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자립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사회정착 돕는 특화지원 체계’ 가능성 발견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 청도시락점넷이 제주 가정밖청소년을 위해 진행한 자립지원 프로젝트. 가정밖청소년들은 실제 사업장에서 CEO들과 대화하며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거쳤다. 요식업 분야와 운송업 분야 두 과정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요식업 분야에는 정창언 피자굽는 돌하르방 대표가 멘토 역할을 맡았다. ⓒ제주의소리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 청도시락점넷이 제주 가정밖청소년을 위해 진행한 자립지원 프로젝트. 가정밖청소년들은 실제 사업장에서 CEO들과 대화하며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거쳤다. 요식업 분야와 운송업 분야 두 과정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요식업 분야에는 정창언 피자굽는 돌하르방 대표가 멘토 역할을 맡았다. ⓒ제주의소리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에서는 지난 1년간 제주 곳곳에서 벌어진 주민주도형 문제해결 프로젝트인 ‘리빙랩’의 내용이 소개됐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판을 깔고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주제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대안까지 찾는 생활실험이었다.

27일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는 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우리동네지역아동센터, 제주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제주시일시청소년쉼터로 구성된 네트워크 조직인 청도시락점넷이 진행한 가정밖청소년·청년 자립지원 프로젝트에 대한 과정과 결과과 공유됐다.

‘같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없는 청소년’을 위한 제주지역 청소년 전문기관과 청년들이 협업이었다. 우선, 간담회를 통해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발표에 나선 백희봉 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센터장은 “주변에 어른들이 없다보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모르게 가장 심각한 부분이었고, 그 핵심은 결국 일자리 문제였다”며 “지속적으로 그들의 자립역량을 키울 수 있는 특화된 지원체계가 필요하겠다는 문제의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인턴쉽 과정을 통해 실제 취업까지 이끄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7~25세의 청소년들이 요식업과 운송업 두 개의 분야로 나눠 참석했고, 각각 멘토가 아이들을 이끌었다.

실제 현장 CEO가 직무교육 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 태도까지 함께 대화하는 맞춤형 지지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일정시간 이상 참가자들에게는 교육수당이 지급됐다. 진로설계 아카데미부터 실제 사업장 탐방, 창업 워크숍까지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백희봉 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센터장. ⓒ제주의소리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백희봉 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센터장. ⓒ제주의소리

백 센터장은 “공동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관련 기관, 담당자, 멘토간 끊임없는 소통과 사례 발굴이 이뤄져야 하고, 실제 사업자들의 요구에 맞춘 교육지침을 만들 필요성도 체감했다”고 말했다.

가정밖청소년들과 함께 지속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안정된 사회정착을 지원할 특화된 지원체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협업 실험이었다.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김도영 제주국제대 교수는 “자립의지가 첫 번째이지만 주변의 도움이 중요하다는 점이 나타났다”며 “청소년들의 동기에 누가 불을 붙일 것이냐가 중요했다. 자립에 멘토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의 변화의 결과를 봤더니 ‘과거보다 나에게 맡겨진 일을 할 수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그 동안 우리가 너무 짧게 아이들을 지켜봤다는 얘기다. 막상 함께해보니 충분히 변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경미 제주도의회 의원은 “가정밖청소년 중에는 아동 때부터 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많다”며 “이들 청소년들에게 정서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가정밖청소년들 자립을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 복권기금 등 좋은 재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발표자 및 패널들의 주요 발표 요지. 

백희봉 (사)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센터장

가장 시급한 문제가 가정밖청소년들의 자립문제라고 생각했다. 7개 전문기관과 청년 두 명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는데 여기서는 ‘가장 어려운 청소년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가장 어려워하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학교밖청소년들에게는 주변에 어른들이 없다보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그 문제는 결국 일자리 문제였다.

지속적으로 그들의 자립 역량을 키우고, 이들을 위한 특화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1차 간담회에서 나왔다. 2차 간담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그렇게 나온 게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인턴쉽 과정에서 시작해 어떻게 취업에 이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요식업과 운송업 두 개의 과정을 운영했고, 두 개 과정의 멘토는 각각 5명씩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가까이서 지냈다.

이제 앞으로는 이런 일학교 공동사례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 사업자들의 요구에 맞춘 교육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개선점도 있었다.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 패널로 토론에 참석한 김대영 제주국제대 교수(왼쪽)와 김경미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2021 제주 소통협력 주간 '사회적 협력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 포럼'에서 패널로 토론에 참석한 김도영 제주국제대 교수(왼쪽)와 김경미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김도영 제주국제대 교수

지금까지 청소년들에게 이뤄지는 지원은 “공부만 잘하면 돼, 엄마아빠가 나머지는 다 해줄게”와 같은 방식이었다. 이를 지원해줄 수 없는 가정밖청소년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그래서 가정밖청소년들을 도와주려고 하면 ‘그러니까, 엄마아빠 말 안듣고 집을 나온 아이들을 도와준다는 거야?’라는 냉소적 반응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리빙랩 결과를 보니 이 청소년들이 주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첫번째는 자립의지가 중요하지만 그 다음에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했다. 특히, 청소년 나름대로 동기가 있었다. 대부분 아닐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뭔지는 모르는데 나름대로 해보고자하는 동기들이 있었다. 여기에 누가 불을 붙일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참가 학생들은 ‘나에게 맡겨준 일을 잘 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이후에 잘 할 수 있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노력하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그 동안 너무 짧게 아이들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막상 실제로 아이들이 해보니 결과는 달랐다. 또 멘토의 도움이 컸다. 자립에 멘토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자립의지 향상을 위해서는 단순 취업역량 향상 뿐 아니라 자존감, 자신감, 책임감 향상 부분도 함께 들어가야 동력이 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멘토와 함께 이런 부분들이 맞아 떨어지면 ‘말 안 듣는 아이’, ‘학교에 안가는 아이’가 아니라 인구감소 시대에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자체 지원사업까지 이어지도록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경미 제주도의회 의원

관련 조례에 ‘가정밖청소년’이라는 단어를 넣는 과정까지가 어려웠다. 법률적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조례에 넣겠다고 해서 중앙부처와 상당히 많은 논의가 있었다. 소위 ‘가출청소년’이 ‘가정밖청소년’으로 바뀌는 어려운 과정을 보면서 우리의 잘못된 인식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제주는 작년 5월 전국 최초로 가정 밖 청소년 자립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제정 시 가장 고민한 게 자립이라는 부분이었고, 그에 앞서 ‘지금 가정밖청소년의 정서적 지원에 손을 놓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유가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 가정을 나오는 청소년 중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많다. 아동 때부터 학대를 당하다가 청소년이 되니 틈이 생기는 것이다. 생존에 몸부림치는 청소년들에게 정서적 지원으로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정서적 지원에 대한 부분이 지금 조례에는 충분히 녹아나지 못해서 앞으로 더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

발표를 들으며 가슴 아팠던 것이 재원에 관한 부분이다. 복권기금 같은 경우 취약계층을 위한 성격이다. 이를 연계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또 토론회, 간담회, 홍보 등을 통해 가정밖청소년들과 학교밖청소년들의 자립 기반을 만드는 게 저를 비롯한 도의원들의 역할이라고 본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