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투입하며 천미천 생태계 훼손 및 평탄화로 훼손

천미천 하천정비공사
천미천 하천정비공사

제주도가 하천 정비를 명목으로 제주 특유의 건천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원희룡 지사가 취임하면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하천정비'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하천정비 명목으로 훼손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1일 성명을 내고 '천미천 하천정비 공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도의 하천은 총 143개(규모가 큰 지방하천은 60개)로, 총 길이는 1907km나 된다. 하지만 많은 구간이 하천정비 사업에 의해 크게 훼손된 상태다. 최근 5년간 공사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하천정비 길이만 해도 68.64km(제주시 19.68km, 서귀포시 48.96km)이다.

환경연합이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 2016년부터 하천정비 공사가 계획되거나 공사 중인 하천이 29곳(제주시 15곳, 서귀포시 14곳)이었다. 그리고 공사비는 3357억5500만원(제주시 1229억2300만원, 서귀포시 2128억3200만원)이었다. 몇 년 동안의 하천정비 공사비만 30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이다.

환경연합은 하천정비사업 중에서도 천미천은 공사 구간이 길고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천미천은 총 길이가 25.7km로서 143개 하천 중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하천이다. 

한라산 1100m 이상 지점인 돌오름, 어후오름, 물장올 등지에서 발원해 제주시 조천읍, 구좌읍, 서귀포시 표선면, 성산읍에 걸쳐 흐르다가 표선면 신천리 바닷가 앞에서 여정을 끝낸다. 1861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천미천은 줄기가 가장 긴 복잡한 하천으로 묘사돼 있다.

그동안 천미천 25km 구간 중에서 이미 하천정비가 많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천미천의 아름답고 큰 소(沼)들과 양안의 숲, 기암괴석이 크게 훼손됐다. 그런데도 또 다시 천미천 정비공사는 현재 진형형이다.

천미천 하천정비공사
제주 최대 하천인 천미천이 하천정비공사로 원형을 잃을 위험에 빠졌다. 

이번 천미천 공사계획은 총 11.98km로서 제주시와 서귀포시 구간이 모두 포함된다. 제주시 공사 구간(천미천 구좌지구)은 3.98km이고 서귀포시 공사구간(천미천 표선지구)은 8km이다. 두 곳 모두 호안정비(양쪽에 전석 쌓기 형태로 둑을 쌓는 방식)를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미천 구좌지구(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605~송당리 산 260)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공사 진척률 43%)에 있고 표선지구(서귀포시 표선면 1651번지~성산읍 신천리 948번지)는 토지 보상이 진행 중이다. 두 공사의 사업비만 431억2800만원이 넘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공사구간을 제외하고 또 다시 2.08km(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721~교래리 제4교래교)의 천미천 정비계획이 포함된 제주시 지방하천 하천기본계획 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됐다. 그러니까 현재도 천미천의 60%가 넘는 구간이 공사 중이거나 공사를 준비 중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한라산에 포함된 천미천 상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하천에서 정비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환경연합은 천미천 정비계획이 과도하게 부풀린 홍수피해를 근거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환경연합은 "현재 40% 이상의 공사 진척률이 있는 천미천 구좌지구의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하는 사업의 배경은 태풍 매미(2003),  나리(2007), 나크리(2014), 차바(2016) 내습 시 한라산 인근의 많은 양의 홍수가 유하하여 월류피해가 지속됨에 따라 홍수예방사업을 통해 주택 및 농경지 침수 등 자연재해를 예방함으로써 주민의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더불어 하천의 환경기능을 회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기재하고 있다"며 "하지만 홍수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는데 비해 천미천 정비 명분은 미흡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근거자료도 명확하지 않다"며 "천미천은 예전부터 침수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이미 하상(하천의 바닥) 평탄화, 제방 건설 등 하천정비 작업으로 인해 원형을 상당부분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환경연합은 "이미 제주시 구좌지구와 서귀포시 표선지구의 사이에 2015년도에 준공된 125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제주 최대의 저수지인 성읍저수지가 있다"며 "농업용수를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폭우 시 저류지 역할도 하기 때문에 침수 피해 저감 효과도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이런 내용도 산정하지 않고 홍수예방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도 없는데다가 피해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4백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가면서 하천정비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묻지마 하천정비’이며 혈세낭비가 아닐 수 없다"고 규정했다.

환경연합은 "하천 정비과정에서 천미천의 웅장한 소와 양쪽의 상록활엽수림대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본 공사는 제방 등을 재정비하는 사업으로 공사 시행에 따라 사업구간의 수변과 제방 변에 분포하는 식물상 및 식생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이 영향으로 인한 저감대책은 전무하다시피하다"고 우려했다. 

환경연합은 "제주도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하천으로 정평이 나 있는 천미천의 절반 이상을 훼손하면서 얻는 도민의 이익은 무엇인가"라고 되묻고는 "근거도 미미한 홍수 피해 예방을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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