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50) 도민 의견수렴 절차는 신뢰와 민주주의, 주민자치 문제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 강행 의지를 밝혔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진행한 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높게 나온 도민 여론을 뒤집은 것이다.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도민 공론조사가 추진되었고,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선택했다. 이 결과를 반영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갈등을 해소해 가야 할 장본인인 도지사가 이를 막아선 형국이다.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소신이라고 하지만 이는 도민이 결정한 민주적 절차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다. 

피해주민에게 또다시 대못 박은 제주도
원 지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제주도의 입장 중에 가장 기가 막힌 것은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제주도는 ‘여론조사 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받아 내린 결론’이라며 운을 뗀 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지역 주민들은 제2공항 건설에 압도적으로 찬성해 지역주민 수용성은 확보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적극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고도 했다. 일방적인 이해와 해석으로 피해지역 주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고 말았다.

도민 여론조사 협의 과정에서 제주도는 성산지역 별도조사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체 도민 여론조사 외의 참고용이라고만 했었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의 입장 발표에서 그 의도가 확연히 드러났다. 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높게 나오더라도 제2공항 강행 주장의 여지와 빌미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대부분이 이를 예상은 했지만 ‘주민수용성 확보’라는 치졸한 억지 주장까지 씌운 것은 누가 보아도 과한 주장이다. 

더욱이 성산읍 지역 중에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는 마을과 달리 피해지역 마을들은 반대의견이 높았다.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었다는 것은 거짓 주장이다. 더군다나 ‘적극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정부·여당의 도민 공론절차 합의와 국토부의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발표로 코너에 몰린 제주도가 막무가내로 자기 고집만 내세우면서 피해지역 주민에게 상처를 주는 무리한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제주도청에서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원희룡 지사. 그러나 입장문에는 억지와 궤변이 가득해 민의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지난 10일 제주도청에서 제2공항 정상 추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원희룡 지사. 도민 의견수렴의 절차는 정부와 주민 간 신뢰와 민주주의의, 주민자치 문제다. 이 합의와 약속을 함께 한 제주도, 제주도의회, 국토교통부, 민주당 중앙당,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도민의 결정을 조속히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아전인수 격의 여론조사 해석
제주도의 궤변은 이것만이 아니다. 원 지사는 제2공항의 접근성 문제로 반대가 우세했다며 인프라 구축을 통해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표출된 제주도민의 민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독선이다. 제주도민들은 제주 섬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과도한 개발과 생활환경을 악화시키는 무리한 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한 제주를 원했던 것이다. 설문 문항이 ‘제2공항 찬·반’이 아니라 제2공항 건설과 현 제주공항 개선활용 두 가지 대안을 문항으로 놓았을 경우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을 것은 누구나 예상하고도 남는 일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제주공항이 포화상태로서 제2공항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불안감마저 조성하는 주장을 한다. 이미 공항을 개선하여 운영하고 있는 제주공항을 두고 실제 시행하지도 않을 대규모 바다매립으로 인한 환경 훼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차례의 토론과정에서 현 제주공항의 개선활용으로도 충분히 향후 항공수요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언론·방송사 등의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보다 현 제주공항 활용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과도 있었다. 제주공항의 추가적인 개선으로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제주의 환경수용력에 부합하는 수요관리정책이 우선인 상황에서도 제주도는 여전히 도민 의견에 반하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2공항 반대’ 결정 되돌릴 수 없다
지난 2월 제주도민들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선택을 했다. 제주도민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하여 제2공항 반대를 결정했다. 모든 도민사회가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결과였다.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제2공항 건설의 문제는 제주도민이 직접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으면서 정부·여당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시하면 존중하고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국토부는 도민 여론조사 직전 보도자료를 통해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존중하고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 당사자인 제주도가 합의를 깨고, 제주도민의 민의를 배반했다. 원 지사는 자신의 소신이라며 도민의 결정보다 자기주장을 우선하고 있다. 국토부는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제주도에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묻는 상식 이하의 행보를 하고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그러나 제2공항 반대라는 도민사회의 큰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까지도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주도민의 선택을 수용하고 지원하겠다고 한 사항이다. 정책 결정자인 국토부 역시 도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원 지사의 소신을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결과는 도민사회의 더 큰 갈등과 혼란이 있을 걸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도민 의견수렴의 절차는 정부와 주민 간 신뢰의 문제이고, 민주주의의 문제이자 주민자치의 문제이다. 이 합의와 약속을 함께 한 제주도, 제주도의회, 국토교통부, 민주당 중앙당,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도민의 결정을 조속히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제주도민은 제2공항 반대를 선택했다. 누구도 이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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