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3주년 기획] ② 특별법 개정으로 추가진상조사 앞둬...미국 책임, 행불인 등 세분화

제주4.3희생자와 유족들의 염원을 담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3월23일 공포됐다. 전부개정안에는 추가 진상조사와 희생자 특별재심, 특별한 지원방안 강구 등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를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6월24일 시행을 앞둔 전부개정안은 완결이 아닌 명예회복을 위한 또다른 여정의 시작이다. [제주의소리]는 제73주년 4.3추념식을 앞두고 4.3특볍법 전면개정안의 의미와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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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개정 제주4.3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추가진상조사를 위해 재단의 연구 역량이 대폭 추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의소리

올해 6월 24일부터 시행되는 전부개정 제주4.3특별법에는 이전보다 4.3진상조사에 대한 상세한 근거들이 마련됐다.

국무총리실 소속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사항에 ‘추가 진상조사에 관한 사항’이 추가됐다.

여기에 정부는 추가 진상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다른 국가에서 보관하고 있는 경우, 해당 국가의 정부와 성실히 교섭해야 하고, 관계 기관·단체는 4.3 관련 자료 발굴이나 열람을 위해 필요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강제성을 띤 조항도 신설하며 향후 진상조사에 힘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추가 진상조사가 끝나고 그 결과는 ‘보고서로 작성·발간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새로 명시하면서 추가진상조사 보고서의 공신력도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현재까지 세상에 나온 4.3진상조사보고서는 2003년 12월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발간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와 2020년 3월 제주4.3평화재단(평화재단)이 발간한 ‘제주4.3사건 추가진상조사보고서 1권’까지 두 개다.

평화재단은 2003년과 2020년 보고서를 두고 “2003년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총론적 성격의 보고서라면, 추가진상조사보고서는 각론적 성격으로 구체적 피해실태 파악을 통해 4.3의 진상규명을 심화하고자 하는 의미를 지녔다. 진상조사보고서가 뼈대라면 추가진상조사보고서는 그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라고 자평한다.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추가진상조사보고서가 나오기까지 16년이란 긴 시간이 소요된 만큼, 후속 진상조사는 4.3특별법 전부개정을 계기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이를 위해 사실상 진상조사 주체인 평화재단의 조사 연구 역량을 대폭 키워야 한다는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평화재단 조사연구실은 2018년 10월 등장했다. 4.3의 진상규명, 명예회복의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필수불가결' 연구 전담 조직을 재단 창립 10년 만에 갖췄다는 지적은 뼈아프지만, ‘제주4.3 논문 첫 박사’ 양정심을 연구실장으로 영입하고 ▲미국 현지 조사, 자료 3만8000매 입수 ▲미국 UN본부서 4.3인권포럼 개최 ▲4.3 영문 논문집 발간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도민들에게 내놓고 있다.

현재 조사연구실은 실장 1명과 정규직 연구원(반영관·고은경) 2명, 전시·아카이브 담당 학예사 2명(조찬양·강윤희)까지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반영관 연구원이 담당하는 업무는 ▲4.3기록관리시스템 구축 ▲4.3추가진상조사 자료집 발간(미국자료) ▲4.3조사연구(4.3국외자료 조사-미국) ▲4.3왜곡에 대한 대응 ▲4.3학술행사(워싱턴 4.3인권 심포지엄) ▲4.3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기획 업무 ▲연구 관련 국내외 네트워크 업무 등이다.

고은경 연구원은 ▲4.3추가진상조사 ▲4.3조사연구(행방불명인 피해실태, 의인 조사, 봉기주도세력, 재경4.3생존희생자와 유족, 4.3비석실태 등) ▲4.3평화포럼 관련 업무 ▲학술연구 공모와 출판사업, ▲4.3증언실 운영 관리 등이다.

물론 사안마다 외부 연구 인력을 수혈하지만, 업무 하나하나가 지닌 무게감을 고려하면 과연 온전한 4.3 조사 연구가 진행될지 우려가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추가진상조사보고서 1권’은 추가진상조사단(단장 박찬식)이 2012년 조사활동을 시작해, 2018년 10월 평화재단 진상조사보고서 집필팀이 이어받아 마무리했다. 추가진상조사단은 약 10명 규모로 꾸려졌다. 진상조사보고서 집필팀은 양정심 실장을 비롯해 재단 조사연구실이 중심이 됐다. 책임 주체가 나뉜 지난 과정과 재단의 장기적인 연구 역량까지 고려할 때 조사연구실 인력·예산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평화재단 관계자는 “정규직 연구원을 비롯해 조사연구 조직은 최소 10여명을 갖춰야 정상적인 진상조사가 가능하다. 특히 미국, 재외동포 등 과제에 따른 다양한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동시에 4.3 연구의 미래를 고려하면 이번 기회에 젊은 연구자를 발굴·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평화재단은 추가진상보고서 1권을 발간하면서 “1권에서 다루지 못했던 미국의 역할과 책임문제, 중부권과 영남권 형무소의 수형인 문제, 재외동포와 종교계 피해실태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진상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이런 문제를 담아낼 제2권, 제3권의 보고서를 계속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부개정 4.3특별법이 시행되면 희생자 위자료 지급 같은 많은 작업들이 착수될 텐데, 이와 별개로 진상조사를 위한 예산-인력 편성 절차는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은 “4.3진상조사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가 바로 행불인이다. 마지막 흔적·기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가진상조사에서 행불인 조사는 진행돼야 한다”면서 “곧 앞둔 추가 진상조사에서 조사원들의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와의 공조 체계도 검토해볼 만 하다. 연좌제 실태, 군경 등 학살을 저지른 집단의 지휘체계 규명, 미국의 책임 등 향후 추가진상조사는 4.3의 정명을 목표로 잡고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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