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3특별법 제정 전면 개정...5일 특별법 전면개정 도민 보고대회 개최

73년전 제주4.3의 도화선이 된 3.1절 기념식이 열렸던 관덕정 앞마당에서 제주에 새로운 봄이 왔음을 알렸다. 

5일 오전 10시 관덕정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 주최, 제주4.3유족회 주관으로 ‘4.3특별법 개정 도민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대회는 2000년 1월12일 4.3특별법 제정 이후 7717일만인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전면 개정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도민 사회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오임종 4.3유족회장을 비롯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좌남수 제주도의장,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 정연순 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 등 이번 4.3특별법 전면 개정에 힘을 모은 민·관 대표자들이 모두 참여했다. 

4.3 영령들도 이날 보고회를 반기는 듯 했다. 지난 4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몰아치던 비바람도 보고대회를 앞두고 멈췄다. 또 행사 도중에는 따뜻한 새 봄 햇살이 제주 관덕정 마당 일대를 감쌌다.

이날 보고대회에서 오임종 회장은 제주에 "새봄이 왔다"고 선언했다. 

오임종 4.3유족회장이 제주에 새봄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오 회장은 감사의 인사를 통해 “4.3의 도화선이 된 관덕정, 이 자리에서 제주에 새봄을 알리게 돼 기쁘다. 모두가 노력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 시작이다. 4.3 당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을 해원해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4.3유족회는 4.3특별법 전면 개정에 힘을 모아준 각계각층의 노력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정의로운 나라를 실현하고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한 오 회장은 도움을 준 민·관과 도민 앞에 큰 절을 올렸다. 

4.3특별법 전면 개정을 통해 4.3의 완전한 해결에 다가갔음을 알리는 기쁜 날이었지만, 강춘희 4.3유족회 부회장의 얘기는 보고대회 현장을 엄숙하게 했다. 

강 부회장은 “저는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제가 2살 때 어떤 사람들이 조사할 것이 있다고 아버지를 데려갔는데, 그 날 이후 아직까지 아버지의 생사를 모른다. 할아버지도 4.3 당시 목포형무소로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전했다. 

강춘희 4.3유족회 부회장이 4.3 당시 자신이 겪은 일을 전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저의 남동생도 4.3 때 목숨을 잃었다. 저를 키워준 할머니는 나중에 치매에 걸렸는데, ‘아기야. 울지마랑 혼저 글라(울지 말고 빨리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저에게 4.3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만 했다. 다만, 할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4.3특별법 전면 개정을 통해 죽은 남동생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동시에 사망신고도 같이 해야 한다. 동생이 생존했었다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다. 4.3으로 대가 끊긴 우리집으로 오는 배·보상금을 뜻깊게 쓰겠다”고 말해 현장을 엄숙하게 했다. 

원희룡 지사는 축사를 통해 “정부가 배·보상 산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중이다. 4.3 피해자와 유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4.3으로 아픈 제주에 진정한 봄이 오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좌남수 의장은 “맺힌 응어리를 푸는 단초가 이제야 마련됐다. 4.3은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유린된 사건”이라며 “의회는 보완입법 등 전면 개정 후속 조치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여·야 합의로 전면 개정이 이뤄진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말하지 못했던 4.3의 역사를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다.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 등 4.3교육을 내실화해 4.3의 세계화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축사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좌남수 제주도의장,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앙조훈 이사장은 각계발언을 통해 “4.3특별법 제정 당시 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면 개정도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4.3 영령이 도와줬다. 4.3이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과거사 해결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모두가 4.3 세계화에 같이하자”고 전했다. 

정현순 이사장은 “2000년 제정된 4.3특별법은 아쉽고 허전한 부분이 있었다. 정권마다 4.3피해자에 대한 예우왜 대우가 달랐다. 4.3 70주년을 맞아 결성된 범국민위 소속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성과를 보고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강철남 제주도의회 4.3특위 위원장도 “이제야 73년 전 4.3의 아픔을 이야기 못한 채 가슴에 품고 눈감은 4.3영령 앞에 제주의 진정한 봄이 왔다고 조금이나마 말할 수 있게 됐다. 제주4.3을 화해와 상생을 넘어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승화시켜나가는 길에 도의회가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미래세대 대표로 나선 현경준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4.3은 먼 과거가 될 수 있고, 지금보다 적극적이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래세대로서 끝까지 노력하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고민해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보고대회에서 허영선 4.3연구소 소장은 ‘법 앞에서’라는 시를 낭동했으며, 제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은 ‘해방의 노래’를 통해 기쁜 소식을 알렸다.

보고가 모두 끝난 뒤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다같이 만세를 외치면서 4.3특별법 전면 개정을 반겼다. 

보고대회 참가자들이 다같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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