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이슈] 제주대, 고액 기부자들 동상 세워줘...불법 연루 中 양지혜 란딩 회장 흉상도

주가조작·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살아있는 기업인의 동상(흉상)이 진리의 상아탑인 국립 제주대학교내에 설치되어 있는 사실을 아는 도민은 얼마나 될까? 설문조사 결과, 도민과 대학 구성원들 대다수가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생존 기업인을 기부금만을 기준으로 동상을 설치하는 제주대 발전기금 고액 기부자 동상건립 사업에 대부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간 17주년을 맞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대학발전기금으로 10억원 이상의 거액을 기부한 생존 기업인을 대상으로 동상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최근 온·오프라인(비대면·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총 25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2.4%(156명)가 '발전기금을 냈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기업인의 동상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살아있는 기업인이 거액을 기부했다는 이유로 대학이 동상을 세우고 있어 비즈니스적 접근이 아니냐는 비판과 추후 해당 기업인의 심각한 도덕적 결점이나 범법 행위에 연루됐을 때 철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대학교 사슴동산에는 주가조작 의혹과 뇌물 제공 등 혐의로 중국 공안에 구금됐던 중국인 기업가 양지혜(仰智慧) 란딩인터내셔널 회장의 동상(흉상)이 설치돼 있다. 

2017년 양 회장은 제주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며 제주대에 대학 발전기금 10억 원을 내놓았다. 제주대는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로 양 회장에게 동상을 제작해 대학 발전에 기여한 다른 기업인들의 동상 옆에 나란히 설치했다. 제주대는 동상 뿐만아니라, 후학에게 새로운 인재와 리더의 표상이 됐다며 양 회장에게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제주대학교 사슴동산에 설치된 양지혜(仰智慧) 란딩인터내셔널 회장 흉상.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사슴동산에 설치된 중국인 기업가 양지혜(仰智慧, 양즈후이) 란딩인터내셔널 회장 동상(흉상). 양 회장은 제주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 사업에 투자한 중국 기업인이다. 지난 2018년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에 연루돼 중국 공안에 구금되기도 했다. 최근 카지노와 리조트사업이 핵심인 제주신화역사공원 경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발전기금 유공인사에 대한 예우 기준에 따르면 제주대는 10억 원 이상 기부자에 대해서 ▷동상(흉상)제작 ▷개교기념식 내빈 초청 ▷골프아카데이 이용료 할인 ▷제주대병원 1회 100만 원 한도 종합검진 평생 무료 ▷진료비 평생 30%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양 회장 흉상 역시 이 기준에 따라 설치됐다. 동상 건립취지문에는 “양지혜 박사는 제주대 인재육성 프로그램에 깊이 공감하여 제주대에 총 10억 원의 발전기금을 쾌척함으로서 학교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 제주대 구성원 모두는 박사님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자 이 상을 세운다”고 적혀 있다. 

동상 제막식 당시의 허향진 총장도 “제주대는 흉상제막과 더불어 회장님의 고귀한 뜻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양 회장은 중국 금융업계 사상 최대 부패 스캔들인 화륭자산관리공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구금되면서 제주신화역사공원 리조트와 카지노 경영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부동산 분석 웹사이트인 ‘밍티안디(mingtiandi)’에 따르면 양 회장의 구금은 화륭자산관리공사 간 비즈니스와 관련 있다. 이때문에 화륭자산관리공사 수장이던 라이샤오민(賴小民) 전 회장은 3000억 원대 뇌물수수와 중혼 등 혐의가 인정돼 사형이 집행됐다. 

양 회장의 란딩인터내셔널은 2016년 화룽자산관리공사에서 8400만 달러(약 931억)의 자금을 차입하는 등 사업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양 회장은 지난해 자신이 투자한 잠수장비 업체 중잠(中潛)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해당 기업 이사와 총재직에서 사임하는 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자신이 설립한 제주신화월드 란딩카지노에서 현금 145억 원이 사라진 것과 관련해 돈을 빼돌린 용의자가 양 회장의 측근이라거나, 사라진 돈이 양 회장의 비자금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난무한 상황이다. 

양 회장은 현재는 제주신화역사공원 경영권에서 아예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역사공원 사업주체인 람정제주개발 대표이사도 현재 양지혜 회장이 아닌 '린촉추'라는 전문 경영인으로 바뀐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상아탑에 기부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대학 측이 동상을 세우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대상자에 대한 여러 부문의 평가와 별개로, 살아있는 기업인에 대해 흉상을 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적 시각이 높다. 

