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육지사는제주사름 ‘4.3-제2공항, 민주的 문제’ 토론회 개최

[서울=김찬우 기자] 기존공항 확장, 신공항·제2공항 건설 등 어느 것이 합리적인지 도민 의견을 모으자 했던 '공항 인프라 확충' 문제가 어느새 제2공항 건설만이 도민의 30년 숙원 사업인 것처럼 둔갑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7일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 거주하며 제주 문제를 연구하는 육지사는제주사름(공동대표 박선후·문원섭)은 제2공항 문제에 따른 절차적 민주성을 톺아보기 위한 ‘민주的 문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교동 스페이스M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제2공항 여론조사 공정관리공동위원장 위원으로 활동하고,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으로 활동 중인 강영진 박사가 ‘제주 제2공항의 절차적 민주성’에 대한 주제발표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강영진 박사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년여 전 ‘제주공항의 미래에 대한 결정은 최종적으로 제주도민에게 달려있다’며 기존공항 확장, 제2공항 신설 등 어느 것이 합리적인지 도민 의견을 모아 국토부 용역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 당시만 해도 기존공황 확충과 제2공항 신설 방안을 알아보자고 해놓고선 갑자기 지금 와서는 제2공항 건설이 30년 도민의 숙원 사업인 것처럼 말했다”라며 “지난 2015년 도민 여론조사 당시 기존공항 확충안과 제2공항 안이 대립하고 있었다. 심지어 제2공항보다는 신공항이라는 말이 많이 쓰일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가 진행한 사전타당성 용역에서 갑자기 최적 대안이라는 내용으로 입지가 선정됐다. 인프라 확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전타당성 용역임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 신설 방안은 147페이지에 걸쳐 소개되고, 기존공항 확장 안은 2페이지에 불과했다”라고 꼬집었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의 절차적 민주성에 대해 열띤 강연을 펼친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갈등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제주 제2공항 사업 문제점을 짚어냈다. ⓒ제주의소리

강 박사는 “사전타당성 용역은 인프라 확충에 대한 두 가지 연구결과를 충분히 제시해야 했다”라면서 “그러나 기존공항 확장안은 사업비 산출 내역이 자세히 소개되지 않는 등 뭉뚱그린 채 기재됐다. 10억 원을 투입한 연구결과라고 하기엔 부실하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감사 전문가에게 연구 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사전에 결론을 정해두고 진행한 것 아니냐’라는 대답을 들었다”라며 “두 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충분히 담아내지 않고 공식적 근거 없이 기존공항 확충안을 사장시키는데 누가 받아들이겠나”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사회 전반적으로는 필요하지만 특정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경우 절차적 정의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시설 입지 등 주요 결정이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 문제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절차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부지선정이 이뤄지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미연방항공청 등 연구팀이 입지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절차도 주민 참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2공항 문제에 대한 2019년 2월 당정 협의에 따라 국토부가 ‘제주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등 의견을 수렴해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고 밝힌 점을 지적했다.

강 박사는 “제주도가 소극적이니 국토부가 나서서 기존공항 확장 가능성 심층 토론회를 마련하고 ‘토론이후 도민 동의, 지지를 얻어 추진하겠다’고 원칙을 세웠다”며 “토론회와 찬반단체 광고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진행된 도민 여론조사는 다수 반대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책사업을 어떻게 여론조사로 결정하냐는 말도 있지만, 이번 조사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다”라며 “5년이 넘는 공론화를 거쳐 최종 결정을 짓게 된 것이다. 숙의과정을 통해 도민들의 의견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 “여론조사 역시 주민투표에 준하는 성격으로 진행됐고, 도와 도의회 역시 가감없는 도민 의견을 전달하기로 약속했다”라면서도 “원 지사는 참고용이라고 주장한 성산읍 조사 결과만 들어 수용성이 해결됐으니 추진해야 한다고 개인 입장을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행정기본법에 따르면 시민 요구가 변화될 경우 적법 처분도 철회할 수 있게 적시됐다”며 “국토부는 도 의견을 참고로 하고 도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박사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여당이 나서 제2공항 관련 2차 당정협의를 열고, 1차 당정협의 사항을 이행, 점검, 확인하는 형식으로 도민의견 수렴결과가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 환경 건축가이자 제주를 사랑하는 예술인모임 대표인 김원 건축가가 공항 인프라 확충 현안에 대한 취지와 의미를 짚어냈다.

ⓒ제주의소리
공항 인프라 확충 현안에 대한 취지와 의미를 짚어낸 김원 건축가는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지적하며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제주의소리

김원 건축가는 “도민들이 약 5조 원에 이르는 국책사업을 걷어찬 것은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이 망가지는 것은 싫다는 것”이라며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광을 질적으로 성장시키고 고부가가치로 발전시키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을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존 주장에 대해 “하루에 200여 명이 오는 식당이 입소문을 탔다고 갑자기 400명을 받아버리면 망한다. 식재료를 비롯해 손님을 맞을 준비도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손님만 많이 받아봐야 서비스만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김원 건축가는 “제주도 역시 자기 것을 지키지 않고 사람을 더 받아들인다면 다 망가질 것”이라며 “제2공항 문제를 넘어서 제주도를 찾는 3000만 명의 방문객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공정성 논란에 대해 강 박사는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다수의 횡포가 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라며 “다만 이번 경우는 사업 자체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제2공항 유무만 결정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중앙정부도 제주도민의 결정을 존중하고 정부 차원서 제주를 위해 지원하겠다고 해야 한다. 사업비를 포기한 만큼 젊은 세대들을 위한 사업방안도 만들고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제2공항 사업비를 공항 인프라 확충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로 제주도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덧붙였다. 

강연을 진행 중인 강 박사. 이날 토론회는 현장에 최소 인원만 참여한 채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또 ‘지역 주민은 찬성하나 도민이 반대할 경우 진행하지 않는 것은 괜찮나’라는 질문에 “제2공항 문제는 성산이 시작이 아니었다. 제주도에 공항 인프라가 필요하다 해서 도민들이 시작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공항 사업은 제주도의 사업이다. 문제 해결 원칙에서도 도민 의견 수렴이라고 못 박아 왔다. 성산 주민 의견만 파악해서 결정하자는 말은 한 번도 없었다. 제주도민 전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의견 수렴 대상 주체는 도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산지역만 놓고 봐도 온평, 신산 등 실제 피해지역 주민들은 반대가 많지만, 개발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 찬성이 높게 나온 것”이라며 “수용성 문제를 논하려면 진짜 직간접적으로 피해보는 분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박사는 “강정해군기지 수용성 관련 여론조사도 실제 건설 예정지인 강정마을 주민이 아니라 행정 지역으로 엮인 대천동 주민으로 강정이 일부 포함된 채 진행되면서 찬성이 높게 나왔다”라며 “결국 이런 방식으로 수용성을 논한다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육지사는제주사름의 ‘민주的 문제’ 토론회는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최소인원만 참석한 채 온라인 영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됐다.

영상은 [제주의소리] 홈페이지 소리 TV(모바일, PC) 영상과 육지사는제주사름 유튜브 채널(youtube.com/channel/UCPiZ3Gwj4GUTCXrUUPj-e-Q/featured)에 업로드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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