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짓밟히고 외래종 서식지로 변해

3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긴 한라산 그리고 한라산 화산 활동 후에 생긴 작은 화산 제주오름. 제주오름은 언제부턴가 불기 시작한 생태 기행과 웰빙바람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름 마니아와 생태기행 탐사객, 관광객들의 발길이 무려 3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생태계의 보물창고인 제주오름이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제주오름 훼손을 인식하고 식생대 파괴와 지형변화, 오름 보존을 이유로 오름 휴식년제를 검토하고 있다. 화산활동의 선물인 오름에는 제주도만이 지닌 전설과 아픔, 삶의 흔적이 살아있다. 이 때문에 갈수록 탐사객이 늘어나는 제주오름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기자 주>

기생화산, 다양한 생태자원 서식처

 
▲ 2004년 7월에 올랐던 물찻오름 산정호수
ⓒ 김강임
 

내가 처음 올랐던 오름은 2004년 7월에 오른 물찻오름이었다. 나는 아직도 한라산 기슭 물찻오름 정상에서 보았던 산정호수를 잊지 못한다. 그때 내가 보았던 것은 제주의 생태계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기생화산의 흔적이었다. 나는 교래리 입구에서 4.7km의 길을 걸으며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을 읊기도 했다.

 
▲ 능선이 아름다운 용눈이 오름
ⓒ 김강임
 

하지만 지난여름 다시 찾은 물찻오름 가는 길은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 제주토박이가 아닌 나는 처음 제주에 왔을 때 한라산 기슭에 아스라이 펼쳐진 오름의 군무를 보고 신비를 느꼈다. 더욱이 제주들녘에 봉긋봉긋 솟아 있는 어머니 젖가슴은 고향처럼 아늑했다.

오름의 몸통에 들어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생각했던 제주오름은 그저 육지의 작은 산이었다. 봄이면 진달래가 피어나고 정상에는 봉우리가 있는 완만한 고향의 뒷산 말이다. 하지만 오름 속에 들어가 보니 화산터에는 참으로 다양한 자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 노꼬메 오름 곶자왈
ⓒ 김강임
 

오름 중턱 곶자왈에 서식하는 식물과 동물, 이글거리는 화산터를 비집고 피어나는 각종 야생화, 4계절 그 색깔을 달리하는 분화구, 여인의 자태처럼 아름다운 능선은 제주오름만이 지니는 자연환경이다.

허술한 오름 관리 계획

 
▲ 거친오름을 탐사하는 오르미들
ⓒ 김강임
 

그렇다고 내가 오름을 많이 오른 것도 아니다. 그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오른 30여개 정도다. 처음 오름에 오를 때 등반길을 찾지 못해 아주 힘들었다. 손바닥 지도나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아가는 길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제주오름은 길옆에서 그 봉우리가 보이는데도 진입로를 찾지 못해 헤맨다. 그렇다고 오름 가는 길이 도로에 명기 돼 있는 것도 아니고 오름 입구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어디서부터가 오름 구역인지도 잘 몰랐다. 시내 근처에 있는 오름은 산책로를 만들어 도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할 정도로 잘 관리하지만, 외곽에 있는 오름은 보존과 관리가 허술하다.
그렇다보니 오름 마니아들은 농부들이 땀 흘려 지어놓은 곡식을 밟고 오르거나 철조망을 뚫고 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제주오름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한라산국립공원 부근 천연보호구역에도 오름이 있는데 ‘접근금지’나 ‘천연보호구역’, ‘생태보존구역’이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능선 짓밟히고 외래종 서식처로 변해

 
▲ 소들이 거미오름 분화구까지 들어와 있다.
ⓒ 김강임
 

물론 368개의 제주오름을 모두 관리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다 해도 예전 북제주군 관리 구역에만 표지석이 있을 뿐 그 밖의 지역에는 어디가 입구인지 명기 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관광객들이 아무 데나 오르게 되고 그 길에는 또 다시 상처가 생긴다.

 
▲ 우마의 발자국으로 훼손되는 백약이 오름
ⓒ 김강임
 

내가 올랐던 오름 중에서 능선이 아름다운 오름이 있다면 용눈이오름과 백약이오름, 아부오름, 따라비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거미오름이다. 하지만 이들 오름의 능선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풀 섶을 밟아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오르미들에게 ‘오름 오르지 말라’고 강요한다면 어디 그것이 오름을 보존하는 방법이 되겠는가?

이밖에 오름 중턱까지 파고드는 외래종 개민들레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고 백약이오름이나 거미오름, 영주산 등은 우마의 발굽에 짓밟혀 훼손 우려가 크다.

오름관리 계획 기대

 
▲ 다랑쉬 오름에서 본 손자봉
ⓒ 김강임
 

제주도에 산재해있는 오름은 368개. 제주오름은 한라산처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국가나 제주도가 소유하고 있는 곳은 164개, 나머지는 마을 공동목장 소유이거나, 개인,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 관리 또한 허술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제주도가 오름 관리 계획을 세운다고 하니 주목할 만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더욱이 제주는 청정 이미지를 홍보하며 돌 하나에서부터 풀잎까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이 훼손된다면 청정제주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는 오름 휴식년제는 검토해 볼만하다. 하지만 무작정 오르미들을 견제하는 것보다는 체계적인 관리 방법을 모색해 오름 휴식년제를 도입했으면 한다. 인간에게는 자연을 만끽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 아부오름 분화구는 외래종 개민들의 서식지로 변해 생태계가 훼손되어가고 있다.
ⓒ 김강임
 

오르미, 오름 지킴이 돼야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오름을 오르지 말라’고 한다면 어디 말이나 되겠는가? 다만 오름을 오르는 오르미들은 모두 정해진 길로 다녀야 함은 물론 오름에 있는 자원을 훼손하는 것을 삼가야겠다. 오름을 오르다 보면 오름 입구에서 버려진 쓰레기더미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양심불량의 행위는 근절돼야 하겠다.

제주오름은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르미와 제주오름 소유자, 이를 관리하는 단체가 더 많은 애정을 쏟아 제주오름 지킴이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