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불안정한 환경영향평가 심의제, 불안감과 한계 남긴다 / 김효철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지난 3일 제주도 개발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가 신청한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부결했다. 이로써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여러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최종 승인단계에 있던 개발 사업으로는 처음으로 중단되는 사례로 남게 됐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03년 향토기업인 탐라사료 등 4개 업체가 ㈜제이에프에이(JFA)를 설립해 당시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 일대에 ‘제주 애니멀 팜 테마파크’를 계획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제주동물테마파크로 이름을 바꾸고 2007년 1월 관광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그해 5월에는 22억원을 들여 옛 북제주군 공유지 24만7800㎡를 사들이며 사업은 탄력을 받는듯 했다. 하지만 재정난을 겪으며 사업이 중단된 뒤 2016년 사업자가 바뀌고 재추진하기에 이른다. 

제주동물테파마크 사업은 계획을 바꾸며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외래 야생동물 사육과 전시를 포함하는 동물테마파크는 마을주민과 환경단체 반대에 부딪히며 지역사회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원희룡 지사가 이른바 송악 선언에서 밝힌 개발 불허 실천조치 2호 사업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제주도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이 대규모 개발사업인데 비해 사업자 자본력이 미약해 투자사업비 등 구체적인 재원확보 방안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업 변경 허가 조건인 선흘리 주민과 람사르습지도시지역위원회와 협의도 이뤄지지 않아 지역 공존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불허 이유로 밝혔다.

제주도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오랫동안 논란을 겪었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을 부결한 것은 앞선 이유를 볼 때 존중하고 환영할 만하다.

ⓒ제주의소리
불안정한 환경영향평가 심의제도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불허가 갖는 의미에도 제주환경보전에 불안감과 한계를 남긴다. 환경보전은 송악선언처럼 행정권자 의지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적 통제로 이뤄질 때 공정성과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하지만 제주동물테마파크처럼 개발사업 심의 단계에서 부결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금까지 개발사업 진행 과정을 돌아보면 심의 절차는 통과의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업추진에 있어 도지사를 비롯한 행정이 미치는 영향은 컸다. 심각한 환경훼손을 부르는 개발 사업이 많았으나 중단 요구에 행정절차에 따른 적법한 절차여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해온 도정이다. 나아가 개발사업들이 숱한 환경파괴 논란에도 제주도가 주도하며 진행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 면에서 송악산 개발이나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 중단 소식은 기대와 함께 과제를 남긴다.

송악산 개발사업이나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이 불허된 데에는 송악선언이 미친 영향이 크다. 그리고 과연 송악선언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물음표를 남긴다.

개발사업 승인이든 불허든 행정은 신뢰와 정당성을 얻어야하는 일이다.

결국 개발사업 승인이나 불허가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을 벗어나 공공이익을 지키는 합리적 행정행위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내세운 선언이나 결정을 넘어 법과 제도에 따른 정책결정 기능을 높여야 한다. 그 가운데 환경영향평가심의 제도가 있다.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비롯한 개발사업에 대한 여러 심의 제도는 그 공정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장치다.

환경영향평가 심의는 개발사업 행정 절차 가운데 하나로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개발사업 타당성을 심의하는 기구다. 환경가치가 뛰어나고 섬이란 특성상 환경보전 필요성이 높은 제주도에서 환경영향평가심의는 개발사업마다 늘 관심사였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심의는 그 이름과 달리 지금까지 통과의례에 그쳐왔다.

제주도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이번 제주동물테마파크로 첫 개발사업 부결이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위원회에서는 부결된 사례가 한 건도 없다.

알고 보면 당연한 결과다. 무엇보다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개발사업의심위원회처럼 부결이나 부동의 처분할 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환경영향평가조례에는 사업자가 제출한 평가서에 대해 원안 동의나 조건부 동의, 재심의가 있을 뿐이다. 사업시행으로 인해 환경보전에 상당한 문제가 있더라도 사업계획을 재검토하라며 재심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재심의 결정이 내려져도 인디언 기우제처럼 보완 후 재심의가 반복되고 환경영향평가는 결국 통과됐다.

얼마전 세계적 멸종위기식물인 제주고사리삼 최대 자생지에 들어서는 제주자연체험파크도 환경영향평가에서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으나 사업자 측이 보완후 심의를 요청하면 다시 심의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2~3차례 재심의를 반복하고 나면 대부분 통과된 게 지금까지 전례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부동의 결정권을 넣자는 요구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에 비해 환경부는 설악산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 결정했던 사례처럼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부동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와 다르다.

환경부가 개발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부동의 하면서 제동을 걸었던 것에 비해 제주도는 부동의 절차없이 통과 의례가 되어온 것이다. 제주특별치도는 제주만이 갖는 독특하고 중요한 환경 보전을 위한 자치결정권을 갖는다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 협의권을 환경부장관으로부터 이관받았으나 실제 개발행위로부터 환경영향 피해를 최소화하는 규정은 오히려 약화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개정해 협의 단계에서 부동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도 지난 2015년 부동의 의결 조항을 넣는 조례 개정안을 추진한 적이 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개발사업 통과의례처럼 된 데에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 의견이 별다른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도 이유도 크다.

도지사는 환경영향평가서를 협의할 때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이 또한 들으나 마나한 절차처럼 되고 있다.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얼마전 선흘곶자왈 인근에 들어서는 제주자연체험파크 개발 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도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사업시행으로 환경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개발 예정지를 현 상태로 유지하고 입지 타당성을 재검토하라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사업자는 이미 자연환경을 최대한 원형보전하는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했다며 검토의견을 반영하지 않았으며 제주도도 사업자가 제시한 영향평가서를 그대로 심의에 올렸다. 법에 따라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전문기관 의견도 참고사항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게 현재 환경영향평가 수준이다.

여전히 불안정한 심의제도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불허가 갖는 의미에도 제주환경보전에 불안감과 한계를 남긴다.

환경보전은 송악선언처럼 행정권자 의지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적 통제로 이뤄질 때 공정성과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 / 김효철 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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