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7주년 기획-자전거 활성화 10년] ③ 막히고 끊기고 정비・보수에 또 150억 투입해야

 

제주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정책 흐름에 발맞춰 자전거이용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공공자전거를 도입하고 환상의 자전거길을 조성하는 등 10년간 수백억 원의 혈세를 쏟아부었다. 당초 2020년까지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을 10%까지 끌어 올리기로 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그사이 등록 차량은 사상 첫 60만대를 넘어 교통 혼잡은 훨씬 더 심각해졌다. 창간 17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가 자전거이용 활성화 정책 추진 10년을 맞아 제주의 현주소를 세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016년 10월4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헬멧을 쓰고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에 등장했다. 주변으로 수십 대의 자전거 행렬이 만들어졌다.

임기 시작 1년 전에 완전 개통한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전거이용 활성화 유도가 목적이었지만 이용자 불편과 안전시설 미흡을 고스란히 확인하는 자리였다.

환상자전거길은 자전거이용 활성화 정책의 핵심 사업이다. 민선5기 우근민 도정은 2010년 혁신적인 녹색교통체계 구축을 위해 광역 간선고속버스와 녹색자전거 도로망 구축을 계획했다.

제주도는 2010년부터 국비와 지방비 각각 178억8000만원씩 총사업비 357억6000만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자전거길 인프라 구축 사업에 나섰다.

5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15년 11월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10개 구간에 234km의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졌다. 제주 해안을 따라 자연의 풍광을 느낄 수 있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반면 도로 폭이 좁고 끊기는 구간이 속출하면서 민원이 잇따랐다. 노선 내 불법 주정차와 보행자 겸용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까지 제기돼 환상의 자전가도로가 아니라 환장의 도로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실제 환상자전거길의 95% 이상은 자전거 외에 보행자도 함께 통행할 수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다. 분리대나 경계석, 페인트 표시로 차도와 단순히 구분된 것이 대부분이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자전거도로의 구분)에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4가지로 구분한다.

제주는 차량 통행량 증가와 교통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자전거 우선도로 지정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선도로 지정을 위해서는 경찰청과의 사전 협의도 필수다.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의 편의성도 기대 이하다. 환상자전거도로의 26.6%인 61.4km 구간이 2m 이하의 좁은 도로 폭이다. 전체의 9.0%인 20.9km 구간은 폭이 1.5m에도 미달한다.

해안가의 경우 마을 내부도로를 겸하는 구간이 많아 주민들의 안전까지 걱정해야 한다. 도로 포장 형태도 제각각 이어서 바닥 훼손시 즉각적인 복구도 어렵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통일된 자전거 도로 계획마저 마련되지 않아 안내선과 표지판도 따로따로다. 통일화된 정책의 부재는 땜질식 처방으로 이어졌다.

제주도는 개통 이듬해인 2016년 6억3300만원을 시작으로 2017년 8억2200만원, 2018년 10억5600만원, 2019년 13억6000만원, 2020년 13억700만원을 유지보수비 등으로 투입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투입한 자전거 관련 혈세만 410억원에 달한다. 제주도는 올해도 자전거도로 보수와 교육, 보험 가입 등을 위해 10억3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환상자전거길의 문제점과 정비 필요성은 2017년 수립된 ‘제주특별자치도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에서도 등장했다.

당시 용역진은 환상자전거길 전체 구간에 대한 자전거 우선도로 시범지정과 무인인증센터 정비, 환상자전거길 주변 시설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제주도는 기존 불합리한 노선을 변경하기 위해 3년만인 2020년 ‘제주 환상자전거길 노선조정 및 정비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다시 진행했다. 과업 목표는 2020~2023년까지 4년간이다.

용역진은 안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어 기존 환상자전거길 10개 구간에 대해 전면적인 도로 정비를 제안했다. 도로폭 1.5m 미만 구간의 확장 공사도 요청했다.

2024년까지 자전거도로 정비에 필요한 예산만 157억7200만원으로 추정했다.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일부 구간은 폐지해 신규 조성을 주문했다. 예상 사업비는 7억5700만원 가량이다.

환상자전거길의 거점지역인 인증센터 개선을 위한 사업비 1억7550만원까지 포함하면 향후 4년간 추가 투입해야 할 예산만 170억5300만원에 달한다.

용역진은 “환상자전거도로의 기능 유지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연차별 집행 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고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순 자전거도로가 아니라 대중교통과 공공자전거 등 좀 더 확대된 생활 속 자전거 정책이 필요하다”며 “자전거와 도로 등 관리 부서간 기준 정립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자전거길이 도로와 겹치면 도로 공사과정에서 자연스레 정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며 “양 행정시를 통해 예산과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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