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스무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러시아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i Mendeleev, 1834-1907)는 서로 다른 원소를 배열해 원소들 사이에 주기성이 있음을 밝혔다. 이를 도식화한 것이 오늘날 원소 주기율표의 시작이다. 

멘델레예프는 1879년 러시아 화학회에서 63종의 원소들의 원자량이 증가하는 순서대로 나열한 주기율표를 발표한다. 그는 자신의 책상에서 잠들었고, 꿈속에서 주기율표를 고안한 뒤 깨어났다. 그가 35세때 고안한 주기율표란 현대화학의 바탕이 되었으며 과학의 한 분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당시 화학은 연금술이라는 이름으로 마법의 굴레를 쓰고 있었다. 그러한 화학 분야를 주기율표의 발견으로 과학으로서 자리매김해 갔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를 토대로 영국의 물리학자 헨리 모즐리(Henry Gwyn-Jeffreys Moseley)가 만든 주기율표를 통해 현대 주기율표 118종이 만들어진다. 현대 주기율표는 원자가 원자핵과 양성자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구조다. 각각 다른 원소를 성질이 유사한 것 끼리 묶었을 때 나타내는 성질이 원소의 주기율표이다. 그러면, 제주에서 바람의 눈으로 한라산과 오름 그리고 밭담을 묶을 수는 없을까. 제주의 바람은 하루에도 수천 번을 밭담과 오름 한라산을 오르내린다.

제주에서 바람은 여름에는 바다에서 한라산으로 오르고, 겨울에는 한라산에서 지표면으로 불어온다. 즉, 해상산하(海上山下)다. 한라산은 예로부터 한반도 남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태풍을 막아준다고 해서 한라진산(鎭山)이라고 부르고 있다. 필자는 이를 윈드 캐슬(Wind Castle)로 모델링했다. 이는 마치 원자 구조는 핵을 중심으로 전자(電子)가 돌고 있듯이, 한라산 하늘위 높이에서 보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름, 밭담이 돌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방향에 따라 한라산을 돌리고 있는 것과 같다. 

바람의 영향으로 본 변경된 상태의 한라산 모형. 사진=이문호.
바람의 영향으로 본 변경된 상태의 한라산 모형. 사진=이문호.

밭담은 해변가에서부터 중산간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 위층인 200고지에서부터 600고지에는 오름 368개가 산재하고 있다. 한라산이 섬 중심에 우뚝 솟아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마치(123 456 789)의 수가 원형 밴드(band)를 이루고 그 공간 입체(立体)가 바람이란 유체(流體)를 막고 있는 점이 공통되는 상사(相似)점이다.

일반적으로 큰 규모의 선박이나 대형 점보 여객기를 만들 때는 작은 모형을 만들어서 둘 사이에 역학 상관관계 실험을 통하여 제작하게 된다. 이와 같이 보면 실수(123 456 789)의 집합을 각각 한라산(123), 오름(456), 밭담(789)에 상사 법칙(相似法則), 즉 모양이 서로 닮은 것에 대한 상관관계에 따라 맵핑(Mapping·寫像)하면 한라산은 1+2+3=6, 6mod3=0,mod는 modular의 약자. 오름의 경우 4+5+6=15, 15mod3=0,7+8+9=24, 24mod3=0이다. 밭담, 오름, 한라산의 3개의 층(層·Layer)이 구성되고, 1,2,3을 중심으로 순환(循環·circulation)된다. 바람은 밭담-오름-한라산 공간을 돌면서 오르내린다. 이렇게 하면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등고선을 그릴 수 있으며, 멘델레예프 원소의 주기율표처럼 나타낼 수 있다.

한라산 중심 핵(核·Kernel)으로 주위를 오름과 밭담이 윈드 캐슬을 이루고, 고기압, 저기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방어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바람이 한라산-오름-밭담 등고선 공간에서 돌고 있다. 모두가 한라산(123)의 중요한 key를 가지고 있다.

제주에 오름은 한라산 포함, 369개인데 369=3(1+2+3), 기본 Base는 10의2승, 0의 1승, 10의0승이고 3은 삼다도의 3이다. 1+2+3은 한라산 Kernel, 3,6,9는 123의 마지막 수가 3, 456의 마지막수가 6, 789의 마지막수가 9이다. 369는 한라산–오름–밭담 연결고리다.  따라서 3+6+9=18은 6mod3, 3x6x9=162은 54mod3=0이다. 한라산–오름–밭담에 대한 윈드 캐슬 모델링은 바람의 유체흐름이 자연지능(自然知能Natural Intelligent)이다. 한라진산(鎭山)은 바람 방향에 따라 한라산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동적(動的Dynamics) 특징을 갖고 있다. 제주해류는 쿠로시오(黑潮海流) 해류가 제주 남서쪽을 스쳐 황해로 북상(北上)하고 제주해류는 계절풍에 따라 남류(南流)한다. 북쪽대륙에서 주기적으로 내려오는 고기압이 동남쪽으로 팽창, 전형적으로 기압분포가 서고동저(西高東低), 따라서 실제지형이 성산포가 높고 모슬포가 낮은 동고서저(東高西低)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제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울어진 타원형에다 등고선 섬,

오름은 평균높이 350m라면 큰 돌이 띄엄띄엄 368개가 놓인 것이고, 밭담은 작은 돌들이 1.5m 높이로 22,000km 펼쳐진 것이며, 한라산은 1950m 큰 바위체가 공간에 우뚝 서 있다. 이들 셋은 독립적이지만 서로 유기적인 상사(相似Similarity) 형태가 원인인 셈이다. 제주 사람에게 바람은 친구이고, 이웃 괸당이다. 바람은 밭담 22,000km와 오름 368개를 벗삼아 1,950m 높이의 한라산을 넘는다. 그리고 사계절 평균 4㎧로 바람이 분다. 30㎧이상의 태풍도 년 4~6회 지나간다. 바람의 본향(本鄕)이다. 제주사람은  바람 속에 태어나고, 바람 속에 살다 간다. 

오름에 미친 오름 나그네의 김종철은 윗세 오름의 선작지왓에 시신의 재를 뿌리고 갔고, 두모악 김영갑은 오름의 바람을 친구삼아 하늘나라에 갔다. 폭풍의 화가 변시지는 저승에서도 제주의 바람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오늘도 어제처럼 바람이 불고 있다. ‘셔-셔-셔.’ 한라진산(鎭山)이 우리에게 던지는 바람소리 코드(Code)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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