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한국문학 거장 소설가 조정래

그동안 제주도는 온갖 난개발로 섬의 모든 지표가 그 임계점에 와있습니다. 한때 항공인프라 확충이라는 이름으로 제주 신공항 또는 제2공항이 도민숙원사업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500만 명대였던 관광객이 불과 10여년 만에 벌써 한해 1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오가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메가 관광시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관광객을 더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제2공항의 전제인데 이 전제가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 첫 단추를 제주도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 연휴 직후 도민여론조사로 운명이 갈릴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 오늘날 한국사회의 양심적 지식인을 대표하는 네 분 원로의 특별칼럼을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차례로 싣습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지낸 강우일 주교, 한국문단의 거장 소설가 조정래 선생, 건축계 원로인 환경건축가 김원 선생,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판화가 이철수 화백이 바라보는 제주 미래와 제2공항 이야기입니다. / 편집자 
소설가 조정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국문학의 거장 소설가 조정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결사반대한다. 

왜냐하면 그 사업은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를 탕진하고 완벽하게 실패한 제2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업은 대통령 자리를 이용한 이명박 씨의 왕고집으로 국민들 74%가 반대하는데도 그 일을 밀어붙여 ‘4대강 죽이기’를 보기 좋게 성공시켰던 것이다. 그 무모한 행위로 탕진된 국민 혈세가 공식 22조, 비공식 30조라고 알려져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국민들은 다 알았는데 이명박만 몰랐던 무지로 수수만년에 걸쳐 형성되어 온 조국 강토를 무참히 살육했던 것이다. 그 죄를 어찌 물어야 할까.

‘자연 파괴는 인간의 자멸’이라는 진리를 무시한 제주 제2공항 사업은 필패일 수밖에 없고, 그건 곧 제주를 4대강처럼 죽이는 만행이다. 제주도의 생명과 가치와 미래는 ‘자연’인 것을 범인류적 세계단체인 유네스코에서 명백하게 입증해주고 있다. 유네스코는 제주도를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 자연유산’,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재, 지정하였다. 세계 그 어떤 지역이 이렇듯 3개 부분에 겹치기로 등재, 지정될 수 있을 것인가. 그만큼 제주도는 소중한 인류의 공동 재산이며, 대한민국만의 재산일 수 없고, 더구나 제주 도민만의 소유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세 가지가 등재될 때마다 기쁘게 환호했고, 굳게 약속했던 것이다. 하늘의 한량없는 선물인 제주도의 빼어난 자연 유산을 잘 지키고 가꾸며 보존해 나가겠노라고.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민족문학의 거장 소설가 조정래 선생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의 미래와 대척점을 이루고 국민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란 육필 원고를 [제주의소리]에 보내왔다. ⓒ제주의소리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민족문학의 거장 소설가 조정래 선생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미래 제주의 걸림돌일뿐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란 취지의 육필 원고를 [제주의소리]에 보내왔다. 조정래 선생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4대강 사업'을 빗대어 제주 제2공항은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사업임을 역설했다.  ⓒ제주의소리
‘자연 파괴는 인간의 자멸’이라는 진리를 무시한 제주 제2공항 사업은 필패일 수밖에 없고, 그건 곧 제주를 4대강처럼 죽이는 만행이다. 사진 속 왼쪽은 제2공항 예정 부지 예상도, 오른쪽은 4대강 공사가 이뤄진 뒤 녹조가 창궐한 대구 달성군 낙동강 달성보 하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자연 파괴는 인간의 자멸’이라는 진리를 무시한 제주 제2공항 사업은 필패일 수밖에 없고, 그건 곧 제주를 4대강처럼 죽이는 만행이다. 사진 속 왼쪽은 제2공항 예정 부지 예상도, 오른쪽은 4대강 공사가 이뤄진 뒤 녹조가 창궐한 대구 달성군 낙동강 달성보 하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런데 제2공항을 건설하려고 한다. 그건 전면적 자연 파괴이며, 전 인류에 대한 배신이며, 제주도의 자살행위이다.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고도 제주도가 빼어난 자연 환경을 보존하여 세계적인 관광지로 융성할 수 있는 현명한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벌써 몇 년 전에 프랑스와 독일의 전문가 집단에서 현재의 제주공항을 확장, 리모델링하면 자연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고, 비용도 5분의 1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 현명한 길을 두고 왜 굳이 제2공항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 음험한 음모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치하는 자들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명령을 귀 활짝 열고 똑똑히 들어야 한다. 제2공항 건설 찬성보다 반대하는 제주도민이 훨씬 더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때처럼. / 소설가 조정래

소설가 조정래는?

‘작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온 생애를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작가정신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500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1943년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에서 태어나 광주 서중학교,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비롯해,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허수아비춤』 『사람의 탈』 『인간연습』 『비탈진 음지』 『황토』 『불놀이』 『대장경』, 중단편소설집 『그림자 접목』 『외면하는 벽』 『유형의 땅』 『상실의 풍경』 『어떤 솔거의 죽음』 등을 발표했다.
산문집으로 『누구나 홀로 선 나무』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의 시선』『조정래 사진 여행: 길』과 함께, 문학인생 50년을 담은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출간했다. 또한 고등학생 손자와 함께 집필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와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인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김구』 『박태준』 『세종대왕』 『이순신』을 발표했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만해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심훈문학대상 등을 수상했고,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오페라·뮤지컬·만화로 만들어졌으며, TV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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