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이상봉 행정자치위원장(제주특별법 전부개정 T/F 단장)

2006년 7월1일. 한국 지방자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신개념의 지방정부가 탄생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것. 타 시도에서는 지방분권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보고, 인구 100만도 안 되는 대한민국의 변방 제주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조명 속에 ‘특별자치’의 1막 1장이 시작됐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날이 자치 시·군이 사라지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한 날로 기억된다. ‘무늬만 특별자치’, ‘제왕적 도지사’ 키워드는 15살 된 제주특별자치도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지난해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그나마 법률적으로 누리던 제주만의 ‘특별함’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5년의 특별자치 경험을 토대로 차등분권을 강화해내지 못하면 제주는 17개 시·도 중 하나, 도로 ‘일반자치도’가 되는 셈이다.

이를 구해내기 위해 제주도의회가 나섰다.

선봉에 선 이상봉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T/F 단장(행정자치위원장)은 “그 동안의 특별자치 정책이 산업발전과 도민복리 증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무늬만 특례인 구조를 개선해 제주특별자치도 위상에 걸맞는 차등분권을 강화하고, 도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는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지난 1월7일 출범한 T/F는 각 상임위원회별 과제 발굴, 3차례의 보고회를 거쳐 2월22일 110개의 제도개선 과제를 반영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상봉 단장은 “코로나19로 일정에 일부 차질이 있기 하지만 3월 중으로 초안에 대한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도민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만든 뒤 상반기 중에 의원 발의로, 입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15년째 지지부진한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행정시장 직선제 외에 러닝메이트 의무화 및 4년 임기보장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고, ‘뜨거운 감자’인 교육의원 존폐와 관련해서는 “도민사회에서 논란이 있기 때문에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T/F 단장을 맡은 이상봉 행정자치위원장.ⓒ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T/F 단장을 맡아 특별법 제도개선 과제발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상봉 행정자치위원장.ⓒ제주의소리

Q. 행정자치위원장이면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T/F단장을 맡고 있는데, 지난 2월22일 도의회 차원에서 마련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안 초안이 공개됐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개괄적으로 소개한다면.

전부개정안은 ‘도민 삶의 질 향상을 통한 국가발전 견인’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정부가 약속한 특별자치도 기본구상 2단계 완성을 목표로 했다. 총칙에서 도민 복리증진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했고, 도민의 자기결정권 강화와 자치재정권 등 특별자치분권 강화, 국제자유도시 조성 관련, 산업육성 및 균형발전 강화 등 크게 4가지 차원에서 110개의 과제를 발굴했다.

Q. 의회 차원에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 어떻게 해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T/F를 구성하게 됐나.

일단 특별법 개정에 대한 좌남수 의장의 열정이 매우 높다. 여기에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촉매제가 됐다. 제주특별법 조항들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준해 바꿔야 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위상에 걸맞게 고도의 차등분권을 강화해 도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도록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지난 1월7일 T/F를 출범한 뒤 2차례의 중간보고, 2월9일 최종보고를 통해 110개 과제를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Q. T/F 활동을 통해 110개 과제를 발굴했다. 대표적인 것 우선순위로 5개를 꼽는다면.

우선순위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행정시장 직선제와 관련해 지난해 정부가 ‘불수용’ 의견을 냈는데, 이를 고집하기보다 대안으로 4년 임기보장 러닝메이트 예고를 의무 조항으로 바꾸려 한다. 또 제주로 이양된 7개 특별행정기관과 관련해 도민혈세가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또 도민사회 논란이 됐던 영리병원과 관련해 숙의형 공론조사로 어느 정도 도민사회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갈등유발 요인을 없애고, 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그리고 국제자유도시 조성 관련 정책을 개발 중심에서 경제와 환경이 지속가능한 제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Q. 행정시장 직선제는 7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포함됐는데, 정부가 ‘불수용’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지방자치 강화 국정철학에 맞게 차제에 기초자치권을 부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이상봉 위원장.ⓒ제주의소리
이상봉 단장.ⓒ제주의소리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으로 이제는 도민들이 자기결정권 차원에서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든 현행 체제 유지든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의회는 현실 가능한 입법 추진을 위해 정부가 불수용한 행정시장 직선제 외에 행정시장 예고 의무화 및 임기 4년 보장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것까지 감안, 여론수렴 기간 중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Q. 현행 제주특별법에 행정시장 러닝메이트 조항이 있지 않나.

있긴 있는데, 임의조항이다. 러닝메이트 행정시장의 임기 4년을 의무조항으로 했을 때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책임행정이 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Q. 논란이 예상되는 과제들도 눈에 띈다. 도민사회에서 교육의원 폐지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초안에는 교육자치 강화를 위해 교육의원을 현행 5명에서 7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들어있다.

110개 과제는 일단 각 상임위에서 제출된 것들이다. 교육의원 관련은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도민사회에서 논란이 있기 때문에 도민의견 수렴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

Q. 입법화 실현 가능성인데, T/F가 발굴한 과제 중 상당수는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정부 협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것들이다. 실제 입법화까지 가능하다고 보나.

어려운 것은 현실이다. 하지만 특별법을 정부가 만들고 국가 책무 속에서 고도의 자치분권,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불수용’한다고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 15년의 경험을 밑천 삼아 고도의 차등적 분권 실현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Q. 법률 개정은 국회 고유의 역할인데, 향후 입법화 경로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우리가 발굴한 110개 과제에 대한 중앙정부와 국회의 입장도 매우 중요하다. 제주도, 도의회, 도민사회 의견들을 종합해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이를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은 8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분류해 총리실 제주지원위원회를 통해 각 부처 입장을 듣고, 정부입법으로 추진될 수 있는 2트랙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상봉 제주도의회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T/F 단장.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상봉 제주도의회 제주특별법 전부개정 T/F 단장. ⓒ제주의소리

Q. 국회통과는 언제쯤 목표로 삼고 있나.

어쨌거나 국정이 변화무쌍하다. 하반기 들어가면 국회가 안정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상반기 중에 의원입법 과정을 밟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Q. 의회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그 동안 제주특별법 개정은 도지사가 의회의 동의를 받아 총리실 산하 제주지원위원회에 제출하는 경로를 밟아왔다.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집행부 따로, 의회 따로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의회가 관심을 가지고 T/F을 출범했지만, 입법화를 위해서는 도정과 소통할 수밖에 없다.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을 하려는 첫 번째 목표가 ‘도민 복리증진’이다. 의견수렴 기간에 제주도 역시 기관으로서 얼마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만큼 도민 복리증진을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이해해주면 고맙겠다.

Q. 마지막으로 제주특별법 전부개정과 관련해 집행부, 도민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름대로 어려운 과제이긴 하지만, 도민사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면 특별법 개정에 대해 느끼는 도민들의 체감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이번 기회에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5년을 냉철히 평가해보고, 제도적 보완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도민사회에 공론의 장이 펼쳐졌으면 한다. 계획한 의견수렴 일정은 3월19일까지만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 도민 모두 내가 참여하며 내 삶이 더 나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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