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교육주체다] (13) 세계 여성의날 교육공무직 여성노동자들

흔히 교육의 3주체로 ‘교사·학생·학부모’를 꼽는다. 잠시 시선을 돌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다른 주체가 있다. 교육활동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소위 ‘비교사 노동자’로 호칭되는 이들도 분명한 교육주체다. 학교라는 교육공간에서 노동의 차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존중도 보장되어야 한다. 경쟁과 차별을 넘어 협력과 지원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는 주민자치 교육감 시대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현장 전문가의 릴레이 와이드 인터뷰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 편집자

3월 8일은 11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가 되었다. 유엔이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하고 기념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여성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여성에게 더 차별적이었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5일 온라인으로 제주지역 여성대회가 열렸다. 제주지역 여성대회 참여단체들은 선언문을에서 “코로나 19의 위기는 제주여성들에게 더욱 가혹하다”며 “잃어버린 일자리, 감소된 소득, 개별 가정으로 떠넘겨진 돌봄과 가사 노동에 대한 독박부담에 대한 정책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7일 기념메세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는 여성의 열악한 노동여건과 성별 격차 등으로 여성에게 더욱 큰 타격이 되었고, 돌봄 책임까지 여성에게 전가되면서 여성이 일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장관은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함께 연대하는 힘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그것이 3.8 여성의 날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정신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여성 노동자인 교육공무직 

제주지역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도 대부분 여성노동자들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지부장 김은리)에 가입한 1300여명 조합원 중에 97%가 여성노동자들이다. 

지금 40대, 50대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출산과 육아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었다. 특히 이 세대의 남성들은 가부장 문화 속에서 (제주는 더 심하다) 육아에 동참하지 않았다. 육아를 어느 정도 완료한 다음 다시 일자리를 찾아 학교로 온 여성노동자들이 많다. 

창립한지 10년차를 맞이한 교육공무직 제주지부 

올해 3월 퇴직한 급식실 노동자를 인터뷰한 기사(“닮은꼴 인생역정” 20년 세월 버텨온 급식노동자의 삶. 제주의 소리. 2020. 9. 7.)을 보면, 문수옥씨는 “우리한테 이야기 안 해주니까 연차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라며 “내가 일하는 곳이 학교니까 열심히 일하면 월급도 거기에 맞춰서 줄 거라는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사실은 그러지 않은 거에요.”라고 토로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이다. 문수옥씨도 당시 노동조합 창립에 앞장섰다. 제주지역 1호 조합원이 홍정자 전 지부장은 “월 60, 70만원 급여가 100만원만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노동조합을 시작했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학교장 계약에서 교육감 채용으로. 여전히 기간제노동자들이 존재하지만, 많은 직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최저임금 시급에 맞춘 허울뿐인 연봉제도 바꾸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학교 돌봄이 부각되고, 학교 급식의 중요성 역시 재조명되었다. 단순히 학교가 수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공동체성을 키우는 곳이라는 점 역시 새롭게 발견되었다. 코로나19로 학교는 새로운 관점에서 재발견되고 변화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반면에 코로나 19로 학교가 재조명될 때 초동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고, 급식실 노동자 4명이 최근 2년 사이에 음식물 감량기에 손가락이 절단되고 으스러지고 베였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육아시간, 자녀돌봄휴가 필요

몇 년 전부터 교육공무직에도 20, 30대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출산 및 육아기 여성노동자들의 비율이 높아졌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생기는 학교 및 돌봄 공백은 고스란히 여성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인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년 한 해 많은 조합원들이 가족돌봄휴직 및 휴가, 육아휴직 등에 대해서 노동조합에 문의를 했다. 

교육공무직 여성노동자들은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육아시간을 우리도 쓸 수 있냐는 문의가 많았다. 공무원들은 자녀가 만 7세 생일이 되는 날까지 하루에 2시간 유급으로 육아시간을 쓸 수 있다. 물론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교육공무직노동자들도 육아기근로시간단축을 신청해서 쓸 수 있지만, 그 기간은 1년으로 정해져있다. 

공무원이 유급으로 쓸 수 있는 자녀돌봄휴가(연 2일)에 대해서도 문의가 많았다. 이 역시 교육공무직노동자들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보장된 가족돌봄휴직 및 휴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무급이다. 

교육청에 제안한다. 교육공무직노동자에게도 공무원과 동일한 자녀돌봄휴가, 육아시간을 적용하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코로나19로 매일 등교수업을 못하는 상황은 아이들에게 돌봄의 차이를 학력의 격차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지난해 한국사회 출산율이 0.84를 기록하면서 2019년도에 이어 또 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석문 교육감도 올해 113주년을 맞은 세계 여성의 날 기념사에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조직문화를 뿌리내리는 데에도 최선의 노력과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북도의회는 교육공무직 조례를 개정해서 교육공무직원에게도 공무원이 적용받는 육아시간, 자녀돌봄휴가 등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석문 교육감이 교육의원이었던 지난 2013년 8월 교육공무직조례가 만들어졌다. 그 이후로 2014년 한번 개정 후 지금까지 변화가 없었다. 

노동조합과 제주도교육청은 3월 10일부터 단체교섭 개회식을 한다. 대부분 여성노동자인 교육공무직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단체협약 역시 바꿔나가자. 교육청과 학교부터 코로나19 이후 가혹해진 여성노동자들의 조건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자. 재난을 넘어 연대를 실현하자.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연대의 힘을 학교 구성원 모두가 실천하자.

# 박진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1천3백여명의 제주지역 최대노조다. 박진현은 2014년 4월부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교육선전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중앙에서 일한 햇수를 합하면 20년 가까이 노동조합에서 일했다. 박진현 국장은 원래 부산 사람이다. 2013년 제주로 이주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제주로 이주하면 노동조합에서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떠들었지만 헛말이 됐다. 지금 제주 와서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면,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일한 것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한 해도 파업과 투쟁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노동조합 하는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노동존중 평등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노동과 삶을 전하고자, 제주의소리에 연재를 시작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