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제주도 입장요구 빅피쳐’ 설계?…국민의힘 기자회견-찬성단체 광고로 ‘여론전’

제주도가 10일 ‘제2공항 강행’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냐’는 짬짜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0일 오후 3시 도청 4층 탐라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공항 추진’ 의사가 담긴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원 지사는 언론사 주관 도민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인 2월22일 제주도의회에 출석해 “조사결과는 도의회와의 협의에 따라 국토교통부에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 통합과 공동체 회복에 함께 해 달라”고 호소하며 갈등관리자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런데 이 같은 제주도의 입장은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주관부서인 국토부의 공문 한 장으로 보름 만에 완전히 뒤집어졌다.

국토부 공문이 제주도에 발송된 날짜는 2월26일. 당시 국토부의 요구는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에 대한 입장과 향후 추진 계획에 대한 입장 두 가지였다. 기일은 3월10일로 정했다.

이는 국토부 스스로 1월13일 “제주도에서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따른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하면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한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이 같은 국토부의 요구에도 제주도는 도민의 대표기관인 제주도의회와의 합의(여론조사 이후 갈등유발 행위 금지)를 이유로 버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요구한 데드라인이 다가서면서 수상한 분위기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2공항을 둘러싼 지금의 갈등은 입지 예정 결정 이후에 벌어진 것”이라며 정상적인 사업추진과 갈등해소를 제주도에 촉구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서는 중앙당 주호영 원내대표까지 움직였다.

장성철 도당위원장은 8일 제2공항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주 원내대표는 “도당 차원의 제2공항 관련 정책·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과 화답한 것이다.

원희룡 지사와 한 솥밥을 먹는 국민의힘이 ‘제2공항 추진’ 여론전을 주도한 셈이다

여기에 제2공항 찬성단체들은 10일자 지역 일간지에 “제주 제2공항은 제주 미래의 희망이다” 광고로 국민의힘 여론전에 물량공세로 힘을 실었다. 우연이겠지만, 묘하게 아귀가 맞아 떨어졌다.

이러한 ‘약발’이 먹혔을까. 10일 원희룡 기자회견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과 관가 주변에서는 “제주도가 제2공항 추진 의견을 낼 것 같다”는 얘기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원 지사는 이날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제2공항 추진’ 이유를 복사한 듯한 내용으로 “제주의 미래와 다음세대의 미래를 위해 엄숙한 책임감을 가지고 제2공항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제2공항 사업 추진 주관 부처인 국토부와 ‘제2공항 추진’ 의지가 확고한 원희룡 지사, 원 지사와 한 솥밥을 먹는 국민의힘, 찬성단체가 짬짜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0일 긴급성명을 내고 “제주도민의 민의를 받들어야 할 도백이 국토부와 짬짜미를 통해 사업 강행을 모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며 “당정 협의도 제주도의회와의 합의도 다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맹비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