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문광위 "카지노 영향평가 도민의견 수렴 과정서 긍정답변 유도" 질책

제주 최고층 빌딩 드림타워 내 카지노 시설 확장 이전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도민의견 수렴 과정에서 '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뜻의 신조어 '답정너' 식 답변유도 설문문항이 도마에 올랐다. 설문조사 문항이 편향되게 구성돼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제주도의회의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회 안창남)는 19일 제주도가 제출한 '엘티카지노업 영업장소의 면적 변경 허가 신청에 따른 의견 제시의 건'을 심사했다. 해당 안건은 중문 롯데호텔제주에 위치해 있던 외국인전용카지노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로 이전하는 안에 대한 도의회 차원의 의견을 묻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드림타워 카지노는 시설의 면적이 종전에 비해 약 4.5배 늘어나고, 도심지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거권·학습권 침해 우려로 이어졌다.

특히 카지노산업 영향평가의 일환인 도민의견 수렴 절차 중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도내 시민사회단체의 고발로 인해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내부 협력 공사업체의 유치권 행사 농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날 안건심사에서 의원들은 카지노산업 영향평가의 정당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긍정적인 답변을 유도하도록 한 '답정너 식' 설문문항이 도마에 올랐다.

도의회가 공개한 카지노산업영향평가 도민 의견수렴 설문지를 살펴보면 '드림타워로 이전할 외국인전용카지노 운영사업이 지역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질문하며, 답변은 △매우 그렇다 4점 △그렇다 3점 △그렇지 않다 2점 △매우 그렇지 않다 1점으로 나눠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문제는 모든 설문 문항마다 사실상 긍정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부연설명을 포함시켰다는데 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외국인전용카지노 이전 과정에서 진행된 도민 의견수렴 설문조사 문항. 제공=제주도의회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외국인전용카지노 이전 과정에서 진행된 도민 의견수렴 설문조사 문항. 제공=제주도의회

가령 '본 사업에 대한 투자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를 묻는 질문문항에는 '투자액 약 1조6천억원, 경제적 파급효과 약 10조원'이라는 부차적인 설명을 붙였다.

'본 사업 운영으로 납부될 제주관광진흥기금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질문에도 '예상 납부액 2021년 472억원, 2022년 504억원, 2023년 536억원, 2024년 569억원'이라고 부연했다.

단순히 객관적인 수치만 나열했다고 보기 어려운 문구도 포함됐다.

'본 사업에는 영업장이 사회·문화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방안이 적절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묻는 문항에는 '불법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구축 등 철저한 관리를 통한 투명한 카지노 운영'이라는 주관적 설명이 가미됐다.

드림타워 카지노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도 이와 똑같은 형식으로 구성됐다. 카지노 측에서 얼마만큼의 예산을 지원할지를 상세하게 명시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배제시킨 것이다.

그 결과 카지노산업 영향평가 세부항목 배점 중 도민의견 수렴 점수는 200점 만점에 138점을 받았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박원철, 김황국 의원(왼쪽부터). 사진=제주도의회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박원철, 김황국 의원(왼쪽부터). 사진=제주도의회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사업자로 하여금 카지노 영향평가를 하도록 하고 도민의견 수렴을 하도록 했는데, '얼마를 투자하고 얼마를 지원하고'를 쭉 나열한 뒤 '이 사업이 좋냐 나쁘냐'를 묻는 질문이 과연 공정하게 도민의견을 수렴한 것이냐"며 "이런 설문문항은 누가 보더라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재웅 제주도 관광국장이 "카지노 영향평가 제도가 처음이다보니 미비한 점이 있었겠지만, 도민의견 수렴은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서 수행을 했다"고 답변했지만, 박 의원은 "기관이 공신력이 있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 유도성 질문을 통해 왜곡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여질 대목이라는 지적"이라고 받아쳤다.

박 의원은 "드림타워 카지노 도민의견 조사와 관련해 또 다른 문제에 대한 사법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의회에서도 설문문항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제주에서 수범사례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라도 도민의견 조사는 다시 수행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김 국장은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김황국 의원(국민의힘, 용담동)도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이라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의견수렴 과정이 부실하다고 판단된다"며 "도민의견 수렴 배점이 영향평가 전체 1000점 중 200점 밖에 되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의견수렴 절차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박 의원의 발언과 궤를 같이 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업체에 영향평가를 맡겨서 하는 것이 아닌, 특별법 제도개선을 통해 평가 자체를 공탁제로 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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