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동일 디자인에 관변단체 ‘주민자치위원회’까지 참여...“지역 이기주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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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표선면 일대에 제2공항을 찬성하는 현수막이 설 연휴와 함께 내걸렸다. ⓒ제주의소리

설 연휴와 함께 서귀포시 표선면 일대가 ‘제주 제2공항 찬성’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동일한 디자인의 현수막에는 관변단체인 ‘주민자치위원회’까지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관제 여론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후, 남원읍에서 표선면으로 향하는 도로마다 비슷한 현수막들이 곳곳에 내걸렸다. 현수막 양쪽에는 ‘제2공항 찬성’, ‘여론조사 찬성’이란 노란 글씨가 적혔고 가운데에는 제2공항을 찬성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누가 현수막을 걸었는지도 함께 적혀있다. 

얼핏 둘러보며 확인된 현수막만 20개가 넘는다. 표선면 지역 자생단체들이 주도한 모양새인데, 설 연휴를 앞두고 동시에 설치됐다고 알려진다.

▲농촌지도자 표선면회 ▲표선면연합청년회 ▲표선면체육회 ▲세화2리경로당 ▲한국농업경영인표선면회 ▲표선로타리클럽 ▲표선면축구연합회 ▲표선면 한지동경로당 ▲표선면청소년지도협의회 ▲표선면청년회의소 ▲제주시표선면향우회 ▲표선리 서동경로당 ▲대한노인회 서귀포시지회 표선면분회 ▲대한노인회 서귀포시지회부설 표선노인대학 ▲표선상가번영회 ▲해병대표선전우회 ▲표선리경로당 ▲성읍민속마을보존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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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면 성읍민속마을 입구에 내걸린 제2공항 찬성 현수막.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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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선면 번화가 한 가운데 내걸린 제2공항 찬성 현수막. ⓒ제주의소리

이 가운데는 표선면주민자치위원회도 속해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제주특별법 제45조에 근거를 두는 관변단체다. 각 읍·면·동은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주민자치센터 관할구역별로 주민자치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한다. 도지사가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경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도 더한다.

현수막에 등장한 상당수 단체는 같은 내용으로 종이신문 광고를 낸 바 있다. 동일한 현수막 디자인과 관변단체까지 참여한 모양새를 볼 때, 사실상 표선면에서 제2공항 찬성으로 관제 여론몰이에 나선다는 의혹을 받기 충분하다. '제2공항 여론조사에 적극 참여하자'는 중립적인 내용으로 현수막을 게시한 옆 동네 남원읍 주민자치위원회와 대비된다.

표선면은 제2공항이 들어설 성산읍과 바로 맞닿아 있다. 때문에 표선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항 건설로 인해 경제적 수혜지가 된다는 기대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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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읍 주민자치위원회(위쪽)와 표선면 주민자치위원회(아래)의 제2공항 현수막. ⓒ제주의소리

오창섭 표선면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공무원들은 제2공항 여론조사에 중립을 지키라는 지시가 있어서 우리는 현수막과는 무관하다. 현수막을 걸겠다는 의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법 현수막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다만, 도 전역에 찬반 현수막이 내걸린 상황에서 한쪽 입장만 뗄 수 없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면 현수막 정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표선면내 마을 임원 A씨는 “표선 지역 단체들이 발 벗고 나서서 ‘제2공항 찬성’ 분위기를 만들고자 붙인 것 같다. 하지만 관변단체인 주민자치위원회까지 나선 것은 관제 몰이라는 오해 소지가 없진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양돈장에 대해서 악취 피해가 우려된다며 적극 반대해놓고, 대규모 난개발로 주민 삶의 터전이 대거 상실될 제2공항은 간접 이득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환영한다는 표선면의 이중 잣대가 편협한 지역 이기주의 다름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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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을 표선면 입장에서 바라본 현수막 문구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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