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위원장 공백 벌써 40일째…청문회·임명동의 부담, 제2공항發 관계악화 후임자 물색 난항

행정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할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수장 자리가 40일 넘게 비면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다 아무리 임기가 보장된 자리라 하더라도 내년도 지방선거 때문에 도백이 바뀔 경우 중도하차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제주도가 후보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와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양석완 5대 위원장이 지난달 5일 퇴임했지만, 아직까지 후임자 임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40일 넘게 위원장 공백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감사위원 중 가장 먼저 임명된 선임이 주 1회 회의를 주재하는 선에서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통상은 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건의 경우 위원장 결재 후 홈페이지에 공지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면서 책임성 결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의제 행정기관. 위원장 임기는 3년이며, 제주도지사가 공모나 지명을 통해 후보자를 선정하면,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제주도는 일단 공모 절차는 건너뛴 상태다.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선정하려 했다면 전임 위원장의 임기 1~2개월은 앞두고 이미 공고를 냈어야 했다.

원희룡 지사는 대학교수 출신 등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대부분 고사했거나 인사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칫 도의회 인사청문과 동의 절차를 넘지 못해 낙마할 경우 평생 쌓아온 명성을 한방에 날릴 수도 있어서다.

게다가 최근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와 관련해 도의회와의 “갈등유발 행위 금지” 합의를 뒤집고 ‘정상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후보자 인선작업은 더 꼬일 가능성이 높다.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청문회를 벼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명동의 대상은 아니지만 빅5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도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냈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던 ‘전력’도 도의회의 전투력을 배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도민사회 일각에서는 차기 감사위원장은 1년짜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제주특별법에 감사위원장의 임기가 3년으로 명문화됐지만, 만에 하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임명권자인 도지사가 바뀌는 상황을 염두에 둔 시각이다.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들은 도지사와 임기가 불일치할 경우 도정이 바뀔 경우 사의를 표명하는 게 관례였다. 재신임을 하던 교체를 하던 도지사의 인사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취지에서다.

지금까지 5대 위원장을 배출하면서 공개모집은 딱 한번 진행됐다. 감사원 감사연구원장을 지낸 3대 염차배 위원장이 전국 공모를 통해 임용된 경우다. 나머지는 전부 지명됐다.

만약 원희룡 지사가 차기 감사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 제주도의회 인사청문 및 임명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이상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관가 주변에서는 “도의회 청문회뿐만 아니라 임명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후보자를 찾기가 쉽지는 않은데다 최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이후 도의회와 악화된 관계까지 고려하면 감사위원장 공백사태는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인재풀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원희룡 지사가 얼마나 빨리 제6대 감사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할지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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