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6~26) [종합]일반-군사재판 총 335명 무죄선고...재판부에 큰 절-"유족과 변호사가 더 고생했다" 덕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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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16일 오전 10시 201호 법정에서 4.3사건 당시 군사재판 및 일반재판으로 행방불명인과 생존수형인 335명에 대한 특별공판을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72년 우리 4.3 유족의 한을 풀어준 재판장님께 큰 절 올리겠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는 16일 하루 종일 '울음'과 '웃음',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4.3 당시 생존수형인과 불법 군사재판으로 행방불명인에 대한 재심 결과, 335명 모두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국방경비법 및 내란실행 등의 혐의로 1949년 군사재판을 받아 육지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된 故 김순원 할아버지 등 333명과 생존수형인 2명 등 총 335명에 대한 재심을 진행, 모두 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4.3사건 당시 군사재판 및 일반재판으로 행방불명인과 생존수형인 335명에 대한 특별공판기일로 열렸다.

재판은 재심청구인들이 무죄 판결의 역사적 현장을 방청하기를 원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20명씩 순차적으로 변론을 열고 선고하는 방식으로 21회에 걸쳐 재판이 이뤄졌다.

장찬수 재판장이 피고인 유족들에게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묻고,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면 검사 모두진술, 구형, 최후변론, 선고 순으로 재판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특히 장찬수 재판장은 무죄가 선고될 때마다 해당 사건 피고인 중 한두명 사례를 소개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하고, "오늘 무죄 선고로 마음의 평안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각 사건마다 유족 한명씩 불러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1회 재판부터 무죄가 나오자 울먹이던 피고인 유족들은 재판장에서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70살이 넘은 일부 유족들은 판사에게 '4.3 유족의 한을 풀어줘서 고맙습니다'라며 큰 절을 올리려고 하자 법원 경위와 판사가 막는 '소동'(?)도 벌어졌다.

할머니 영정 사진 들고 온 박용현 4.3유족
할머니 영정 사진을 들고 온 박용현 4.3유족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을 역임한 박용현 유족은 1949년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5년형을 선고받아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탈옥수로 기록된 할머니 영정사진을 갖고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재판장은 4.3유족인 장정언 전 국회의원에게도 발언권을 줬다.

장정언 전 의원은 "제 어머니는 상군해녀로 91세에 돌아가셨는데 매일 바다에 가시면서도 '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셨다"며 "물질하면서 아들을 만나지 못하셨는데 오늘 하늘나라에서 만나고 있겠다. 재판장님 고맙다"고 말했다. 

장 전 의원은 "제주도민은 모두 4.3과 관련돼 있다. 오늘 무죄라는 말에 우리 유족은 물론 제주도민에게 평화를 주셨다"며 "제주인들도 이제 힘을 내고 서로 도우며, 상생하며 더 떳떳하게 살아갈 미래와 희망을 주셨다. 감사드리고 잊지 않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찬수 재판장은 판결을 하면서 이희선 작가의 책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에서 '고통은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것'이라는 문구를 인용해 관심을 모았다.

장 재판장은 "고통은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4.3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면 제주도 사람들이 왜 처음보는 이들에게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지, 속을 먼저 내어주지 못하는지, 왜 남자가 그토록 귀한지, 제주여자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며 "제주의 속살은 그렇게 곪고 아물다 다시 피딱지가 떨어져 진물이 나오며 두껍고 단단하게 변해갔다는 내용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장 재판장은 자신을 향해 고맙다는 유족들에게 "저희 재판부에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오늘 선고가 있기까지 많은 활동을 해주신 유족들이 많이 계시다"며 "오늘 절차를 위해 노력해주신 문성윤 변호사도 계시다. 박수는 문 변호사께 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72년 동안 억울한 군사재판으로 수형인으로, 후손들은 연좌제로 고통을 받아온 4.3희생자와 유족들의 한은 10분 남짓 짧은 재판으로 335명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제주지법은 지난 1월21일에도 4.3 당시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은  故 오형률씨 등 행불인 수형자 10명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앞으로 무죄선고에 결과에 따라 4.3 행불인 유족들의 형사보상청구 소송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통과로 앞으로는 유족의 개별 재심청구보다는 검찰의 직권재심청구 등으로 남은 피고인들에 대한 재심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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