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82) 생강나무 (Lindera obtusiloba Blume) - 녹나무과 -

1936년 <조광> 5월호에 발표된 김 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산골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의 주인공 ‘나’와 점순이의 순박한 애정행각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작품인데 그 소설 속에 동백꽃의 표현을 빌리면,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이 소복하니 깔리었다.’ 고 노란 동백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 노란 동백이 이번 주에 소개해 드릴 생강나무입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김유정 작가의 고향은 강원도 춘천인데 강원도 사람들은 이 생강나무를 노란 동백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 부르며, 산동백나무라고도 부르고 있어 소설 속에 나오는 노란 동백은 바로 이 생강나무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춘천시 소재의 김유정 기념사업회 사이트에 가서 확인해 보니, 이렇게 생강나무를 ‘봄. 봄에 핀 동백꽃의 향기’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출처=사단법인 김유정 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예부터 추운 지방의 사람들은 이 생강나무의 연한 순으로 차의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꽃이 지고 난 뒤의 잎은 가을에 노란 단풍이 드는 나무로 노란 꽃을 피우고 노란 잎으로 마감을 하는 나무입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생강나무 꽃 피기 직전 모습 촬영.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이 생강나무는 잎이 나오기 전에 이른 봄에 노란 꽃을 피우는데, 수꽃은 깊게 갈라진 꽃덮이 조각이 6개와 수술이 9개인 산형꽃차례로 피어납니다.

** 산형꽃차례 : 많은 꽃꼭지가 꽃대 끝에서 방사형으로 나와 그 끝마디에 꽃이 하나씩 붙는 꽃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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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수꽃.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생강나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생강나무는 조미료로 쓰는 생강과 관련이 있습니다.

나뭇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꺾으면 은은한 생강 냄새가 나는데, 식물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유(精油)라고 하여 여러 가지 화합물을 가지고 있는 성분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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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암꽃.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생강나무의 다른 이름으로는 황매목<黃梅木>이라고 하여 노란 매화가 피는 모습을 연상시킨 말입니다.

생강나무의 사투리로는 ‘새양나무, 아구사리, 개동백꽃’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나무입니다.

생강나무는 암,수 딴 그루라 암나무를 찾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강나무의 암꽃은 암술머리가 툭 튀어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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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암꽃과 암술머리.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나오는데 잎이 특이하게 끝에서 3~4갈래로 갈라지는 특징 때문에 숲에서 만나면 금방 구별할 수 있는 나무가 바로 이 생강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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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의 잎.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산수유나무도 비슷한 시기에 거의 같은 모습으로 꽃을 피우는데 생강나무 꽃보다 산수유나무 꽃의 꽃자루가 약간 더 길고 생강나무는 꽃을 피운 줄기 끝이 녹색이고 산수유나무는 갈색입니다.

꽃이 가지 끝에 꽃자루가 거의 없이 붙어 있고 줄기나 가지가 매끈하면 생강나무입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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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의 꽃말이 ‘수줍음’이라고 합니다.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노란 꽃망울을 피워내는 것이 수줍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제 산책길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 보는 것 또한 코로나를 이기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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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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