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AI’ 보며 우리가 가져야 할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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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JDC AI 대학생아카데미] 여운승 이화여대 교수, “예술 창작과 창의성의 새로운 정의 필요”

유명 화가의 작품을 익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학습된 ‘가장 좋은 구도’로 파노라마 사진을 잘라 새로운 사진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그 결과물은 창의적인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와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2021 JDC AI 대학생아카데미가 비대면 온라인 영상으로 2021년도 1학기 첫 번째 강의를 9일 공개했다.

JDC AI 대학생아카데미 2021년도 1학기 첫 번째 강의를 펼친 여운승 이화여대 교수. ⓒ제주의소리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여운승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가 ‘누가 예술을 하는가’를 주제로 아카데미 첫 강연을 펼쳤다.

여 교수는 예술과 과학의 연결고리를 ‘매체’라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캔버스에 물감과 붓으로 표현을 하고,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는 CD, LP판 등 기록 매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정보나 우리의 감정, 사상을 담은 결과를 전달하는 방법이 곧 매체이다. 매체의 발달은 곧 과학 기술의 발달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기술이 발달하면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기술과 매체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줌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파이프에 공기를 불어넣어 진동을 통해 음을 만들 수 있다는 과학적 지식을 알고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관악기(로 추정되는 물건), 대중음악의 평균 길이가 기록 매체에 따라 시대적으로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설명했다.

새로운 건반악기의 연주 모습. 피아노와 비슷한 외형이지만 부드러운 재질로 현악기처럼 손의 떨림을 통한 음 조절이 가능하다. 사진=유튜브 채널 'ROLI' 갈무리.

또 최근 새롭게 등장한 건반악기의 연주를 보여주며 “피아노와 비슷한 레이아웃이지만 고무같은 재질이라 건반에서 손을 떨거나 옆으로 부드럽게 옮겨가는 제스처가 가능하다. 기존 건반 악기가 구현할 수 없던 음의 떨림으로 깊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예술의 표현기법에 새로운 감수성이 생기고 그게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고 정리했다.

본격적으로 AI와 예술의 융합과 관련해 여 교수는 “가상현실, AR, 3D프린팅 등 과학기술의 경우 예술가에게 새로운 도전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인공지능의 영역은 다른 반응이 나온다. AI가 만든 그림을 보며 두려움 내지는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 교수는 “AI가 유명 화가의 그림과 비슷한 그림을 그려내는 건 어렵지 않다. 50~100줄 정도의 코딩, 훨씬 더 적은 노력을 들여서도 만드는 결과물이다. 근데 중요한 건 이 결과물이 예술작품인가라는 질문”이라며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고 예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상당히 민감한 주제”라고 했다.

네덜란드 렘브란트 미술관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진행한 인공지능 화가 '더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 인공지능은 렘브란트가 그린 초상화들(왼쪽)을 학습해 렘브란트 화풍을 재현한 초상화(오른쪽)를 그려냈다. ⓒThe Next Rembrandt

이어 인공지능과 실제 화가의 작품을 함께 제시하며 “화가의 중요한 덕목은 붓질을 잘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배색과 구도가 중요한 능력치였지만 앞으로는 그런 덕목이 아닌 ‘상상하는 능력’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구체적인 작업은 컴퓨터에게 맡기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의 경우, 구도가 좋은 사진들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직접 파노라마 사진에서 구도를 꼽아 잘라내는 게 가능해졌다. 이제까지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던 핵심작업을 놀랍게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난 것이다.

여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 우리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창의성의 의미’다. 인간은 과연 창의적인지, 인공지능은 창의적일 수 있는지, 예술 창작에 꼭 창의성이 필요한지, 예술 창작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가 매우 위협적으로 보일 거다. 그런데 1980년대 사진도 회화를 위협하며 등장했지만 예술의 한 장르로 들어와 예술과 공존했던 것처럼 인류는 긍정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며 “무조건적인 두려움으로 기술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함께 상호작용한다면, 새로운 예술창작의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작년까지 ‘4차 산업혁명 아카데미’으로 진행됐던 JDC 인재 육성 아카데미가 ‘AI 대학생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새단장했다. 매주 화요일 제주대학교 이러닝센터와 [제주의소리] 홈페이지 소리TV(모바일, PC) 영상으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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