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법환동 마을공동묘지 멧돼지 무리 잇단 출몰로 골머리

최근 제주도 서귀포시 중산간의 어느 공동묘지를 찾았던 마을주민은 입구에 파헤쳐진 흙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손들의 벌초로 깔끔했던 봉분은 폭격을 맞은 듯 잔디가 뜯기어 나가고 흙은 사방으로 흩어져 쑥대밭으로 변했다.

고인의 표식을 알리는 비석도 마찬가지였다. 땅에 박히고 받침대에 세워진 비석조차 무엇인가에 부딪힌 듯 원래 자리를 벗어나 있었다.

서귀포시 법환동 마을공동묘지가 멧돼지 무리 출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멧돼지가 풀뿌리를 먹기 위해 공동묘지를 헤집고 다니면서 지상으로 튀어나온 봉분이 공격대상이 됐다.

1차 습격으로 피해를 본 묏자리를 대대적으로 정비했지만 최근 또 다시 공격을 받았다. 수십년 태풍까지 견디어 온 비석도 멧돼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법환 마을주민은 “지난해 공동묘지가 훼손됐고 처음에는 멧돼지인지도 몰랐다. 보수 후 추가로 확인해보니 멧돼지 피해였다. 무덤까지 파헤칠줄 몰랐다”며 황당해했다.

뿔난 주민들은 최근 서귀포시를 찾아 야생동물 포획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서귀포시는 기피제를 우선 살포하고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에 연락해 대리포획을 요청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최근 법환동은 물론 고근산 인근 감귤농가까지 멧돼지가 출몰하고 있다. 감귤나무 열매와 이파리까지 뜯어 먹어 농가들이 아연실색하는 일도 있었다.

포획단은 지난해에만 93마리의 멧돼지를 잡았다. 지난해 서귀포시에 접수된 멧돼지 관련 민원만 123건에 이른다. 이중 166차례나 포획단 출동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27명의 유해야생동물 포획단 중 멧돼지를 전담하는 인력은 8명”이라며 “오늘(24일)부터 투입해 주요 출몰지점 길목을 차단하고 포획 작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