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장애인 성폭행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접근한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 강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A씨 사건의 원심을 파기하고 25일 광주고등법원 제주부로 돌려보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옆집에 살던 지체·시각장애 3급 여성 B씨를 강제로 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2014년 10월 제주에서 기소됐다.

2015년 10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강제추행과 성폭행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법률상 장애인강제추행과 장애인강간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에는 장애인에 대한 강간과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최대 무기징역에서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 수위가 더 높다.

이는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과 항거능력, 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낮은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가중처벌하자는 취지다.

원심 재판부는 B씨의 지능이 보통 수준이고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점 등을 이유로 성폭력처벌법 상 장애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6년 3월 항소심 선고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일반 강제추행과 강간은 유죄로 봤지만 장애인강제추행과 장애인강간은 무죄로 해석했다.

쟁점은 피해 여성을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명시된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법률상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이 성폭력처벌법의 취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와 범위, 판단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다”며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해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라 A씨는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제주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더 높아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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