제주대학교 가족기업으로 등록된 도내 모 기업의 대표 A씨는 "대학에 세우는 생존 기업인 동상을 포함한 주요 시설물은 학내 구성원 협의기구와 같은 별도의 공식기구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대학 구성원 대부분이 동상 건립 자체를 모르고 있는데 , 동상 건립 취지문에 나온 '대학 구성원 모두는 귀하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자 이 상을 세운다'고 한 것은 말장난"이라며 "국립대가 이른바 기부금 모금을 위한 비즈니스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학발전기금을 낸 생존 기업인 동상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총 304명 가운데 65명, 21.4%가 '알고 있다'는 답변을 했고, 239명, 약 78.6%가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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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혜 란딩인터내셔널 회장의 동상이 설치된 것을 아는 응답자는 250명 가운데 14명인 5.6%에 그친 반면, 모른다는 응답은 236명인 94.4%에 달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가 제주대 재학생들은 물론 일반 도민을 대상으로는 총 304명(대면 54명, 비대면 250명)에 대해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지난 2월말 실시했다. 비대면으로는 네이버 폼 설문 조사를 통해 250명, 대면 설문 조사는 학내에서 직접 대면조사 방식으로 54명의 응답을 들었다.

설문조사 결과 총 304명 가운데 239명, 약 78.6%가 양지혜 회장을 포함한 다수의 생존기업인들의 동상이 설치된 것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서만 진행된 추가 설문에서는 주가조작과 뇌물 제공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양 회장의 동상이 학교 안에 있는 줄 몰랐다는 답변이 250명 가운데 236명으로 94.4%에 달했다. 흉상 존재 여부를 알고 있던 응답자들도 누구의 것인지는 몰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대학발전기금을 냈다는 이유로 동상을 세워주는 행위에 대해 얼마만큼 공감하냐는 질문에는 매우 긍정적 7명(2,8%), 긍정적 86명(34.4%), 매우 부정적 69명(27.6%), 부정적 87명(34.8%), 무응답 1명(0.4%)으로 나타났다. 

긍정 답변이 93명 37.2%, 부정 답변이 156명 62.4%로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절대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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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발전기금을 냈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기업인의 흉상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물음에는 250명 가운데 156명, 62.4%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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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사슴동산에 설치된 대학발전기금 기부 기업인 동상들. 10억원 이상의 고액만 기부하면 생존 기업인에 대해서도 동상을 세워주는 국립 제주대학교의 대학발전기금 기부 기업인 동상 추진사업은 학내 구성원은 물론 도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양지혜 란딩 회장처럼 일부 부적절한 사례때문에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실천하며 진정 존경 받아야 할 대상자들의 이름마저 불명예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 왼쪽부터 오헌봉 유성건설 회장, 故 이왈옥 제주팔레스개발 회장, 김명신 대림화학 회장.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사슴동산에 설치된 생존 기업인 동상은 양 회장을 포함해 오헌봉 유성건설 회장, 김명신 대림화학 회장, 고추월 월자제지 회장 등 4명이다. 이들은 대학발전기금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제주 출신의 생존 기업인이다.

제주대에 따르면 오헌봉 회장은 1998년부터 대학발전기금 등 약 15억 원을 전달하며 2013년 사슴동산에 동상이 설치됐다. 김명신 대림화학 창업주 역시 토지와 감귤나무, 발전기금 등 11억여 원을 쾌척하며 동상이 세워졌다. 

고추월 월자제지 회장은 여성기업인 최초로 2015년 제주대에 동상이 만들어졌다. 2008년부터 약 11억 원이 넘는 거액을 기부했다. 

이처럼 고귀한 뜻을 가지고 지역대학 발전을 위해 힘썼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학내 구성원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동상을 만들어 설치할 경우 우상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양 회장의 경우와 같이 동상을 세우는 것은 그 업적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동상의 성격상 모두의 귀감이 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등 대상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충북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동상은 현재까지 존치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충북 음성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동상은 생존인 동상 논란으로 비판 여론에 따라 2016년 철거됐다. 이 밖에도 세계 곳곳에선 고인의 흉상까지도 문제가 발견된다면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유명인사의 동상 존치 여부 논란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양 회장의 경우 한국은 물론 자국인 중국에서까지 구설에 오르고 있어 예우 기준에 맞는 동상제작이라 할지라도 그 의미를 되새겼을 때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학측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동상 설치 기준을 강화해 추후 논란에 따른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대학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기려 흉상을 설치한다는 의미에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제주 미래를 책임질 청년을 양성하는 지역대학의 발전을 위해 발전기금은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며, 진정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라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지나친 비즈니스적 시각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여러 곳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 제주대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발전기금 유공인사 예우 기준과 기부자 의사에 따라 흉상을 제작, 설치하게 된다. 양 회장 흉상 역시 예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양 회장 흉상에 대한 존치 여부 논란이 생긴다면 철거했던 사례는 없지만, 관련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양지혜 란딩인터내셔널 회장은 흉상이 제막된 이후 부패 스캔들과 주가조작 혐의에 연루되며 중국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양지혜 란딩인터내셔널 회장은 동상이 제막된 이후 부패 스캔들과 주가조작 혐의에 연루되며 중국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람정제주개발 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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