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교육주체다] (12) 교육공무직 포함 초중등교육법 개정 촉구

흔히 교육의 3주체로 ‘교사·학생·학부모’를 꼽는다. 잠시 시선을 돌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다른 주체가 있다. 교육활동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소위 ‘비교사 노동자’로 호칭되는 이들도 분명한 교육주체다. 학교라는 교육공간에서 노동의 차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존중도 보장되어야 한다. 경쟁과 차별을 넘어 협력과 지원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는 주민자치 교육감 시대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현장 전문가의 릴레이 와이드 인터뷰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 편집자

교육공무직원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정의당 강은미 의원 대표발의)이 내일 16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된다. 상정된다고 바로 심사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심사할지 모르지만, 일단 회의 안건에는 올랐다. 

개정안은 간단하다. 초중등교육법 제19조 [교직원의 구분] ②항에 ‘학교에는 교원 외에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직원 등 직원을 둔다.’에 ‘교육공무직원’ 여섯 글자를 추가한다. 직원이니까 법에 넣자는 취지다. 

내일 16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내용.

제주도교육청 소속 무기계약직 교육공무직원은 2021년 3월 기준으로 22개 직종 1천9백59명이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운동부지도자 등 기간제노동자까지 합치면 2천 명이 훌쩍 넘는다. 제주도교육청이 지난해 11월 말 입법 예고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정원관리 규정]을 보면 무기계약직 22개 직종의 각 정원수와 교육공무직원이 직종에 따라 하는 직무도 설명되어 있다.

학교에서 급식 지원을 하는 영양사, 석식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사와 교육지원을 하는 유치원방과후전담사, 과학교육업무실무원, 특수교육실무원, 돌봄전담사, 유아교육사, 교육복지사 등 행정지원을 하는 행정실무원, 시설관리원, 경비원, 청소원 등 이들은 학교에서 교원, 행정직원과 더불어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 정해진 근무장소에서 주어진 직무를 수행한다. 직원이다.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가면 ‘뉴스/소식’ 메뉴에 들어가면 ‘인사/채용/시험’란에 교육공무원, 지방공무원과 함께 교육공무직원도 명시되어 있다. 이석문 교육감이 교육의원으로 있던 2013년 8월 도의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제1조 [목적]을 보면 ‘이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소속 각급 기관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의 채용절차와 관리기준을 마련하여 교육감 소속 직원으로서의 위상정립과 근로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에 명시된 교육공무직원.

국가교육통계도 2014년부터 학교 직원 수에 무기계약직을 포함했다. 그 결과는 매년 교육통계분석자료집 유초중등교육통계편에서 볼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 학교교육개발원은 매년 [학교(교비)회계 분석 종합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직원을 공립은 공무원과 교육공무직, 사립은 행정직과 교육공무직으로 구성했다. 학교교육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으로 전국 학교에서 17만 명의 교육공무직원이 일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년 공립 사립 학교 회계분속 종합보고서 중 일부. 직원 수에 공무원과 교육공무직으로 분류했다.

교육공무직원은 직원이다. 물론 교원 및 행정직원과 노동의 형태나 종류는 다르다. 공무원과 달리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처럼 직원인데도 초중등교육법에 ‘교육공무직원’이라는 이름은 없다. 전국에 17만 명이 일하고, 제주지역에도 2천여 명이 ‘교육공무직원’으로 일하는데도. 

개정안을 두고 보수 교원단체는 개정안을 반대하고 철회를 요구한다. 보수 교원단체가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교육공무직원의 공무원화나 공무원연금 적용 △교육공무직원은 노동관계법 및 근로기준법상 법적 지위 적용 등을 그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1조 [목적]을 보면 ‘이 법은 교육기본법 제9조에 따라 초․중등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의 종류, 학생과 교직원, 교육과정 및 수업, 학교회계 등을 학교 운영의 기본적인 내용을 규정한 법이다. 개정안은 물론 법안 어디에도 교육공무직원의 공무원화나 공무원연금 적용과 관련된 부분은 없다. 개정안 역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제19조 교직원에 ‘교육공무직원’ 여섯 글자를 추가할 뿐이다. 

보수 교원단체는 교육공무직원이 노동관계법 및 근로기준법상 법적 지위를 적용받고 있다는 것을 개정안 반대이유로 대고 있지만, 노동관계법 및 근로기준법은 ‘교육공무직원’ 신분이 노동자라는 것을 이야기할 뿐 학교에서 일하는 직원 자격이 없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2011년부터 시작한 학교 무상급식은 우리 사회 보편적 복지의 대명사였다. 아침마다 엄마들이 아이들 도시락을 싸야 하는 가사노동에서 해방 시킨 일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맞벌이 가정에 유치원방과후전담사와 돌봄전담사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 아이들이 여러 학원을 뺑뺑이 돌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통합교육을 받기 위해서 특수교육실무원은 반드시 있어야 할 존재들이다. 교원업무경감을 위해서 과학교육실무원, 전산실무원, 행정실무원들이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교육공무직원 이외에도 수많은 직종의 노동자들이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학생교육에 전념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자녀가 잘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공무직원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전국의 학교와 교육청 곳곳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 있다. 

교육공무직원이 직원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 노동자 신분은 학교 직원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우리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가 아니다. 헌법으로 모든 사람의 존엄이 보장받는 사회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육공무직원도 학교 직원이다.

# 박진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1천3백여명의 제주지역 최대노조다. 박진현은 2014년 4월부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교육선전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중앙에서 일한 햇수를 합하면 20년 가까이 노동조합에서 일했다. 박진현 국장은 원래 부산 사람이다. 2013년 제주로 이주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제주로 이주하면 노동조합에서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떠들었지만 헛말이 됐다. 지금 제주 와서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면,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일한 것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한 해도 파업과 투쟁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노동조합 하는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노동존중 평등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노동과 삶을 전하고자, 제주의소리에 연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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