콤(현 LG U+) PCS다.

010 통합 번호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4년 이전에는 011에서 019까지 통신사별 식별 번호만 존재했다. 이후 010으로 통합되면서 터치스크린 ‘톡톡’ 스마트폰 시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가 탄생시킨 아이팟(iPod)과 아이폰(iPhone)의 감각적인 인터페이스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관련이 있다. 

스티브 잡스의 인간의 본능을 알다 : 터치스크린 ‘톡톡’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보면 손으로 만지고 싶어 하는데, 이는 손가락이 몸의 다른 어느 부위보다도 뛰어난 촉각을 지녔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은 마우스나 키보드보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Interface)를 갖춰 무엇이든 만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잘 충족시킨다. 

ps. 이 칼럼을 톡톡 치며 읽어주시는 청주의 유만형 박사님, 제주의 문후경 선생님, 그리고 모든 독자분들 구정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

# 이문호

이문호 교수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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