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공무원 대상 제2공항 투기의혹 조사, 공무원노조 "정치적 수단 이용말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도내 공무원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힌 가운데, 그 실효성과 의도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심지어 제주 공직 내부에서까지 "도지사가 제주 공직사회를 자신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15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본관 2층 삼다홀 회의실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제주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한 공무원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달 말까지 도내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 여부를 조사해 사실로 드러나는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는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에서 제2공항 예정지 발표를 전후로 성사된 토지거래신고 내역을 대상으로 하며,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 실거래신고 자료에 개인정보 동의 건을 대조·비교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각 공무원으로부터 개인정보 동의서를 확보하고, 실거래 신고 자료와 비교분석해 동명인을 추출한 뒤 이를 감사위원회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감사위원회는 추출된 동명인의 부동산투기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조치사항을 검토해 발표하게 된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조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었다. 사법적 권한을 지니지 못한 제주도가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실질적 효력은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주도의 발표대로 명부를 대조하는 정도의 조사만 진행될 수 있어 차명계좌는 물론, 친인척·지인을 동원한 투기 수법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대응이 불가능하다. 실제 LH 사례에서도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동원한 차명거래가 횡행했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제주도 자체 조사의 한계는 분명하다.

조사 대상을 현직 공무원으로 한정지은 것도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이미 퇴직한 공무원에게 동의서를 들이밀며 조사에 협조하라고 압박할 수는 없다는 문제가 뒤따른다. 일각에서 이번 발표가 '보여주기 식'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기어코 공직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원희룡 지사는 정치적 수단으로 공무원을 이용하지 말라"고 성토했다.

공무원노조는 "원희룡 지사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수단으로 공무원들을 이용하고 있어 심히 유감"이라며 "어려운 노동조건하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공직자들 전체를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는데 당연히 동의하지만, 도에서 발표한 조사 방식을 보면 공무원의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를 안 해주면 사실상 조사 자체가 무의미하고 명부상 취득여부 조사로는 '눈 가리고 아웅'이 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공무원노조는 "조사 결과가 제2공항 추진이 당위성 수단으로 활용 되는 것을 경계하며, 사각지역에 놓인 실질적 투기꾼들을 색출할 수 있도록 조사대상 지역 부동산 소재지 지번에 대해 투기 의혹에 해당되는 기간 동안의 매매 사실 자료를 근거로 한 투명하고 예외 없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일선 현장의 공무원들도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행정시 소속 30대 공무원 A씨는 "공직 내부의 투기 의혹을 조사하는 취지는 백번 이해한다. 나도 공무원이기 이전에 LH 사태에 공분하는 국민 중 하나로, 무엇보다 공직사회가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이번 조치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냈다.

A씨는 "도둑 잡아라! 외친다고 도둑이 잡히겠나. 성산읍 토지가 수백만 필지도 아니고, 일일이 대조하겠다는 그 정성으로 행적이 수상한 공무원들을 얼마든지 추려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말 의지가 있었다면 이들을 색출해 내 수사 의뢰를 했으면 될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사무관급 공무원 B씨도 "제2공항 예정지는 발표 당일까지 '도지사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극비 사항이었다. 지방에서 그정도 고급 정보를 입수할 수 있으려면 재산변동 신고 대상(4급 이상)에 포함되는 고위직일 가능성도 있는데, 그런 대상자가 자신 명의의 부동산 거래를 할리는 만무하다. 또 퇴직 공무원은 조사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았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B씨는 "설령 단순 성산읍 인근 땅을 산 것이 곧 부동산 투기가 되지는 않는다. 관련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는 정황을 추적해야 할텐데 이미 5년이나 지난 일을, 또 제주도가 지닌 권한으로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하며 "아마 조사 결과 '공무원 투기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원 지사의 발표 직후 제주경찰청은 '부동산 투기 전담수사팀'을 꾸려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공무원 C씨는 "협조는 하겠지만, 공직 내부에서는 (투기 의혹을) 밝혀내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문제가 되는 대상이 있다면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지 않겠나"라며 "지사의 대권놀음에 공직사회가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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