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남수 도의회 의장, 비상도민회의 면담서 무기력..."정부 잘못도 있다" 원희룡 두둔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12일 오전 11시40분 좌남수 의장을 면담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12일 오전 11시40분 좌남수 의장을 면담했다.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원희룡 도지사에 대한 도민사회 비판여론이 급속히 고조되는 가운데 '의회 결의안' 요구에 대해 좌남수 의장은 "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제주 제2공항 반대 비상도민회의는 12일 오전 11시40분께 제주도의회 의장실를 방문, 좌남수 도의회 의장을 면담했다.

비상도민회의에선 강원보 상임대표, 강봉수 상임대표(제주대 교수), 박찬식 상황실장 등이 참석했고, 도의회에선 문경진 사무처장이 배석했다.

박찬식 상황실장은 "원희룡 지사가 도민 민의를 왜곡하고, 제2공항 추진을 국토부에 제출했다"며 "도의회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좌남수 의장은 "갈등해결을 위해 의회에서도 최선을 다해 왔다"며 "(더이상) 도의회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강정마을 문제가 2007년부터 14년이 지나도록 갈등해소가 안되고 있는데 현재 제2공항은 강정보다 더 심각하다. 만약 강행한다면 제주도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며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도의회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좌 의장은 "의회가 할 수 있는 것은 갈등해소특위를 출범시켰고, 합의를 도출했다"며 "도민의견수렴 방안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가 나왔는데 그걸 (집행부에서) 파기하는데 의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거듭 의회가 자체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항변했다.

강봉수 상임대표는 "여론조사까지 온 데 대해 도의회 역할이 컸고 인정한다. 고맙다"며 "하지만 제주도가 민의를 뒤집었다. 도의회가 도민의 편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좌 의장은 "도민 편에서 충분히 얘기해도 상대방이 안듣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의회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은 의원끼리 협의해서 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12일 오전 11시40분 좌남수 의장을 면담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12일 오전 11시40분 좌남수 의장을 면담했다.

박 실장은 "도의회에 항의하러 온 게 아니다. 이제는 제2공항 찬반 차원을 넘어섰다. 도민이 결정을 내렸고, 도민의견 수렴을 존중하기로 했는데 도에서 위반해서 새로운 도민 갈등을 유발시켰다"며 "도의회 차원에서 도민 결정에 따르라는 결의안을 채택해 주시고, 청와대나 민주당, 국토부에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좌 의장은 한발 물러나 "촉구 결의안은 검토할 사항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며 "앞으로 대화로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좌 의장은 "원희룡 도지사도 문제지만 정부도 문제"라며 "도지사에게만 뭐라고 할 게 아니라 총리도 만나고, 국토부장관도 만나야 한다"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박 실장은 "합의 판을 깬 게 원희룡 지사다. 의회 차원에서 도민의견 수렴을 했으니 존중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국회, 당에 적극적으로 얘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좌 의장은 "촉구 결의안은 의회 내에서 의논해서 결정해야 한다. 의장이 독단적으로 할 수 없다"며 "충분히 의원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보 상임대표는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이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합의안을 발표했다"며 "합의안 내용에는 여론조사가 끝나면 갈증 유발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는데 그걸 어겼다"고 지적했다.

좌 의장은 "어제 정무부지사를 불러 충분히 항의했다"며 "도의회는 충분히 갈등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다고 합의를 깬 부분에 대해 소송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좌 의장은 "의회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해도 도정에서 발표하는 걸 의회가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의회 슬로건이 도민 주권이다. 도민이 결정한 사항을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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