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人터뷰] 제주 모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부모 직접 만나보니...“말 못하는 딸에 너무 미안”

 

 

“태어나면서부터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어 어릴 때부터 아픈 딸이라 가뜩이나 신경 쓰였는데, 그 말 못 하는 아이가 살려달라는 말을 할 때 왜 조금이라도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가슴이 미어집니다.”

제주 모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에 의해 상습적 아동학대 정황이 신고돼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피해 아동 부모 강승훈 씨(가명, 40대) 는 9일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린이집 학대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도 올린 강씨는 어느 날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하고 ‘엄마, 아빠’만 겨우 말하는 아이가 서툰 말로 "살려달라"는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의심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 CCTV 봤더니...교사가 아이 몸통 발로 걷어차

첫째 아이도 같은 어린이집에서 졸업했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굳게 믿고 있었던 데다 학대 정황을 의심할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었기에 몰랐다는 것. 

ⓒ제주의소리
제주 모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네살 딸이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지속적인 아동학대를 받은 사실을 알게된 아빠 강승훈 씨(가명, 40대)는 9일 오전 제주의소리 인터뷰에서 "교사들이 자기 자식이어도 그렇게 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 이미지 = 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강씨는 학대 사건이 알려지기 몇 주전 아이를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 등원시키고 있던 찰나 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 측에서 상담을 요청해왔고, 그 자리에서 아이가 학대를 당했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이어 제주경찰청에서 본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는 아이가 학대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닫혀 있는 투명한 유리창 넘어 다른 반 아이들을 보고 있는 강씨 아이에게 교사가 문을 연 뒤 움찔하는 아이의 팔을 낚아챈 뒤 손으로 복부를 4~5차례 가격한 것. 

또 다른 영상에서는 간식을 먹기 위해 앉아 있는 아이가 간식을 잘 먹지 않자 교사가 아이의 몸통을 발로 차거나, 앉아 있는 아이글 그대로 팔을 잡아당겨 질질 끌고가 다른 곳에 내팽개치기도 했다. 

강씨는 “처음에 그냥 이야기로 접했을 때는 훈계 차원이라면 그냥 지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영상에 담긴 학대 영상을 보곤 법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자기 자식이라도 그랬을까”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면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인 데다가 어릴 때부터 심장판막이 좋지 않고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병원에서 오래 고생한 마음 아픈 아이다”라며 “이제야 학대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알게 돼 너무 후회되고 가슴이 아프다”라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원장의 손녀들도 학대 피해를 당했을 정도로 관리가 안 되는데 우리 아이를 비롯한 다른 원아들은 얼마나 방치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지금도 그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수밖에 없는 학부모는 속으로만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평소 원장과 교사 간 사이가 안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원장과 교사 간에) 갈등이 있었다고 해도 아이한테 화풀이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 한테 화풀이?” 용납 안돼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에 공개된 해당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근속연수는 △1년 미만 8명(57.1%) △1년 이상 2년 미만 2명(14.3%) △2년 이상 4년 미만 4명(28.6%)로 나타난다. 약 30년 운영돼온 해당 어린이집 장기근속자가 드문 데다 평균 근속연수가 낮은 이유가 이같은 갈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제주 모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의 아동학대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당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네살 딸이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강승훈(가명, 40대· 사진 왼쪽)씨가 9일 [제주의소리] 취재기자와 인터뷰 했다. 강씨는 설마설마했다가 경찰에서 확인한 폐쇄회로 (CC)TV를 보고 난 후
제주 모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의 아동학대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당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네살 딸이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강승훈(가명, 40대· 사진 왼쪽)씨가 9일 [제주의소리] 취재기자와 인터뷰 했다. 강씨는 설마설마했다가 경찰에서 확인한 폐쇄회로 (CC)TV를 보고 난 후 "자기 자식이어도 그럴 수 있겠느냐"며 해당 교사들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요구했다고 한다.  ⓒ제주의소리

강씨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던 아이가 어린이집을 옮긴 뒤부터는 아침마다 먼저 가방을 메고 나선다. 그 어린이집에서 평소에 어떻게 했길래 아이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변호사를 통해 가해 교사와 관리하지 못한 어린이집에 대해서도 정식 대응할 예정”이라며 “어린이집도 원장이 자신의 손녀들도 피해자라는 말보단, 공개 사과에 나서는 등 더 진심 어린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주로 2~3세 반에서 이뤄졌으며, 입건된 교사는 5명으로 피해 아동만 13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해당 어린이집 피해 아동 중에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어린이집 CCTV를 분석한 결과 교사들이 아동의 손을 잡고 끌고 다니는 모습과 더불어 아동의 배와 머리를 때리거나 발로 엉덩이를 차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지난 6일 사과문을 통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 관리자로서 역할을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한 마음과 제 책임을 전적으로 통감한다”면서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어 “매달 소속 교사들을 상대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진행했고, 관련 체크리스트도 진행해 왔다. 심리치료 등을 통해 교사들의 보육 의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돼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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