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51) 난개발 사업 일사천리로 통과...송악선언은 어디로?

오등봉공원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등봉공원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시작된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5개월 만에 끝이 났다. 말 그대로 일사천리다. 지금까지 도내에서 수많은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됐지만 이번처럼 간소화 대상도 아닌 본 평가를 간소화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환경영향평가의 내용은 물론이고 절차도 미흡할 따름이다. 

작년 10월 원희룡 지사는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하며 “자연경관을 해치거나 부동산 개발·분양 위주의 사업은 중단시켰다”며 “그럼에도 아직 남아있는 난개발 우려에 오늘로 마침표를 찍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등봉 민간특례 개발사업은 오등봉과 한천의 생태계와 경관을 해치며, 1429세대의 고층아파트를 개발·분양하는 사업으로 제주도가 계획을 추진해 왔고, 제주시는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처럼 난개발 사업이며,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였지만 단 한 번의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통과됐다는 점이다.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 작성에 대한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완요구는 없었다. 생태환경의 훼손은 물론 오등봉 높이에 버금가는 고층아파트 높이에 대해서도 보완요구 없이 그대로 통과돼 이 지역의 생태계 훼손과 경관 파괴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의견에서 ‘본 사업시행으로 지역주민들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여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사업자인 제주시와 호반건설은 ‘도민의견 청취를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제시된 의견은 최대한 사업계획에 반영했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주민의견 수렴은 없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 초안 작성 및 주민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했기 때문이다.

결국 환경영향평가서는 주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환경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알 수도 없었다. 공사로 인한 환경 영향을 어떻게 보완하려는지, 오등봉과 한천 일대의 생태계 보전방안은 무엇인지 확인조차 하지 못한 채 환경영향평가는 끝이 났다. 주민들은 한마디 의견도 전달할 통로가 없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협의내용에 따르면 사업부지 일대에 출현하는 것으로 확인된 법정 보호종들에 대한 추가적인 번식 및 서식 여부를 제시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사업자인 제주시는 협의내용 조치결과에서 기존 조사결과만을 반복하여 적시할 뿐 추가적인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환경조사를 통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보다 자신들의 사업추진 일정이 중요했던 셈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은 사업자와 사업승인권자가 같다. 제주시가 호반건설과 공동의 사업자이며, 이 사업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다. 제주도는 민간특례 참여 기업을 선정한 장본인이고,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의 절차를 총괄하고 있다.

사실상 제주도와 제주시가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도시공원을 파헤쳐 합법적으로 민간사업자에게 부동산 개발 특혜를 주고 있다. 청정 제주를 지키겠다는 송악선언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 5개월 동안 또 하나의 난개발 사업이 추가됐을 뿐이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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